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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단상] 영화 <사일런스>(2017.3.23.목) / 왜현호색 4장


[단상]영화 <사일런스>


7시에 기상하여 매일미사 묵상을 했다.

오늘의 복음은 <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이다.>이다.

하느님의 편에 서는 것이 선, 반대가 악이라면... 선과 악을 분별하는 지혜를 주시기를 기도한다.


묵상을 하고 있는데 영화 <사일런스>에 대한 내용이 떠오른다.

배교하고 회개하기를 반복하는 기치지로(쿠보즈카 요스케 분)의 캐릭터가 떠오른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스콜세지 감독이 각색기간 15년, 준비기간 30년을  거쳐서 만들어낸 역작이라고 하는데, 

스콜세지 감독의 복심이 비루하고 비천해보이는 기치지로 캐릭터에 있다는 말이 있다.


영화 사일런스에는 세 종류의 신부님 모습이 등장한다.

배교하여 개종한 페레이라 신부(리암니슨 분), 순교한 가르페 신부(아담 드라이버 분), 배교는 했으나 개종은 하지 않은 로드리게스 신부(앤드류 가필드)가 있다.

선불교로 개종하여 부인을 두고 신은 없다고 공언을 한 예수회의 스승 페레이라 신부에 대한 소문을 믿지 않고 그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포르투갈에서 일본으로 두 신부가 간다. 제자인 로드리게스 신부와 가르페 신부이다.


마카오를 거쳐서 일본 나가사키로 잠입할 예정인데, 일본인 기치지로(쿠보즈카 요스케 분)가 이들 신부의 길안내를 맡게 된다. 기치지로와 함께 나가사키 잠입에 성공하는데 다행하게도 기리시타교를 믿는 신도들 마을에 제대로 착륙했다. 신도들은 신부들을 극진히 모시며 은신처에서 절대 나오지 말 것을 당부한다. 신부들은 은신처에 머물르며 미사를 집전하고 고행성사를 받는다.


기치지로는 마카오로 가기 전에 기리시타 신도였는데, 처형될 위기에서 가족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배교하였다며 용서를 청한다.

로드리게스 신부는 기치지로의 고해성사를 받는다. 


두 신부의 은신처가 발각이 나고 이노우에 수령은 신부를 고발하지 않으면 마을 사람 4명을 처형할 것이라고 예고한다.

마을 사람들은 신부를 고발하지 않기로 하고 처형 당할 사람 4명을 선정한다. 이중에 기치지로도  뽑히게 된다.

로드리게스 신부와 가루페 신부는 현지에서 만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믿음을 이어가는 일본 신자들에게 큰 감명을 받는다.

 

목숨을 위협받는 순간에도 신도들은 "저희는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주님을 향한 제 사랑은 굳건합니다"라며 오로지 신앙심으로 박해의 순간을 견뎌내는 이들의 모습은 오히려 두 젊은 사제에게 신과 교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한다.


약속된 시간이 되어 마을의 신도 4사람이 잡혔다.  이노우에 수령은 후미에상을 발로 밟아 배교하면 목숨을 살려주겠다고 한다. 4명 모두 후미에상을 밟는다. 

그러나 마음이 바뀐 이노우에 수령은 후미고상을 밟는 행위로 배교를 인정 못하겠다며 십자가고상에 침을 뱉으라고 다시 명령한다.

기치지로는 침을 뱉어 살아 남는다. 3명의 마을사람들은 침을 뱉지 못하여 바닷가 밀물이 들어오는 곳에 십자가에 매달리는 처형을 받는다. 

밀물에 몸이 잠기어 죽게 되는 형벌이다. 3명 중 1명은 3일만에 죽었다.

십자가에서 그들이 죽어가는 동안 두명의 신부와 마을 사람 모두 숨죽여 침묵한다. 하느님도 침묵한다. 자연도 일상 그대로 조용히 침묵한다.

영상이 장중하고 묵직하고 조용하다. 침묵하는 하느님은 과연 계시는가.


기치지로는 자기만 살아남은 배교행위에 대한 용서를 구하며 로드리게스 신부에게 또 다시 고해성사를 청한다.

이후에 기치지로는 로드리게스 신부를 은전 300냥에 팔아 넘기는 유다의 행위를 한다.

포승줄에 묶여 관헌에게 끌려가는 로드리게스 신부에게 자기를 용서하라며 큰 소리로 부르짖는다.


수시로 배교하고 수시로 회개하는 키치지로(쿠보즈카 요스케 분)의 캐릭터가 연구 대상이다

인터넷에서 <사일런스> 영화에 대한 여러 칼럼을 읽었다. 키치지로와 같은 캐릭터가 앞으로 현대 사회에서 살아갈 인간상이라고 표현한 글이 있다. 순교의 역사를 자랑으로 알고 있는 나의 기존 관념에 새로운 충격을 주는 글이다. 이념이나 사상, 종교에 목숨 거는 시대가 이미 지나고 있음을 암시하는 내용으로 다가온다. 국가주의, 전체주의가 쇠퇴하고 전 세계가 하나로 되어가는 글로벌 세상에서 인간 개인의 권리와 가치를 중시하는 인권주의 문화가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는 시대가 다가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 키치지로(쿠보즈카 요스케 분)는 사람이 아닌 키가 큰 한 마리의 원숭이 같은 모습으로 보인다. 천방지축 이리 저리 날뛰는 짐승의 모습이다.

비천하고 비루한 그런 모습이다. 비루하고 비천해보이는 기치지로(쿠보즈카 요스케 분)이지만 그래도 하느님과 관계를 끊지 않고 이어가고 있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끝없이 날뛰며 죄를 짓는 인간의 잘못에도 침묵하시며 용서하시는 하느님의 자비를 떠올리며 감사드렸다.


감옥에 들어간 로드리게스 신부(앤드류 가필드)는 이노우에 수령(잇세이 오가타)의 집요하고 잔혹하며 다양한 배교의 유혹을 받는다.

로드리게스 신부가 보는 앞에서 기리시탄 신도의 목을 댕강 잘라 땅바닥에 뒹굴게 하고,

사람을 거꾸로 매달아 귀 뒤에 구멍을 뚫어 피가 흐르게 하면서 밤새도록 그들의 신음과 고통의 소리를 듣게 한다.

신부가 배교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 몇명이 죽는다고 수령은 협박한다.


예수회의 스승인 페레이라 신부(리암니슨)를 만나게 하여 설득을 한다.

스승 페레이라는 로드리게스에게 "저들에게 고통을 줄 권리가 있나? 그 고통은 신이 아니라 자네만 끝낼 수 있네."라며 배교할 것을 권한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신도들을 살릴 수 있는 것은 신이 아니라 자신임을 알게 된 그는 종교적인 신념과 인간적인 도의 사이에서 근원적인 갈등에 놓이게 된다.


한편 가르페 신부(아담 드라이버)는 순교한다. 가르페 신부와 함께 잡힌 신도들.

이들의 처형 장면을 로드리게스 신부가 보도록 계략을 꾸몄다. 멀치감치 떨어진 천막에서 모든 광경을 볼 수 밖에 없는 로드리게스 신부이다. 사람을 짚으로 둘둘말아 배에 싣고가서 둘둘말은 짚에 불을 지른 후 바다에 던지고 창으로 찔러 죽인다. 밧줄에 묶인 가르페 신부는 이 살해 장면을 보고 흥분하여 절규하면서 배가 떠있는 바다로 들어가다 창에 찔려서 죽게 된다. 순교가 가능해진 것이다. 로드리게스 신부는 관헌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막았으므로 순교가 불가능했다. 


영화의 말미에 로드리게스 신부는 결국 배교를 한다.


영화 사일런스를 관람하고 나름대로 캐릭터 분석을 하고 누가 옳으냐 왈가왈부를 한다면 결론은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친구와 토론 중에 네가 만약 영화 속의 한 사람이라면 어떤 사람이겠느냐는 질문이 들어 왔다.

배교하면 다른  신도들 몇명을 살릴 수 있으니까 로드리게스 신부처럼 배교할 가능성이 있겠다고 대답을 했다.


그 친구의 말인즉 "그것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어느 신부님이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 친구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나는 이러이러하리라 예상하지만 그 순간의 이끌림이 어찌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일 것이다.

답이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누가 누구를 단죄할 수 있겠는가. 


프란체스코 교황님 강론에서 성인도 하루에 일곱번씩 죄를 짓는다고 한다.

죄에 흐를 수 있는 인간의 나약함과 한계를 인정하여 언제든지 회개하여 하느님께로 돌아서는 말랑말랑한 마음을 가져야하리라. 

아무리 비참한 우리 모습이라도 우리가 돌아오기만 하면 창조주 하느님께서 사랑하실테니까 말이다.


- 2017년 3월23일 목요일...수산나 -


cf)[매묵]2017년 3월23일 [(자) 사순 제3주간 목요일]매일미사 묵상 / 예덕나무 1장

cf)[교황님미사강론]가난한 이들과 집 없는 이들을 보살피지 않는 사람들은 단죄 받습니다[3월16일목]/들현호색

cf)[굿강]하느님께서는 지금도 일하시고 계시다 - 윤경재 요셉 /애기현호색 4장



왜현호색 1


왜현호색 2


왜현호색 3


왜현호색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