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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조·성가·기도문

[시]나무학교-문정희/이팝나무 열매 사진 3장

나무학교

문정희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가는 나이

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늘 푸른 나무 사이를 걷다가

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

가을이 슬쩍 노란 손을 얹어놓을 때

사랑한다! 는 그의 목소리가 심장에 꽂힐 때

오래된 사원 뒤뜰에서

웃어요! 하며 숲을 배경으로

순간을 새기고 있을 때

나무는 나이를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도 어른이며

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그냥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년에 더욱 울창해지기로 했다


―《양귀비꽃 머리에 꽂고》 (민음사, 2004)

 

 

(사족)

2020년 12월7일 월요일 6시30분~7시: 세바시 강연 <나이가 들면 사랑대신 이것을 해야 합니다>
-정재찬(88년도 창덕여고 현대문학 선생님, 2008.~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

책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저자.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가 아니고 '길이 있는 곳에 뜻이 있다'가 맞습니다.
나이 드니까 시기 질투가 안 생기더라구요.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가 아니고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이예요. 

문정희의 <나무학교>...나무는 나이를 안에다 새겼다. 나이테로 새겼다. 늙음은 젊음을 감싸안으면서(포용하면서) 나이 들어가는 것. 내년은 더욱 푸르렀으면 좋겠다. 공부를 해야 합니다. 공부를 좋아하는 아마추어가 되세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향해서 나아가야만 합니다. 김사인의 <공부>를 마지막으로 읽어 드리겠습니다. 

- 2020년 12월7일 오전...수산나 -

 

어농성지... 이팝나무 길

 

어농성지... 이팝나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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