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11일(목) 부활 제5주간 목요일, 오늘의 글/시]
(2023/4/24) - 🗣말 한마디의 가격🗣 프랑스의 휴양도시 니스의 한 카페에는 아래와 같은 가격표가 붙어 있다고 합니다. ⊙ Coffee! - 7 Euro. ⊙ Coffee Please! - 4.25 Euro. ⊙ Hello Coffee Please! - 1.4 Euro. 우리말로 바꾸면. ⊙ 커피! - 라고 반말하는 손님은 ‘1만원’을, ⊙ 커피주세요! - 라고 주문하는 손님은 ‘6천원’을, ⊙ 안녕하세요, 커피 한 잔 주세요! - 라고 예의 바르고 상냥하게 주문하는 손님은 ‘2천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기발한 가격표를 만든 카페 주인은 손님들이 종업원에게 함부로 말하는 것을 보고 이런 아이디어를 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그 카페에서는 말 한 마디를 예쁘게 하는 것으로 똑같은 커피를 5분의 1가격으로 마실 수 있는 셈입니다. 우리 속담에도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서 천 냥은 대강 큰 일, 어려운 일, 불가능한 일을 말합니다. 말만 잘 하면 어려운 일도 해결될 수 있다라는 뜻이지요. 상대방을 헤아리는 말, 겸손한 말, 칭찬하는 말, 위로하는 말, 무엇보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은 상대방을 감동시킬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잘될 일도 말 한마디 잘못해서 감정을 상하게 하고, 결국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옛날 박씨 성을 가진 백정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한 양반이 백정을 찾아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 이놈, 상길아. 여기 고기 한 근만 가져오너라." 백정은 고기 한 근을 썰어다 내어주었다. 잠시 후 다른 양반이 찾아와 말하였다. "여보게 박 서방, 여기 고기 한 근만 주게나." 그 백정은 고기를 먼젓번 양반의 것보다 큼직하게 썰어 그 양반에게 내어주었다. 그것을 보고 첫 번째 양반은 벌컥 화를 냈다. "예끼, 이놈아!! 어찌하여 저 양반의 고기는 많고 내 것은 이리도 작단 말이더냐!!" 그러자 백정은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대감께서 사 가신 고기는 백정 상길이가 드린 것이고, 저 분이 사 가신 고기는 박 서방이 드린 것이옵니다. 어찌 말 대접상 같을 수가 있으리이까?" 첫 양반은 얼굴이 빨개져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하였다 합니다. 명심보감에 나오는 구시화지문 설시참신도(口是禍之門 舌是斬身刀,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고,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다)라는 문구도 일맥상통한 뜻이라 할 것입니다. ※ 오늘의 명언 ※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
행 복
퇴직한 친구들 몇 명과 모임이 있었다.
그 중 한 친구가 불쑥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비록 1급 공무원밖에 못 했지만 말이야...”
기가 꺾여 있는 그의 옆에는 장관 출신 친구가 앉아 있었다.
1급이면 모두 부러워하는 고위직 공무원이다. 그러나 그는
장관을 한 친구를 의식하고 불행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그러자 장관을 했던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장관 넉 달 만에 쫓겨났어. 엊그제는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그때 데리고 있던 부하를 만났는데 나보고 의아한 얼굴로
'장관님도 지하철을 타십니까?' 라고 묻더라구.
장관 괜히 한 것 같아. 그것 때문에 사는데 오히려 부담이 돼...”
장군으로 예편을 한 친구는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장군을 했는지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 해.
아스라한 옛날에 병정놀이를 했던 것 같기도 하고...”
한 재벌그룹의 노 회장과 얘기를 나누는 기회가 있었다. 그는 일제 강
점기 조선 최고 부자의 아들이었다. 해방 후에도 삼성에게 자리를 빼
앗기기 전에는 대한민국 재계 서열 1위를 자랑했었다. 그런 그가 내가
재벌 회장님이라고 하자 정색을 하며 말했다.
“재벌은 무슨? 구멍가게 수준이지...”
재계 서열에서 밀린 불편한 심기가 표정에 그대로 나타났다.
며칠 전 잠실역 구내 승강장에서 국회의원을 하던 분을 만났다. 그는
구로동 공장지대에서 법률사무소를 했었고 노동자들과 상담하면서
국회로 가는 게 그의 목표였다. 그리고 그는 국회의원이 됐다.
“요즈음도 계속 정치를 하십니까?”
한 번 그 길에 발을 들여놓으면 발을 빼기가 힘들다고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물어 본 것이다.
“아니요, 안 해요. 그건
젊은 날 낮잠 자다가 꾸었던 꿈같이 희미해요...”
지위가 높거나 재벌인 사람들의 대다수는
행복해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 마음들이 공허해 보였다. 하지만
의외로 행복한 사람들은 다른 곳에 있었다.
임대아파트에서 폐암으로 혼자서 죽어가던
강태기 시인의 말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창문을 열면 아침 햇빛을 받은 이슬 맺힌 호박꽃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 몰라요. 누가 호박꽃을 밉다고 했나요?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요.
동네 초등학교에서 남은 밥도 가져다주고 성당에서 반찬도 가져다줘
요. 일주일에 한 번씩 봉사하는 분이 와서 목욕도 시켜줘요. 감사하고
또 감사한 세상입니다.”
그 시인은 자동차수리공을 하던 소년 시절
두 일간신문사의 신춘문예에 당선된 문학적 천재였다.
그러나 가난과 고독 그리고 병이 그의 삶이었다.
‘귀천’이란 시로 유명한 천상병 시인은
‘이 세상 소풍 왔다 잘 놀고 간다’고 시에다 썼다.
명문대를 나오고도 가난하고 고독하고 아픈 그의 삶이었다.
변호사인 나는 감옥에서 행복을 발견할 때도 있었다. 소년 시절
부터 20년이 넘게 억울한 징역을 산 사람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비가 촉촉하게 오는 날이면
높은 회색 콘크리트 담 밑에 나있는 잡초를 보면서 걷고 싶어요.
바로 그게 눈앞에 보이는 데도 걸을 수 없는 게 감옥살이예요.”
그가 몇 년 후 석방이 되었다. 나는 그가 소원이라고 하던 보골 보골
끓는 된장찌개를 뒷골목 식당에서 사주면서 그의 얘기를 들었다.
“밤에 뒷골목을 산책하면서 정말 행복했어요. 쓰레기가 널려있고 신문
지가 휘날려도 나는 좋았어요. 자유롭게 걸을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
로도 말이죠. 길거리에서 부부싸움을 하는 걸 봤어요. 속으로 '당신들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했죠. 감옥 독방에서 벽을 바라보고 있어
보세요. 싸울 사람이라도 있는 게 얼마나 행복인지...”
행복할 것 같은 사람들은 불행했다.
그들의 시선이 위만 보고 가지고 있는 걸
망각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시선이 아래를 향한 사람, 그리고
내면에 있는 영혼의 산에 오르려는 사람들은
진정한 행복과 평화가 있었다.
이 세상에는 소풍 온 사람도 있고,
욕망의 진흙탕에 빠져 허겁지겁
살다 가는 존재도 있는 것 같다.
< 글 : 엄상익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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