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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미사 묵상

[매묵]2023년 6월 22일 목요일[(녹) 연중 제11주간 목요일]

[매묵]2023년 6월 22일 목요일[(녹) 연중 제11주간 목요일]/신부님 강론 4개

 

오늘 전례

[백] 놀라의 성 바울리노 주교 또는
[홍] 성 요한 피셔 주교와 성 토마스 모어 순교자

입당송

시편 27(26),7.9 참조
주님, 부르짖는 제 소리 들어 주소서. 저를 도와주소서. 제 구원의 하느님, 저를 내쫓지 마소서, 버리지 마소서.

본기도

하느님, 하느님께 바라는 모든 이에게 힘을 주시니
자비로이 저희 기도를 들으시어
하느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희가
거룩한 은총의 도움으로 계명을 지키며
마음과 행동으로 하느님을 충실히 따르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나는 하느님의 복음을 대가 없이 여러분에게 전해 주었습니다.>
▥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2서 말씀입니다.11,1-11
형제 여러분,
1 아무쪼록 여러분은 내가 좀 어리석더라도 참아 주기를 바랍니다.
부디 참아 주십시오.
2 나는 하느님의 열정을 가지고 여러분을 위하여 열정을 다하고 있습니다.
사실 나는 여러분을 순결한 처녀로 한 남자에게,
곧 그리스도께 바치려고 그분과 약혼시켰습니다.
3 그러나 하와가 뱀의 간계에 속아 넘어간 것처럼,
여러분도 생각이 미혹되어
그리스도를 향한 성실하고 순수한 마음을 저버리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4 사실 어떤 사람이 와서 우리가 선포한 예수님과 다른 예수님을 선포하는데도,
여러분이 받은 적이 없는 다른 영을 받게 하는데도,
여러분이 받아들인 적이 없는 다른 복음을 받아들이게 하는데도,
여러분이 잘도 참아 주니 말입니다.
5 나는 결코 그 특출하다는 사도들보다 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6 내가 비록 말은 서툴러도 지식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모든 일에서 갖가지 방식으로 여러분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7 여러분을 높이려고 나 자신을 낮추면서
하느님의 복음을 대가 없이 여러분에게 전해 주었다고 해서,
내가 무슨 죄를 저질렀다는 말입니까?
8 나는 여러분에게 봉사하려고 여러 교회에서 보수를 받는 바람에
그들을 약탈한 꼴이 되었습니다.
9 여러분과 함께 있을 때에 나에게 필요한 것들이 있었지만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았습니다.
마케도니아에서 온 형제들이 필요한 것들을 채워 주었습니다.
나는 어떠한 경우에도 여러분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자제하였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10 내 안에 있는 그리스도의 진리를 걸고 말하는데,
아카이아 지방에서는 나의 이러한 자랑을 아무도 막지 못할 것입니다.
11 내가 왜 그렇게 하였겠습니까?
내가 여러분을 사랑하지 않아서겠습니까? 하느님께서는 아십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시편 111(110),1ㄴㄷㄹ-2.3-4.7-8(◎ 7ㄱ 참조)
◎ 주님, 당신 손이 하신 일들 진실하고 공정하시옵니다.
○ 주님을 찬송하리라. 올곧은 이들의 모임, 그 집회에서, 내 마음 다하여 찬송하리라. 주님이 하신 일들 크기도 하여라. 그 일 좋아하는 이들이 모두 깨치네. ◎
○ 그분 업적은 엄위롭고 존귀하네. 그분 의로움은 영원히 이어지네. 당신 기적들 기억하게 하시니, 주님은 너그럽고 자비로우시다. ◎
○ 그 손이 하신 일들 진실하고 공정하네. 그 계명들은 모두 참되고, 진실하고 바르게 이루어져, 영원무궁토록 견고하네. ◎

복음 환호송

로마 8,15 참조
◎ 알렐루야.
○ 우리는 성령을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네. 이 성령의 힘으로 우리가 “아빠! 아버지!” 하고 외치네.
◎ 알렐루야.

복음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6,7-15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7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 들어 주시는 줄로 생각한다. 8 그러니 그들을 닮지 마라.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
9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
‘하늘에 계신 저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10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11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12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도 용서하였듯이 저희 잘못을 용서하시고
13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저희를 악에서 구하소서.’
14 너희가 다른 사람들의 허물을 용서하면,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하실 것이다.
15 그러나 너희가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으면,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허물을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기도

하느님, 이 예물이 사람의 몸과 마음을 살리는 양식이 되고
사람을 새롭게 하는 성사가 되게 하시니
이 제사가 저희 육신과 영혼에 도움이 되게 하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시편 27(26),4
주님께 청하는 오직 한 가지, 나 그것을 얻고자 하니, 내 한평생, 주님의 집에 사는 것이라네.
<또는>
요한 17,11 참조
주님이 말씀하신다. 거룩하신 아버지, 아버지가 저에게 주신 이름으로 이들을 지키시어,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소서.

영성체 후 묵상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가운데 잠시 마음속으로 기도합시다.>

영성체 후 기도

주님,
이 거룩한 잔치에서 성체를 받아 모셨으니
저희가 주님의 사랑으로 친교를 이루어
주님의 교회 안에서 하나가 되게 하소서.
우리 주 …….
이스라엘 '주님의 기도 성당'의 우리말 기도

오늘의 묵상

1.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강론

 

교구 사제 모임엘 다녀왔습니다. 작년에는 달라스에서 있었고, 올해는 필라델피아에서 있었습니다. 동부에 있는 신부님들은 자동차로 왔고, 남부와 중부 그리고 서부에 있는 신부님들은 항공편으로 왔습니다. 한국에서 주교님께서 오셔서 모임에 함께 하였습니다. 제일 젊은 신부님은 2020년에 서품 받았으니 저하고는 29년 차이가 났습니다. 사제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고, 미사하고, 대화를 나누니 신학교 때 자주 불렀던 성가가 생각났습니다. “좋기도 좋을시고 아기자기 한지고 형제들이 오손도손 한데 모여 사는 것/ 오직 하나 하느님께 빌어 얻고자 하는 것 한 평생 주님의 집에 산다는 그것/ 당신의 성전을 우러러보며 하느님의 사랑을 누리는 그것/ 불행한 날 이 몸을 당신 장막에 숨기고 그 장막 그윽한 곳에 나를 숨겨두시리라/ 이 내 마음 당신께 날마다 아뢰옵고 이 내 얼굴 당신을 찾고 있삽나이다.” 필라델피아 한인 공동체는 사제 모임이 잘 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해 주었습니다. 물고기는 물 이 없으면 살 수 없는 것처럼 사제들은 신자들의 기도와 사랑이 있기에 먼 타국에서도 잘 지낼 수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건강검진을 통해서 우리는 몸의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몸에 이상이 있으면 의사의 처방에 따라서 약을 먹기도 하고, 생활 습관을 개선하기도 합니다. 주교님과 대화하면서 교구의 현안들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서품을 받은 후 20년 가까이 보좌신부로 지내야 하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기도사제를 더욱 확대하는 방안이 있었습니다. 명동 성당에 있는 기도사제는 명동의 랜드 마크가 되었다고 합니다. 정해진 시간에 명동 성당에서 기도하고, 성당 주위를 수단을 입고 걸어 다니는 사제들에게 면담을 청하기도 하고, 함께 사진을 찍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교구는 특수사목 사제관에도 기도사제를 정하겠다고 합니다. 수도사제 출신인 교구장님의 영성이 느껴졌습니다. ‘협력사목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합니다. 몸과 마음이 아픈 사제들에 대한 도움도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덕망이 있는 사제와 함께 지내는 방안도 있었고, 전문가를 통한 상담도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잠시 쉬는 것만으로는 온전한 치유가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란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슬기로운 사제생활을 생각해 봅니다. 예전에 선배들은 3가지 슬기로운 사제생활의 덕목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첫 번째는 건강입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건강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규칙적인 생활입니다. 적당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가 중요합니다. 긍정적인 생각과 감사하는 마음이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두 번째는 지식입니다. 컴퓨터도 업그레이드를 해 주어야 하듯이 신학교에서 배운 지식도 계속 업그레이드 해 주어야 합니다. ‘시대의 징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우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책을 가까이 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기도입니다. 기도는 샘이 깊은 물과 같습니다. 기도는 뿌리가 깊은 나무와 같습니다. 기도하는 사제는 때로 고난과 시련이 찾아와도 흔들리지 않고 이겨낼 수 있습니다. 기도하는 사제는 유혹에 빠질지라도 곧 하느님께 의지하여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기도의 뿌리가 있어야 건강이라는 나무에서 지식은 열매 맺을 수 있습니다. 건강한 몸으로 시대의 징표를 깨닫고 기도하는 사제는 슬기로운 사제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를 말씀해 주고 계십니다. 우리가 자주 바치는 주님의 기도입니다. 주님의 기도에서 가장 큰 핵심은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성모님도 천사의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기도 했습니다. ‘이 몸은 주님의 종이오니 주님의 뜻이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예수님께서도 겟세마니 동산에서 이렇게 기도 했습니다. ‘아버지 이 잔을 제게서 치워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오.’ 성모님과 예수님은 철저하게 아버지의 뜻,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기도를 하셨습니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많은 어려움을 만나게 됩니다. 어려움이 없어지기를 기도하기 전에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청하는 기도를 하면 좋겠습니다.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 나가듯이,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듯이 우리는 살면서 고난과 역경을 만나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먼저 찾고, 유혹에 빠지지 말며, 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2.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강론

 

연중 제11주간 목요일

마태오 6,7-15

 

한없이 겸손하고 진솔하며 인간미 넘치는 사람!

 

결정적 회심 이후 바오로 사도가 얼마나 새로운 인간으로 재탄생되었는지를 본인이 저술한

여러 서한들을 통해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회심 이전의 그는 세상에서의 성공을 향한 열정과 집념으로 가득 차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산 헤드린을 비롯한 유다 지도층 인사들로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청년 지도자였습니다.

 

그러나 보십시오. 이제 세상을 향한 그의 열정은 하느님과 복음 선포를 향한 열정으로 뒤바뀌었습니다.

“나는 하느님의 열정을 가지고 여러분을 위하여 열정을 다하고 있습니다.”(코린토 2 11,2)

 

평생에 걸친 바오로 사도의 삶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삶의 키워드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열정이었습니다.

회심 이전 그는 율법을 공부하고 유다인들의 전통을 계승하는 데 있어 가장 열정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따라서 율법에 반하는 삶을 산다고 여긴 그리스도교인들을 체포하는데 가장 열정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바오로 사도의 열정이 이제는 주님을 사랑하는 열정, 자신에게 맡겨진 이방계 양떼를 사랑하는 열정,

복음을 향한 열정, 선교를 향한 열정으로 철철 흘러넘치게 되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한때 그토록 기고만장하고 자신감 뿜뿜 풍기던 그였는데, 이제는 하느님을 향해서나,

이웃을 향해서나, 자기 자신을 향해서나 한없이 겸손하고 진솔하며 인간미 넘치는 사람으로 변화되었습니다.

 

“내가 좀 어리석더라도 참아 주기를 바랍니다. 부디 참아 주십시오.”

 

“나는 결코 그 특출하다는 사도들보다 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가 비록 말은 서툴러도

지식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교황 교서나 주교님들 사목 서한을 읽어보았지만, 바오로 사도가 사용한 표현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내가 좀 어리석더라도 참아 주기를 바랍니다.”

“내가 비록 말은 서툴러도...”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서 있었던 강렬한 예수 그리스도 체험은 완고하고 뻣뻣하던 바오로를

세상 부드럽고 편안하고 자유롭게 변화시켰던 것입니다. 그는 더 이상 잘 난 체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편지를 쓰는데도 애써 거창하고 유려한 표현을 쓰기 위해 애쓰지도 않았습니다.

남들보다 더 뛰어난 체 하려고 어깨에 힘도 주지 않았습니다.

부족한 그대로의 나, 죄인인 그대로의 나를 가감 없이 표현한 것입니다.

 

초대 교회 공동체 안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목자, 요즘으로 치면 베드로 사도와 더불어

교황님 역할을 수행했던 바오로 사도였지만, 그는 교우들에게 조금도 신세 지지 않고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여러분에게 봉사하려고 여러 교회에서 보수를 받는 바람에 그들을 약탈한 꼴이 되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있을 때 나에게 필요한 것들이 있었지만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았습니다.”

 

오늘 내가 하느님과 그분의 나라를 향해 지니고 있는 열정은 어느 정도인지?

오늘 나는 얼마나 겸손하고 진실하며, 인간미 넘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누군가에게 민폐 끼치지 않고 부담주지 않는 청빈한 삶을 살고 있는지?


3. 이영근 신부 복음 묵상

 

230621. 성 알로이시오 곤자가 수도자 기념일.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마태 6,1)

 
산상설교에서 “의로움”은 중요한 주제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여섯 가지의 의로움에 대한 말씀을 마치신 다음, 여전히 “의로움”에 대한 연장선상에서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마태 6,1)

이는 의로움의 본질이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임을 말해줍니다. 곧 의로움이란 남에게 보이기 위한 처신인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앞에 놓인 처지임을 말해줍니다. 그러기에 하느님께서는 사람들 앞에 드러난 행동이나 결과를 보시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 생각을 보십니다.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의로운’ 생활의 중심은 세 가지였습니다. 그것은 ‘자선’과 ‘기도’와 ‘단식’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사람들은 의로움을 통하여 하느님과의 관계를 올바로 맺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의로움을 사람들에게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곧 의로움을 통해 하느님이 아닌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칭찬받고 보상받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혹 우리도 그렇지 않는지를 보아야 할 일입니다. 사실, 우리의 기도나 봉사나 사랑을 통해서도 그럴 수 있습니다. 만약 그것이 나의 경건함을 사람들에게 드러내는 도구가 되고 있다면 말입니다. 그것을 통해서, 하느님께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자신을 사람들에게 드러내고 있다면 말입니다. 진정, 우리는 겉모양이 그리스도인인 것이 아니라, 뼈 속에서부터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할 일입니다. 그러려면, 우리는 오늘 진정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의 현전을 마주하고 있어야 할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마태 6,6)이십니다.
 
오늘날 우리는 자기광고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거짓 광고는 오히려 자신을 파괴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일입니다. 아무리 드러내려 해도 드러내 지지 않는 것이 있고, 아무리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드러나는 것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적어도 하느님을 섬기는 척하지는 말아야 할 일입니다.
 
이런 점에서 오늘도 저는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사실, 저는 어둠이 아닙니다. 그러나 제가 어둠과 놀면 저도 어둠이 되고 말 것입니다. 또한 저는 빛이 아닙니다. 그러나 제가 빛 앞에 머무르면 저도 빛의 옷을 입게 될 것입니다. 저는 천사가 아닙니다. 그러나 하느님 앞에서 노래하고 하느님을 섬긴다면 천사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마귀가 아닙니다, 그러나 마귀의 영을 따라 산다면 마귀 같은 사람이 되고 말 것입니다.
 
하오니, 주님! 하지도 않은 선을 행한 것처럼 과시하지도,
저지른 악을 가리고 숨기며 거짓으로 치장하지도 않게 하소서!
마음의 단식으로 당신을 섬기게 하시고, 기도할 때 제 마음이 순결하게 하소서!
늘 빛이신 당신 앞에 머무르게 하시고, 당신의 영으로 차오르게 하소서. 아멘.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마태 6,1)
 
주님!
선을 과시하지 않고, 악을 거짓으로 치장하지 않게 하소서!
제 마음이 당신 사랑에 씻기어지고 마음의 단식으로 당신을 섬기게 하소서!
의로움을 사람들 앞에서 드러내지 않게 하시고, 마음이 기도로 순결하게 하소서!
오늘도 당신의 영으로 차오르고 당신 앞에 머무르게 하소서. 아멘.


4.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 강론

 

하느님 중심의 삶

-무욕의 맑고 향기로운 섬김의 삶-

 

"내 마음이 당신을 향하여 있사오니,

 주여, 이 종의 영혼에게 기쁨을 주소서."(시편86,4)

 

요즘 은은하고 그윽한 자귀나무꽃 향기가 한창입니다. 대추꽃 향기도 이와 비슷합니다. 꽃보다 향기맡고 찾아내는 꽃입니다. 멀리까지 그 향기가 미칩니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피어나는 자귀나무꽃말은 ‘가슴 두근 거림’, ‘환희’로 며칠전 써놓은 시가 생각납니다.

 

“자귀나무꽃

향기맡고 

찾아내는 꽃

 

한참가다

향기맡고 뒤돌아 보는 꽃

자귀나무꽃

 

존재의 향기

생명의 향기 

사랑의 향기

겸손의 향기

 

당신은 이런 분이시다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 말씀 묵상중 떠오른 시가 참 반가웠습니다. 참으로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아가는 무욕의 맑고 향기로운 사람을 상징하는 듯 했습니다. 꽃마다 향기가 있듯이 사람에게도 향기가 있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평생 한결같이 하느님 중심의 무욕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서는 그리스도의 향기가 납니다. 자귀나무꽃처럼 존재의 향기, 생명의 향기, 사랑의 향기, 겸손의 향기를 발산합니다. 은은하고 그윽한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

 

바로 오늘 기념하는, 꽃다운 23세 나이에 애덕활동중 병사病死한 예수회 신학생 성 알로이시오 곤자가가 그러합니다. 1585년 예수회에 입회하여 신학공부에 전념하던 차, 4년째 되던 해 1590년 로마 전역에 페스트가 퍼졌고, 헌신적으로 병자들을 간호하다 이듬해 3월초 자신도  페스트에 전염되어 같은 해 6월21일 23세의 젊은 나이로 선종합니다.

 

-성 알로이시오는 신중하고 분별력있게 모든 일을 잘 처리하는 뛰어난 학생이었습니다. 그는 수도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악습들을 극복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으며 자신의 자존심과 이기심을 이기기 위한 수련을 끊임없이 실천했습니다. 

 

그의 시성 절차는 빠르게 진행되어 1605년 교황 바오로 5세에 의해 시복되었고, 1726년 교황 베네딕도 13세에 의해 성인품에 올랐고 청소년의 수호성인으로 선포됩니다. 다음 임종 얼마전 어머니께 드린 편지도 얼마나 하느님 중심의 철저한 효심깊은 삶이었는지 감동적이라 그 일부만 인용합니다.

 

“존경하올 어머니, 성령의 은총과 끊임없는 위로를 누리시길 빕니다. 어머니이 편지가 제 손에 닿았을 때 저는 아직도 산 이들의 땅인 이 세상에 있었습니다. 이제 심혈을 기울여 산 이들의 나라에서 영원하신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는 천국을 갈망해야 합니다. 저로써는 벌써 그곳에 가 있고 싶었고 이미 그곳으로 여행을 떠난 줄로 진정코 생각했습니다.

 

존경하올 어머니, 어머니와 우리 온 가족이 제 죽음을 하느님의 기쁜 선물로 생각해 주십사고 간절히 희망하면서 이 모든 말씀을 드립니다. 제 희망의 성취인 그 항구를 향해 바다를 건너가는 동안 어머니께서 저를 친히 축복하시어 보호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아들로서 어머니께 바쳐야 하는 존경과 사랑을 더 확실히 보여 드릴 방도가 없기에, 어머니께 기꺼이 이 편지를 쓰게 된 것입니다.”-

 

놀랍습니다. 20대 초반에 이런 성덕에 도달해 있다니 성덕은 나이에 무관함을 느낍니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하느님 중심이 아닌 자기 중심의 이기적 삶을 산다면 성덕은 요원할 뿐이겠습니다. 

 

어제의 깨달음의 은총과 더불어 물리치료를 받게 된 감사한 사실도 나누고 싶습니다. 나름대로 주님의 전사로서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려고 노력했는데 수행생활에 허점이 있었던 듯 81.5kg 과체중이 되었습니다. 어쨌든 하느님 중심의 수행생활에 소홀했음이 분명합니다. 34세 수도원 입회시 62kg 이었는데 몇년후 68kg, 그리고 평균 74kg을 유지하던중 60대 중반을 넘어 80kg을 넘게 된 것입니다. 예전 초등학교 교편시절이나 서품때 사진은 지금과는 판이합니다. 

 

법정 스님의 수행자는 출가시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씀을 들을 때는 늘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만, 어제 뜻밖에 수도원 정원에서 봉사하는 참으로 하느님 중심의 삶에 한결같은 저보다 2세 연상의 세례자 요한 형제가 제가 대접한 배즙을 계기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약 보름간 체중감량을 위한 집중적 물리치료를 해주겠다 하여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원장수사에게 알렸더니 다음과 같은 짧은 답신도 받았습니다.

 

“최고입니다. 하느님 뜻입니다.”

 

하느님 중심의 무욕의 삶이 참으로 아름답고 매력적이며 맑고 향기롭습니다. 우리의 모든 수행이 결국은 하느님 중심의 삶을 확고히 하기 위함입니다. 바로 오늘 주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전통적인 수행인 자선과 기도, 단식을 통해 하느님 중심의 수행의 진수眞髓를 보여줍니다. 자기 중심의 수행과 하느님 중심의 수행이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1.“네가 자선을 베풀때에는, 위선자들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나팔을 불지 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네가 자선을 베풀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

 

올바른 자선에 대한 구체적 가르침이자 깨우침이 되는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불가의 성철 스님이 극찬했던 내용입니다. 인색함보다 추한 것은 없습니다. 인생 노년에 노욕에 인색함까지 더한다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숨겨진 자선의 선행은 하늘에 보물을 쌓는 일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교회 신도들에게 이런 자선의 실천을 강력히 권고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에게 모든 은총을 넘치게 주실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은 언제나 모든 면에서 모든 것을 넉넉히 가져 온갖 선행을 넘치도록 할 수 있게 됩니다. ‘그가 가난한 이들에게 아낌없이 내주니, 그의 의로움이 영원히 존속하리라.’ 성경에 기록된 그대로입니다.”

 

부익부 빈익빈의 진리가 영적 현실에도 그대로 통하니 바로 자선의 수행을 통해서입니다. 날로 내외적으로 부유해지는 하느님 중심의 자선의 삶입니다.

 

2.“너희는 기도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해서는 안된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회당과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 들이 받을 상을 이미 다 받았다.”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

 

3.“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표정을 짓지 마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얼굴을 찌푸린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너는 단식할 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

 

자기 중심과 하느님 중심의 수행이 얼마나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지요! 침통함, 심각함, 우울함은 결코 영성의 표지가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감쪽같이 자연스럽게 숨겨진 수행이 제일입니다.

 

자기 중심의 삶의 특징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무지하고, 외적이고, 육적이고, 부수적이고, 얕고, 닫혀있고, 드러나 있고, 허영, 교만으로 요약됩니다. 표리부동, 외화내빈의 삶이요, 주객전도, 본말전도의 무지에 눈먼 알맹이가 아닌 껍데기의 삶입니다. 결코 무지와 허무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결코 악순환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세상에, 우상에, 이기적 가아假我에 노예된 삶입니다. 아, 이건 사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을 잊으니 저절로 나도 잊습니다. 완전히 뿌리없이 표류하는 좀비같은 유령같은 삶입니다. 

 

반면 하느님 중심의 삶은 참사람이, 성인이,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합니다. 지혜롭고, 내적이고, 영적이고, 본질적이고, 깊고, 하느님과 이웃과 나에 활짝 열려있고, 숨겨져 있고, 진실, 겸손으로 특징지어 집니다. 말그대로 무욕의 맑고 향기로운 삶이요 아름답고 매력적인 삶에 존재의 향기, 생명의 향기, 사랑의 향기, 겸손의 향기를 발산하니 그대로 그리스도의 향기요 천리향, 만리향같은 존재들입니다. 

 

이런 이들이 진정 신비가요 관상가요 영성가요 각자覺者요 현인이요 내적 자유에 내적 부요의 참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여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하늘 나라를 사는 이들입니다. 하느님 중심의 부단한 수행과 더불어 마음의 순수요 자유로움입니다. 그러나 자유는 최종 목적이 아니라 사랑의 섬김입니다. 하느님과 이웃을 위한 사랑의 섬김에서 비로소 완성되는 참 자유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영적 삶은 은총이자 선택이자 훈련이자 습관입니다. 두말할 것 없이 하느님 중심의 삶을 선택하여 이에 따라 자선, 기도, 단식은 물론 모든 수행의 부단한 자발적 훈련을 습관화하시기 바랍니다. 날로 주님을 닮아 참나의 실현이 이뤄질 것이며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결정적 도움을 줍니다.

 

"하느님 내 주시여,

 이 마음 다하여 감사하리이다.

 영원토록 당신 이름을 찬양하리이다." (시편86,12). 아멘.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


  [6/22(목) 연중 제11주간 목요일, 되새김 구절]

 

1. 성모님과 예수님은 철저하게 아버지의 뜻,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기도를 하셨습니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많은 어려움을 만나게 됩니다. 어려움이 없어지기를 기도하기 전에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청하는 기도를 하면 좋겠습니다. (조재형 신부)

 

2. 오늘 내가 하느님과 그분의 나라를 향해 지니고 있는 열정은 어느 정도인지?

오늘 나는 얼마나 겸손하고 진실하며, 인간미 넘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누군가에게 민폐 끼치지 않고 부담주지 않는 청빈한 삶을 살고 있는지?(양승국 신부)

 

3.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마태 6,1)
 
주님!
선을 과시하지 않고, 악을 거짓으로 치장하지 않게 하소서!
제 마음이 당신 사랑에 씻기어지고 마음의 단식으로 당신을 섬기게 하소서!
의로움을 사람들 앞에서 드러내지 않게 하시고, 마음이 기도로 순결하게 하소서!
오늘도 당신의 영으로 차오르고 당신 앞에 머무르게 하소서. 아멘.(이영근 신부)

 

4. 오늘 기념하는, 꽃다운 23세 나이에 애덕활동중 병사病死한 예수회 신학생 성 알로이시오 곤자가가 그러합니다. 1585년 예수회에 입회하여 신학공부에 전념하던 차, 4년째 되던 해 1590년 로마 전역에 페스트가 퍼졌고, 헌신적으로 병자들을 간호하다 이듬해 3월초 자신도  페스트에 전염되어 같은 해 6월21일 23세의 젊은 나이로 선종합니다.

 

-성 알로이시오는 신중하고 분별력있게 모든 일을 잘 처리하는 뛰어난 학생이었습니다. 그는 수도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악습들을 극복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으며 자신의 자존심과 이기심을 이기기 위한 수련을 끊임없이 실천했습니다. 

 

그의 시성 절차는 빠르게 진행되어 1605년 교황 바오로 5세에 의해 시복되었고, 1726년 교황 베네딕도 13세에 의해 성인품에 올랐고 청소년의 수호성인으로 선포됩니다.(이수철 신부)

 

  [6/22(목) 연중 제11주간 목요일, 제 180일 기도]

 

하느님! 임마누엘 하느님!

선을 과시하지 않고, 악을 거짓으로 치장하지 않게 하소서.

의로움을 사람들 앞에서 드러내지 않게 하시고,

마음이 기도로 순결하게 하소서!

아멘.

 

- 2023년 6월22일(목) 5시30분...수산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