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14일(금) 오늘의 글/시]
비 온 뒤 어느 날
/ 이해인 수녀님
비 온 뒤 어느 날
은행나무를 흔드는 바람소리가
오늘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입니다
비에 쓰러졌던 꽃나무들이
열심히 일어서며 살아갈 궁리를 합니다
흙의 향기 피어오르는 따뜻한 밭에서는
감자가 익어가는 소리
엄마는 부엌에서 간장을 달이시고
나는 쓰린 눈을 비비며 파를 다듬습니다
비온 뒤의 햇살이 찾아 준
밝은 웃음을 나누고 싶어
아아 아아 감탄사만 되풀이해도 행복합니다
마음이여 일어서라 꽃처럼 일어서라
기도처럼 외워보는 비온 뒤의 고마운 날
나의 삶도 이젠 피아노소리 가득한
음악으로 일어서네요
[박수현의 꽃] 하늘에 닿을 듯
능소화는 한자어 ‘능가할 능(凌)’에 ‘하늘 소(소)’를 붙였습니다. 중국 명나라 때 본초학자 이시진이 엮은 약학서인 『본초강목』풀이는 ‘나무에 기대어 자라며 높이가 수장에 달하여 예로부터 능소라 한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능소화는 담쟁이 덩굴처럼 줄기의 마디에 흡착근이 있어 큰 나무나 벽을 타고 오르면서 자라는데 그 길이가 10m에 이르는데,
그 덩굴에 큼직한 꽃이 수백 송이나 달리니 그 기세가 하늘에 이를 듯 하다고 본 듯합니다.
능소화는 한 번에 꽃이 피었다 지는 게 아니라 초여름부터 늦여름까지 꽃이 지고 나면 또 피고, 또 피고 하기에 여름 내내 싱싱한 주황색의 아름다운 꽃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옛사람들은 능소화를 명예와 영광을 상징한다고 보아서인지 ‘양반꽃’이라 불렀습니다.
평민들이 능소화를 기르다 적발되면 관아로 끌려가서 매를 맞았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능소화는 그 생명력과 번식력이 대단합니다. 가지를 잘라 땅에 심어두면 벽을 뒤 덮을 정도의 능소화를 볼 수 있습니다.
아마 능소화가 꺾꽂이 식물이기에 양반집에서 기르는 능소화 가지를 꺾어가지 못하도록 한 듯합니다.
하지만 능소화 꿀에는 독성이 있습니다. 갓 채취된 꿀은 괜찮은데 48시간 이후부터 독성이 생긴다고 합니다. 오래된 꿀을 먹거나 장시간 피부 노출이 되는 건 피해야 합니다.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면 실명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산림청 연구에 따르면 능소화 꽃가루는 갈고리 모양이 아닌 그물망 모양이라 눈에 닿아도 실명시킬 만큼 위험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능소화의 영어명은 악기 트럼펫을 닮은 꽃들이 넝쿨져 있다고 보아서인지 ‘Chinese trumpet creeper’입니다.
능소화의 꽃말은 명예 영광 여성 기다림 그리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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