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묵]2023년 11월 11일 토요일[(백)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일]/신부님 강론 4개
오늘 전례
입당송
주님이 말씀하신다. 내가 믿음직한 사제를 세우리니, 그는 내 마음과 생각에 따라 행동하리라.
본기도
복된 마르티노 주교는 그 삶과 죽음으로 하느님께 영광을 드렸으니
저희에게 놀라우신 은총을 새롭게 베푸시어
살아서도 죽어서도 하느님의 사랑을 떠나지 않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
제1독서
▥ 사도 바오로의 로마서 말씀입니다.16,3-9.16.22-27
형제 여러분, 3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나의 협력자들인
프리스카와 아퀼라에게 안부를 전해 주십시오.
4 그들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내 목숨을 구하여 주었습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민족들의 모든 교회가 그들에게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5 그들의 집에 모이는 교회에도 안부를 전해 주십시오.
내가 사랑하는 에패네토스에게 안부를 전해 주십시오.
그는 아시아에서 그리스도를 믿은 첫 번째 사람입니다.
6 여러분을 위하여 애를 많이 쓴 마리아에게 안부를 전해 주십시오.
7 나의 동포이며 나와 함께 감옥에 갇혔던
안드로니코스와 유니아에게 안부를 전해 주십시오.
그들은 뛰어난 사도로서 나보다 먼저 그리스도를 믿은 사람들입니다.
8 내가 주님 안에서 사랑하는 암플리아투스에게 안부를 전해 주십시오.
9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의 협력자인 우르바노와
내가 사랑하는 스타키스에게 안부를 전해 주십시오.
16 거룩한 입맞춤으로 서로 인사하십시오.
그리스도의 모든 교회가 여러분에게 안부를 전합니다.
22 이 편지를 받아쓴 저 테르티우스도 주님 안에서 여러분에게 인사합니다.
23 나와 온 교회의 집주인인 가이오스가 여러분에게 인사합니다.
이 도시의 재정관 에라스토스,
그리고 콰르투스 형제가 여러분에게 인사합니다.
(24)·25 하느님은 내가 전하는 복음으로, 곧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선포로,
또 오랜 세월 감추어 두셨던 신비의 계시로
여러분의 힘을 북돋아 주실 능력이 있는 분이십니다.
26 이제는 모습을 드러낸 이 신비가 모든 민족들을 믿음의 순종으로 이끌도록,
영원하신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예언자들의 글을 통하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27 홀로 지혜로우신 하느님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영원토록 영광이 있기를 빕니다. 아멘.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화답송
◎ 저의 임금이신 하느님, 영영 세세 당신 이름을 찬미하나이다.
○ 나날이 당신을 찬미하고, 영영 세세 당신 이름을 찬양하나이다. 주님은 위대하시고 드높이 찬양받으실 분, 그분의 위대하심 헤아릴 길 없어라. ◎
○ 세대가 세대를 이어 당신 업적을 기리고, 당신 위업을 널리 전하리이다. 당신의 위엄 그 찬란한 영광을 이야기하고, 당신의 기적을 노래하리이다. ◎
○ 주님, 모든 조물이 당신을 찬송하고, 당신께 충실한 이들이 당신을 찬미하나이다. 당신 나라의 영광을 노래하고, 당신의 권능을 이야기하나이다. ◎
복음 환호송
◎ 알렐루야.
○ 예수 그리스도는 부유하시면서도 우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시어 우리도 그 가난으로 부유해지게 하셨네.
◎ 알렐루야.
복음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6,9ㄴ-15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9 “불의한 재물로 친구들을 만들어라.
그래서 재물이 없어질 때에
그들이 너희를 영원한 거처로 맞아들이게 하여라.
10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한 사람은 큰일에도 성실하고,
아주 작은 일에 불의한 사람은 큰일에도 불의하다.
11 그러니 너희가 불의한 재물을 다루는 데에 성실하지 못하면,
누가 너희에게 참된 것을 맡기겠느냐?
12 또 너희가 남의 것을 다루는 데에 성실하지 못하면,
누가 너희에게 너희의 몫을 내주겠느냐?
13 어떠한 종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
한쪽은 미워하고 다른 쪽은 사랑하며,
한쪽은 떠받들고 다른 쪽은 업신여기게 된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
14 돈을 좋아하는 바리사이들이 이 모든 말씀을 듣고 예수님을 비웃었다.
15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사람들 앞에서 스스로 의롭다고 하는 자들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너희 마음을 아신다.
사실 사람들에게 높이 평가되는 것이 하느님 앞에서는 혐오스러운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예물기도
거룩한 마르티노 주교를 공경하며 주님께 기꺼이 바치는
이 예물을 거룩하게 하시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저희를 주님께 이끌어 주소서.
우리 주 …….
영성체송
주님이 말씀하신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가장 작은 내 형제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영성체 후 묵상
영성체 후 기도
일치의 성사로 힘을 얻은 저희가
모든 일에서 주님의 뜻을 충실히 따르고
복된 마르티노 주교를 본받아 자신을 기꺼이 주님께 봉헌하게 하소서.
우리 주 …….
오늘의 묵상
1.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강론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일
휴가 중에 서울 ME 총회에 참석했습니다. 생각하니 휴가 중에 성지순례가 10일 있었고, 조카의 혼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ME 총회에도 참석했습니다. 저는 2005년에 ME 주말을 체험했습니다. 어느덧 18년이 되었습니다. ME 주말 발표사제를 했었고, 서서울 지역 ME 대표, 한국 ME 부대표를 하다가 2019년 뉴욕으로 왔습니다. 뉴욕에서도 2020년에 동북부 ME 대표사제를 맡았습니다. ME 총회에서 반가운 얼굴들을 보았고, 더 나은 세상, 화목한 부부를 이루려는 ME 부부들의 열정도 보았습니다. ME 봉사의 ‘정년’을 맞이하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이제 막 ME 발표를 시작한 부부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모임 중에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었는데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결혼한 부부 중에 50%는 이혼한다고 합니다. 성당에서 관면 혼배라도 한 부부는 30% 정도 이혼한다고 합니다. 주일 미사에 참례하며 신앙생활을 하는 부부는 10% 정도 이혼한다고 합니다. 성당에서 봉사하며, 열심히 활동하는 부부는 0.1% 정도 이혼한다고 합니다.” 저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신앙생활과 봉사활동이 부부생활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새삼 알았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복음 선포에 큰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의 이름을 소개합니다. 그들의 이름은 200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기억되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소개한 이들의 이름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나의 협력자들인 프리스카와 아퀼라에게 안부를 전해 주십시오. 그들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내 목숨을 구하여 주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에패네토스에게 안부를 전해 주십시오. 그는 아시아에서 그리스도를 믿은 첫 번째 사람입니다. 나의 동포이며 나와 함께 감옥에 갇혔던 안드로니코스와 유니아에게 안부를 전해 주십시오. 그들은 뛰어난 사도로서 나보다 먼저 그리스도를 믿은 사람들입니다. 내가 주님 안에서 사랑하는 암플리아투스에게 안부를 전해 주십시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의 협력자인 우르바노와 내가 사랑하는 스타키스에게 안부를 전해 주십시오. 이 편지를 받아쓴 저 테르티우스도 주님 안에서 여러분에게 인사합니다. 나와 온 교회의 집주인인 가이오스가 여러분에게 인사합니다.” 바오로 사도가 소개한 사람은 모두 10명입니다. 이들의 열정과 헌신이 있었기에 바오로 사도는 복음을 선포하고, 교회를 세울 수 있었습니다.
저의 뉴욕생활에도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신문사의 일을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신문사의 형광등을 LED 등으로 교체해 주신 분도 있습니다. 차고의 천막을 새롭게 단장해 주신 분도 있습니다. 매달 독자들에게 구독신청서를 보내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의 도움이 있기에 저는 잘 지낼 수 있습니다. LA에 가면 언제나 기쁜 얼굴로 대해 주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제게 머물 수 있는 숙소를 마련해 주시고, 차량봉사를 해 주십니다. 덕분에 LA에 가서 편하게 신문홍보를 할 수 있습니다. 부르클린 한인 성당에도 봉사자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매주 미사 후에 친교를 나눌 수 있도록 준비해 줍니다. 가끔씩 사제관 청소도 해 줍니다. 맛있는 반찬도 마련해 줍니다. 그분들의 도움이 있기에 저는 기쁜 마음으로 부르클린 성당으로 갈 수 있습니다. 동북부 ME에도 열정적으로 헌신하는 부부들이 많았습니다. 그분들의 도움으로 팬데믹의 강을 건널 수 있었습니다. 피정, 소풍, 주말체험, 월례회의를 준비해 주었습니다. 바오로 사도처럼 실명으로 이름을 밝히지는 않지만 하느님께서는 그분들의 열정과 헌신을 이미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한 사람은 큰일에도 성실하고, 아주 작은 일에 불의한 사람은 큰일에도 불의하다.” 우리들의 열정과 헌신으로 하느님의 나라에 이름이 기록될 수 있도록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2.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강론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일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는 표현을 자주합니다. 이 사람 저 사람, 똑같은 제목으로 쓴 책들이 돌아다닙니다. 길지 않지만,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우리네 인생, 누구에게나 삶이 크게 전환되는 반전의 기회가 몇 번씩 찾아옵니다.
때로 한 존재와의 만남을 통해, 때로 예기치 않았던 사건 사고를 통해, 때로 깊은 바닥 체험을 통해, 생각지도 못한 고통과 십자가를 통해, 우리네 삶은 크게 출렁거리지만, 그로 인해 우리 삶이 크게 변화되기도 하고, 크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기도 합니다.
돌아보니 제 경우도 여러분 그런 순간이 있었습니다. 사방이 높은 벽으로 가로막힌 듯한 느낌 속에 삶이 온통 짙은 회색빛이던 젊은 시절, 한 고마운 존재와의 만남은 저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어놓았고, 절망 속에서 희망을 갖게 했습니다.
난데없이 내게 다가온 병고라든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가까운 사람들과의 사별, 그로 인한 쓰디쓴 바닥 체험은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임을 알게 해주었고, 인생에 있어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알게 해주었습니다.
돌아보니 하느님께서는 우리네 인생 여러 길목에 꼭 필요한 순간, 꼭 필요한 맞춤형 터닝 포인트들을 준비해주셨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오늘 축일을 맞이하시는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님의 생애 역시 이런저런 인생의 티닝 포인트들이 즐비했습니다. 보통 주교님들은 독실한 그리스도교 신앙인 가정 출신이 대부분인데, 마르티노 주교님은 이교인 가정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젊은 시절 마르티노의 꿈은 군인으로서 성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로마 유학을 끝낸 다음 장교가 되어 승승장구하는 장밋빛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의 인생을 확 뒤집어놓는 터닝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추운 겨울, 말을 타고 가던 청년 장교 마르티노는 추위에 와들와들 몸을 떨고 있던 걸인을 만나게 됩니다. 따뜻한 측은지심의 소유자였던 그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다는 것을 알고 좌절합니다.
그러자 마지막 방법을 선택합니다. 자신의 허리에 차고 있던 장검을 꺼내 자신이 입고 있던 외투를 반으로 자른 다음, 반은 자신이 걸치고, 반은 그 걸인에게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마르티노의 꿈에 예수님이 나타나셨는데, 자신이 반으로 잘라 걸인에게 준 바로 그 옷을 걸치고 계셨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그는 큰 충격에 사로잡혀 자신의 삶을 스스로 뒤집습니다.
이 특별한 사건은 마르티노의 삶을 성직에로 이끌었습니다. 사제가 되고 파리 근처 투르의 주교로 임명되었습니다. 그는 특별한 체험이 남긴 교훈을 평생토록 잊지 않고 자신의 사목 생활에 충실히 반영했습니다.
한평생에 걸친 마르티노 주교님의 모토는 마태오 복음 25장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마태 25, 34-36)
사제가 된 마르티노는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이웃 사람들을 개종시키는데 헌신했습니다. 당시 아리아파와 같은 이단이 횡행하던 시절이었기에 그의 복음 선포 활동은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교도들에게 매를 맞고 쫓겨나는 봉변도 부지기수로 당했습니다. 이교도들의 탄압이 극심할 때면 그는 깊은 산속에 들어가 기도 생활에 전념했습니다. 이때 그의 탁월한 인품과 영성에 대한 소문을 듣고 많은 청년들이 찾아와 수도공동체가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마르티노 주교님이 지니셨던 가난한 이웃을 향한 따뜻한 마음, 큰 측은지심이 오늘 우리네 마음 깊은 곳에 큰 울림으로 남아, 작은 사랑의 실천을 계속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3. 이영근 신부 복음 묵상
231110. 성 대 레오 교황 학자 기념일.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루카 16,13).
현대인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 중의 하나는 우선 ‘돈’이라는 재물일 것입니다. 사람들은 복권을 사들고 일확천금을 꿈꾸기도 하고, 돈을 쫓다가 살인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돈이 주는 순 기능도 있습니다. 그러나 돈의 역기능은 사회를 병들게 하고 인간을 파괴시키기도 합니다. 사실, 재물은 우리에게 선물임과 동시에 족쇄가 되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약은 집사의 비유”는 재물과 맺는 관계가 하느님과 이웃들과의 관계 맺음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말해줍니다.
사실, 주인의 재물을 맡아 관리하던 집사는 관리인으로서의 자신의 신원을 망각하고 관리를 맡긴 분의 뜻을 거역하고, 맡겨진 재물을 자신의 뜻에 따라 쓰고 낭비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주인이 그를 “집사 일을 그만두게” 하자, 그는 그때서야 비로소 자신이 ‘원래 있던 자리’와 ‘지금 있는 자리’, 그리고 ‘앞으로 가야 할 자리’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지금 ‘이 순간, 이 자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질문하고 답합니다.
“어떻게 하지? ~옳지, 이렇게 하자. ~사람들이 나를 저희 집으로 맞아들이게 해야지.”(루카16,3-4)
그는 비록 불의한 관리인이었지만, 지혜로운 길을 택했습니다. 그는 잔머리를 굴려 마지막 한 몫을 더 챙기려하지 않고, 오히려 재물을 나누었습니다. 쌓아놓은 재물을 나누고, 움켜쥐었던 것을 내주었습니다. 횡령하고 착복했던 것을 아낌없이 퍼주었습니다. 주인처럼, 아버지처럼 아낌없이 베풀고 나누어줍니다. 이 비유는 우리에게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는 어떤 사람이겠느냐?”(루카 12,42)라는 질문을 떠올려 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의 이어지는 부분에서, 이 비유를 해설하면서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남의 것을 다루는 데에 성실하지 못하면, 누가 너희에게 너희의 몫을 내어주겠느냐?”(루카 16,12)
그러니, 이 비유는 결코 약삭빠른 청지기의 처신이나 비윤리적인 행위를 칭찬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세상의 자녀들도 닥쳐올 일에 대해 민첩하게 대처하건만, 그렇지 못하고 있는 곧 닥쳐올 일에 대해 민첩하게 대처하지 않는 빛의 자녀들의 삶에 대한 경고입니다.
사실, 자신에게 맡겨진 재물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고, 어떻게 관계를 맺는가는 신앙의 진실성을 드러내주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자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맡겨진 재물이 지금 우리에게 용서와 화해와 우정을 불러일으키고 있는가?
아니면, 우리 사이에 압박과 침해와 불목을 불러일으키고 있는가?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루카 16,13). 아멘.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어떻게 하지? ~옳지, 이렇게 하자.”(루카 16,3-4)
주님!
제가 당신께 죄를 지었습니다.
당신 재물과 소유를 횡령했습니다.
제 자신을 마치 저의 것인 양 횡령했습니다.
입으로는 당신을 주님이라 고백하면서도 제 자신을 주인인 양 섬겼습니다.
하오나, 주님!
당신이 맡기신 이 몸은 당신의 것이오니, 당신이 저의 주님입니다.
저를 옭아매는 자애심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아멘.
4.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 강론
231110. 성 대 레오 교황 학자 기념일
-하느님의 자녀답게-
"주님은 하느님, 너희는 알라,
우리를 내셨으니, 우리는 당신의 것,
당신 백성이어라, 기르시는 양뗴이어라."(시편100,3)
어느 때보다 북두칠성 또렷이 빛나는 만추의 새벽 밤하늘입니다. 참으로 기도에 전념해야할 11월 위령성월입니다. 살아 있음이 축복이자 은총입니다. 무한한 사랑의 빚을 지고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무지의 어둠에서 벗어나 깨어 빛으로 살라고, 사랑하라고, 기도하라고, 찬미하라고, 감사하라고, 회개하라고, 보속하라고 연장되는 우리의 날들입니다. 11월 위령성월은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달이자 더욱 우리 삶을 추스르며 깨어 살아야 하는 달입니다.
“자신의 희망을 하느님께 두라.”(성규4,41)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라.”(성규4,47)
문득 떠오른 베네딕도 성인의 말씀입니다. 이렇게 살아야 깨어 하루하루 거품이나 환상이 걷힌 본질적 깊이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약은 집사의 비유’입니다.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며 참으로 충실하고 슬기로운 삶을 위한 반면교사가 됩니다. 그의 미래에 대처한 민첩성을 배우라는 것이지 그의 삶을 배우라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그에게 주목할 것은 그가 “어떻게”대처했느냐 이지 그가 “무엇을”했느냐가 아닙니다.
불의한 집사는 미구 닥칠 위험에 대비하여 참으로 신속하고 과감하게 결행합니다. 주인에게 빚진 자들을 임의대로 과감히 탕감해 줍니다. 그런데 주인은 이런 불의한 집사를 칭찬합니다. 그가 영리하게 대처하였기 때문입니다. 복음 사가는 다음과 같이 예수님 심중을 전합니다.
“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
세례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 믿는 이들은 세상속에 살지만 빛의 자녀들입니다. 영적일수록 현실적이라 했습니다. 빛의 자녀들 역시 분발하여 미래에 대처하여 약은 불의한 집사와는 달리 하루하루 충실하고 슬기롭게 살아야 할 것입니다. 위기에 민첩하게 대처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삶의 태도를 배워야 하겠고 그의 태만하고 무책임했던 과거의 삶은 철저히 배격해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최고, 최상의 미래에 대한 대책이겠습니까? 하루하루 한결같이 정의와 평화의 삶, 사랑과 지혜의 삶, 찬미와 감사의 삶, 회개와 보속의 삶, 맡은 사명을, 책임을 다하는 삶이겠습니다. 하루하루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주님의 종으로서, 하느님의 자녀로서 최선을 다하는 진인사대천명의 삶입니다. 말그대로 성인다운 삶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배울 삶의 롤모델은 약은 집사가 아니라 충실하고 슬기로운 주님의 종, 제1독서의 주인공 바오로 사도요, 오늘 기념미사를 봉헌하는 위대한 성인 대 레오 교황 학자입니다. 여기에 저는 또 한 분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1940년 11월1일 모든 성인 대축일에 위대한 신학자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신부에게 세례를 받고 그와 평생 영적 교류를 갖었던 기도의 사람, 아드리엔 폰 슈파이어 여사입니다. 의사였던 그녀의 임종을 앞둔 시기에 대한 묘사입니다.
‘건강이 점점 약해지던 그녀는 기력이 없어 더 이상 환자들을 진료하기가 어려워졌다. 결국 1950년대 중반에 의료행위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 후로도 기도하고, 뜨개질을 하고, 편지를 쓰고, 책을 읽으며 활동하던 슈파이어는 죽음을 앞두고 “죽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라고 말하였다. 그 이유는 오직 하느님만이 우리 앞에 계시기 때문이었다. 1967년 9월17일, 그녀가 세상을 떠난 그날은 빙엔의 힐데가르트 축일이었다. 슈파이어의 전 생애는 전적으로 하느님께 순명하고 하느님의 사랑으로 스며드는 삶이었다.’(기도의 세계, 569쪽)
복음의 약은 집사와는 너무나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참 충실하고 슬기로운 슈피이어 여사입니다. 얼마나 거룩하고 아름다운 성녀다운 삶인지요! 제1독서 로마서의 바오로 사도의 겸손과 그 사명에 전력투구하는 삶은 얼마나 거룩하고 아름다운지요!
“이 은총은 내가 다른 민족들을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님의 종이 되어,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는 사제직을 수행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다른 민족들이 성령으로 거룩하게 되어 하느님께서 기꺼이 받으시는 제물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을 위하여 일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깁니다...이와같이 나는 그리스도께서 아직 알려지지 않으신 곳에 복음을 전하는 것을 명예로 여깁니다.”
주님의 종으로서 복음 선포를 자랑으로 여기며, 명예로 여기며 시종여일, 한결같이 복음 선포의 사명을 다한 바오로의 한평생 거룩하고 아름다운 삶이 무한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섭리와 사랑의 하느님은 그 시대에 맞게 당신의 종들을 보내십니다.
오늘 기념하는 대 레오 교황학자가 바로 그런 분입니다. 정말 위대한 교황입니다. 재위 21년 동안의 업적은 정말 불가사의, 놀랍습니다. 교황 베네딕도 16세는 “의심할 여지없이 교회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인물중 하나”라고 평합니다. 제45대 교황으로 재위 21년 동안 총명한 두뇌와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해 가톨릭 교회를 넘어서 유럽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인물중 하나로 거론되며 대교황의 칭호를 받은 첫 번째 교황입니다.
교황님 재위 기간은 게르만 민족의 대 이동과 더불어 서로마 제국이 위기에 봉착한 시대였습니다. 교황은 훈족과 반달족의 침공을 받았을 때 용감하고 지혜롭게 이들로부터 로마를 구출하여 교황의 권위와 위엄을 로마시민들에게 깊이 각인시켰습니다. 사자라는 레오 이름 뜻대로 지칠줄 모르는 열정의 교황이었으며, 교황에 대한 평가는 위대한 행정가, 신앙의 보존자, 고대 교회의 초석을 놓은 교황으로 요약됩니다.
내우외환, 서로마제국의 붕괴로 정치적 사회적 불안과 교회 역시 여러 가지 이단 사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상황에서 신학적, 사목적, 정치적 난제들을 훌륭하게 해결해 냈던 그는 대내적으로 로마 교회의 최고 통치권 기반을 확립한 수장이었고, 대외적으로는 사실상 로마의 수호자로서 황제 역할까지 했던 당시 서방 유럽 안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습니다.
교황은 교회학자라는 칭호을 받을 정도로 173편의 서간들과 100여편의 강론집을 남겼습니다. 교부시대의 마지막 교황으로서 그의 문체는 레오 문체라고 불릴 정도로 수세기 동안 교회 문학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레오 1세와 같은 예술같은 서간을 쓰거나 강론한 교황은 역시 대교황 그레고리오 1세가 나타나기 전까지 150년 동안 없었습니다.
안팎으로 백척간두에 처해있던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뛰어난 무수한 서간과 강론을 남길 수 있었던지 하느님의 각별한 은총에 감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말 하느님께서 교회를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훌륭히 수행해온 레오 대교황은 교회를 넘어 세속의 황제 역할 까지 하며 로마를 구하고 유럽을 수호했던 참으로 위대한 교황이었습니다. 가톨릭 교회는 당시 과거 로마제국의 역할까지 떠맡아야 했던 부득이한 상황이었습니다. 하르나크의 말과 같이 이제 로마교회는 종교적 의미에서 서로마제국이었고, 로마주교는 사실상의 황제였습니다. 가톨릭 교회의 이런 역사적 상황을 이해할 때 오해도 많이 해소될 것입니다.
우리가 오늘 복음의 약은 집사로부터 배울 바는 미래에 신속히 대처하여 유비무환의 자세로 맡은 바 주님의 종으로서, 하느님의 자녀로서 사명을, 책임을 다하는 것입니다. 방금 예로들었던 바오로 사도, 위대한 대교황 레오1세, 그리고 간략히 소개했던 슈파이어 여사처럼 말입니다.
11월 위령성월, 죽음을 묵상하며 하루하루 날마다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각자 삶의 자리에서 주님의 종으로, 하느님의 자녀로서 크던 작던 깨어 주어진 책임을 다하면 됩니다. 정의와 평화, 사랑과 지혜, 찬미와 감사, 회개와 보속, 그리고 맡은 사명을, 책임을 다하는 거룩하고 아름다운 삶입니다. 이렇게 살라고 연장되는 하루하루 선물로 주어지는 날들입니다. 날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이렇게 살도록 도와 주십니다.
"주님 좋으시다, 영원하신 그 사랑,
당신의 진실하심, 세세에 미치리라."(시편100,5). 아멘.
11/11(토)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일, 되새김 구절
1. 오늘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한 사람은 큰일에도 성실하고, 아주 작은 일에 불의한 사람은 큰일에도 불의하다.” 우리들의 열정과 헌신으로 하느님의 나라에 이름이 기록될 수 있도록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조재형 신부)
2. 한평생에 걸친 마르티노 주교님의 모토는 마태오 복음 25장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마태 25, 34-36)
마르티노 주교님이 지니셨던 가난한 이웃을 향한 따뜻한 마음, 큰 측은지심이 오늘 우리네 마음 깊은 곳에 큰 울림으로 남아, 작은 사랑의 실천을 계속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양승국 신부)
3.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어떻게 하지? ~옳지, 이렇게 하자.”(루카 16,3-4)
주님!
제가 당신께 죄를 지었습니다.
당신 재물과 소유를 횡령했습니다.
제 자신을 마치 저의 것인 양 횡령했습니다.
입으로는 당신을 주님이라 고백하면서도 제 자신을 주인인 양 섬겼습니다.
하오나, 주님!
당신이 맡기신 이 몸은 당신의 것이오니, 당신이 저의 주님입니다.
저를 옭아매는 자애심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아멘.(이영근 신부)
4. 11월 위령성월, 죽음을 묵상하며 하루하루 날마다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각자 삶의 자리에서 주님의 종으로, 하느님의 자녀로서 크던 작던 깨어 주어진 책임을 다하면 됩니다. 정의와 평화, 사랑과 지혜, 찬미와 감사, 회개와 보속, 그리고 맡은 사명을, 책임을 다하는 거룩하고 아름다운 삶입니다. 이렇게 살라고 연장되는 하루하루 선물로 주어지는 날들입니다.
(이수철 신부)
11/11(토)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일, 제322일 기도
복음
<너희가 불의한 재물을 다루는 데에 성실하지 못하면 누가 너희에게 참된 것을 맡기겠느냐?>
한평생에 걸친 마르티노 주교님의 모토는 마태오 복음 25장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마태 25, 34-36)
마르티노 주교님이 지니셨던 가난한 이웃을 향한 따뜻한 마음, 큰 측은지심이...
오늘 나의 마음 깊은 곳에 큰 울림으로 남아,
작은 사랑의 실천을 계속해나갈 수 있게 하소서.
- 2023년 11월11일(토) 7시20분...수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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