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17일(수) 오늘의 글/시]
시간이 지날수록 더 / 따뜻한 하루[295]
은퇴 이후에 저희 부부는 고향으로 귀농했습니다.
어느 날 비닐하우스에서 마늘 싹 꺼내는 작업을 하다,
아내는 몸이 안 좋은지 일찍 집으로 돌아와 누워있더군요.
"밥도 안 먹고 왜 누워있어?" 하고 아내에게 궁금해서 묻자,
잠시 머뭇거리더니 “여기 배 좀 만져 봐." 하며 말을 잇습니다.
"여보 당신도 나처럼 그래? 봄부터 여기가 불룩 튀어나와 있어."
반신반의하며 찾아간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말기 간암증세로 보입니다, 빨리 큰 병원으로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대학병원에서 간암 말기라는 최종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내는 이식도 어렵고 항암치료도 효과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3개월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선고를 했습니다.
이후 병원에 입원한 아내를 간호하며 매일 기저귀 8장을 받아내면서,
물티슈로 얼굴과 몸을 정성으로 닦으면서 저는 아내에게 속삭였습니다.
"여보... 정말 정말 미안해...
고생만 시켜... 정말 정말 미안해...
함께해 줘서 고마워... 정말 정말 미안해!"
아내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더니 병원 복도가 울리도록 너무나 쩌렁쩌렁 슬프게 울었습니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더는 대화를 나누지 못한 채 아내는 54세 나이에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지금 너무너무 보고 싶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내가 더 보고 싶습니다.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아내를 꿈속에서라도 보고 싶습니다.
이런 슬픈 사연 들으면, 우리 하느님 야속하기까지 느껴집니다.
이런 슬픈 사연 들으면, 우리 성모님 품으로 달려가고 싶습니다.
감사할 게 그리 없다고요,
감사할 게 너무너무 많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떠나갑니다.
그리고 우리는 헤어집니다.
감사합니다. ^^+
택배로 받은책한 권 소설가 : 이관순 ‘나이’라는 명사 다음에 오는 동사가 ‘들다.’ 아니면 ‘먹다.’이다. 둘 다 밖에서 안으로 향하는 말이다 어느 누구도 삶에서 피할 수 없는 건 나이와 죽음이다 이 당연한 진리를 가끔은 생뚱맞게 가슴에 대고 물을 때가 있다 늙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인데, 실제로 우리는 이 늙음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해하고, 가까운 사람들과 갈등을 빚고 소원해지기도 한다 최근 주문하지 않은 책 한 권이 택배로 도착했다 신병 때문에 강원도 산골로 요양차 들어간 친구가 보낸 것이다 책 제목이 ‘노년 부모를 이해하는 16가지 방법’ 웃으면서 책을 펴다가 책갈피에서 떨어지는 친구의 메모 글을 읽었다 “아들 녀석이 내려왔다 가면서 놓고 간 책이라네. 제목이 좀 거시기 하네만, 아들 눈에 아비가 걱정이 되었나 보네. 아는 것 같으면서 몰랐던 노년의 내 얼굴을 만나는 것 같았네. 자네가 생각나기에 보내니, 다 보면 다른 친구들과도 돌려보시게.” ↪️ 책 저자는 일본의 안과의사, 히라마쓰 루이. 10년 동안 수 만 명의 노인을 진료하면서 그들의 증상과 고민에 대해 관찰한 내용을 시니어 세대에게 조언하는 형태로 꾸민 의료커뮤니케이션 책이다 주위 사람들을 난처하게 하는 노인들의 행동 16가지를 살피는 내용이었다 저자는 책을 내는 이유를 서문에다 밝혔다 '노인은 쉽게 화내고, 말이 안 통하고, 남의 말을 듣지 않고, 나이 탓인지 이해 안 되는 행동을 하고, 심술이 고약하다.’라는 것이 많은 사람이 고령자에 대해 갖는 생각일 것이다. 그리고 고령자가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치매라서’ ‘고지식하고 완고해서’라고 생각한다. 이는 고령자에 대한 편견이다. 물론 앞에서 말한 원인들이 작용할 때도 있지만 실상은 크게 다르다. 주위를 난처하게 하는 고령자의 행동, 그 진짜 원인은 노화에 의한 신체 변화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노부모를 모시거나 노인 가족이 급속하게 늘어나는 추세이다. 좋든 싫든 이미 고령사회로 들어서 있는 것이 현실인 지금, 우리는 얼마만큼 인간의 노화를 이해하고 관리하고 있을까. 저자는 친절하게 문제 제시에 끝나지 않고 대응하는 16가지 요령까지 안내하고 있다. 아는 것 같으면서 몰랐던 것도 있고 눈길을 끄는 내용도 있어 정리해 봤다. *️⃣ 1. 본인에게 불리한 말은 못 들은 척한다. 노인은 젊은 여성 목소리를 잘 알아듣지 못한다. 소릴 듣는 음역이 다르기 때문이다. 남성보다 1.5배 이상 크게 말해야 한다. 목소리는 낮추고 천천히 정면에서 말한다. *️⃣ 2. 갑자기 ‘시끄럽다.’고 화를 낸다. 그래 놓고 본인은 큰 소리로 말한다. 귀에 들리지 않아서 목소리가 커진다. 화를 낸다고 단정하지 말고 또박또박 말하자. *️⃣ 3.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하고 과거를 미화한다. 노인은 ‘여러 번 말한 내용’은 장기 기억이라 정확하게 기억하지만, ‘최근에 말한 사실’은 단기 기억이라 잘 잊어버린다. 일부러 여러 번 말해서 기억하게 한다. *️⃣ 4. “나 따위는 있어 봤자 짐이다.” 부정적인 말만 한다. 나는 아무 데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산 사람일수록 상황에 주눅 들기 쉽다.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한다. *️⃣ 5. 애써 준비한 음식에 간장이나 소스를 흠뻑 뿌린다. 나이가 들면 미각 기능이 떨어진다. 약에 의해서도 미각이 저하된다. 복용하는 약을 확인하고 의사와 상담한다. *️⃣ 6. 말수가 적고 무뚝뚝하다.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면 오히려 입을 닫는다. 성격이 바뀐 것일 수도 있으나, 목소리를 내는 것이 힘들어서 말수가 적어지기도 한다. 말을 걸지 않아 외로워지고 마음을 열지 않게 된다. *️⃣ 7. ‘이거’ ‘저거’가 많아서 설명을 알아듣기 어렵다. 사물을 기억하는 능력 저하로 얼버무리게 된다. 다그치거나 결론을 서두르지 말고 이야기를 듣는다. *️⃣ 8.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었는데도 천천히 건너간다. 고령자는 초록불일 때 횡단보도를 다 건널 만큼 빨리 걷지 못한다. 넘어질까봐 발아래만 보느라 신호등을 거의 볼 수 없다. *️⃣ 9. 입 냄새가 심하다. 침의 분비량이 줄어서 입 냄새가 나지만 자신은 알지 못한다. 사실을 알려주고 치과 치료를 받게 한다. 사탕이나 껌을 씹고 물을 자주 마신다, 음식 씹는 횟수를 늘리도록 한다. *️⃣ 10. 약속을 하고 새까맣게 잊는다. 잊어버린 게 아니라 처음부터 알아듣지 못한 경우도 있다. 정면으로 보고 말하고 문장은 짧게 한다. *️⃣ 11. 놀랄 만큼 어이없는 곳에서 넘어진다. 사고의 80%가 집안에서 일어난다. 원근감이 떨어지고 뼈가 약해 넘어지면 골절 가능성이 높다. 다초점렌즈 안경 때문에 넘어지기도 한다. *️⃣ 12. 돈이 없다면서 낭비가 심하다. 노인은 신뢰하는 사람에게서 들은 정보를 더 믿는다. 물건을 구입할 때 자신의 경험이나 감정으로 판단한다. *️⃣ 13. 나쁜 병에 걸린 걸까 의심될 만큼 식사량이 준다. 기초대사량이 떨어져서 식사량이 준다. 말랐다는 말을 하지 말고 함께 식사를 한다. *️⃣ 14. 심하게 사레가 들거나 계속 가래를 뱉는다. 기도에 음식물과 침이 들어가 사레가 잘 들린다. 음식물과 공기를 판별하는 능력이 약해진다. 음식을 잘게 잘라서 먹도록 돕는다. *️⃣ 15. 한밤 중에 일어난다. 잠이 쉽게 들기도 하지만 쉽게 깨기도 한다. 소음, 추위, 더위, 가려움, 통증, 소변 때문에 쉽게 잠이 깬다. 노인이 쓰는 방의 환경을 잘 살필 필요가 있다. *️⃣ 16. 그렇게 계속 나올까 이상할 정도로 화장실에 자주 간다. 노인이 외출을 꺼리는 이유는 소변을 참을 수 없어서다. 참을 수 있는 시간은 1시간에서 90분 정도이다. 외출을 할 때 걸리는 시간과 장소를 체크할 필요가 있다. 극장 같이 오랜 시간 가만히 앉아 있는 장소도 피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늙는 것도, 노인 부모를 모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고민이 생겼다. 친구 주문대로 책을 전할 마땅한 얼굴이 떠오르지 않아서였다. 탈 없이 잘 지내는 친구에게 괜한 무거움을 주는 건 아닐까 망설여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생각난 것이 한 친구의 아들이었다. 아들 직장으로 책을 보냈다. 친구보다는 아들이 더 실수요자라는 생각으로. 시간이 좀 지났을 때, 아들이 아닌 친구가 전화를 했다. 생각해 주어서 고맙다고 인사차 전화를 한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엊그제 아들이 찾아와 했다는 말을 전해 주었다. “그동안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해 죄송하다.”라고 하면서 “아들 노릇을 제대로 못한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하더라.”라고. 그 날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 친구와 함께 소리 내어 웃었다. 책의 임자를 잘 찾아 주었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엉뚱한 생각이 들어 피식 웃음이 새고 말았다. 어느새 나도 책 한 권에 감정의 희비가 엇갈리는 나이가 되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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