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수필 <깃털하나>
1. *** 마음에도 근육이 있다***
- 상처 받는 건 살아있다는 징표-
나는 힘이 들 때마다 친구의 이 말을 떠올리곤 했다. 신기하게도 마음에도 근육이 있다는 것을 나는 발견하게 된 것이다. 마음을 조절하려고 애쓰고,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내 마음뿐이라는 걸 생각하며 호흡을 가다듬고....... 처음에는 이것이 갑자기 마라톤을 뛰려는 것처럼 어림도 없는 일로 보인다. 그런데 실패하고 또 실패하면서도 어찌됐건 그래 보려고 애쓰면 신기하게도 근육이 생기듯이 조금씩 그렇게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힘든 친구에게 가끔 말하곤 했다.
"마음에도 근육이 있어. 처음부터 잘하는 것은 어림도 없지.하지만 날마다 연습하면 어느 순간 너도 모르게 어려운 역경들을 벌떡 들어 올리는 널 발견하게 될거야. 장미란 선수의 어깨가 처음부터 그 무거운걸 들어 올렸던것은 아니잖아. 지금은 보잘 것 없지만, 날마다 조금씩 그리로 가보는것.......조금씩 어쨌든 그쪽으로 가보려고 애쓰는것. 그건 꼭 보답을 받아. 물론 네 자신에게 말이야"
그러면 어떤 친구는 묻는다.
"꼭 그런 것까지 노력하며 살아야 하니?"
물론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살아있는 모든 것은 상처를 받고, 생명이 가득찰수록 상처는 깊고 선명하다. 새싹과 낙엽에 손톱자국을 내본다면 누가 더 상처를 받을까. 아기의 볼을 꼬집어보고 노인의 볼을 꼬집어보면 누구의 볼에 상처가 더 깊이 남을까?
생명이라는 것은 언제나 더 나은 것을 위해 몸을 바꾸어야 하는 본질을 가졌기에 자신을 굳혀버리지 않고 불완전하게 놓아둔다. 이 틈으로 상처는 파고든다.
그러니 살아있는 것일수록 불완전하고 상처는 자주 파고 들며, 생명의 본질이 연한 것이기에 상처는 더 깊다. 상처 받고 있다는 사실이 그만큼 살아 있다는 징표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면, 싫지만 하는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하지만 상처를 딛고 그것을 껴안고 또 넘어서면 분명 다른 세계가 있기는 하다.
누군가의 말대로 상처는 내가 무엇에 집착하고 있는지를 정면으로 보여주는 거울이니까 말이다. 그리하여 상처를 버리기 위해 집착도 버리고 나면 상처가 줄어드는 만큼 그 자리에 들어서는 자유를 맛보기 시작하게 된다.
그것은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내리는 신의 특별한 축복이 아닐까도 싶다.
2. 허영쟁이를 질타한 강원도의 힘~ 강원도에 오면 내가 돈만 아는 사람이고, 남의 것을 가로채도록 종용하는 염치없는 사람이고, 쓸만한 것을 마구버리는 허영쟁이가 되어버리지만 말이다.
3. 패랭이꽃이 내게 가르쳐준 것~ 살아있는 것들은 대개 쓸모없는 것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가끔 누군가를 비난하고 싶을 때, 아이들을 어떻게든 이해해야 할때, 마지막으로 나 자신을 용서해야 할 때 나는 이 교훈을 떠올려본다. 그 사람도, 아이들도 그리고 나도 살아있기에 보기에도 싫고 쓸모없고 심지어 버리면 더 좋을 군더더기를 가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마귀
사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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