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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문인

전영철의 <40대를 위한 가슴이 시키는 일>

1. 전영철 < 40대를 위한 가슴이 시키는 일 >

 

그꽃

- 고은 시인-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 시인의 '그꽃'이라는 아주 짧은 시가 있습니다. 단 세줄의 매우 짧은 시이지만, 그 속에는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습니다. 누구나 젊고, 잘 나갈 때는 앞만 보며 달려갑니다. 누군가가 앞을 가로 막고 서서 '이건 아니다.'라고 해도 듣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인생의 중요한 순간,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비로소 깨닫습니다. 그 대가 나이로 치면 바로 '마흔 즈음'인 것 같습니다.

 

'마흔'이 되면 올라가면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혹자들은 "마흔이 되면 진짜 인생이 보이기 시작한다."며 내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마흔'은 아주 중요한 때 입니다. '두번째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마흔'에 관한 책이 많고, 이런 저런 얘기가 많은 것도 그 이유때문이 아닐까요?

 

"마흔 이전까지는 가족이나 누군가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일을 했다'면 그후에는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하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컨셉 입니다.

故 김대중 전 대통령, 故 박완서 작가, 오지 여행가 한비야씨 역시 '마흔'즈음에 인생 후반전의 목표로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습니다. 그 분들이 꿈꾼 것은 세속적인 '성공'이 아닌 '마음의 행복' 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성공과 행복이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았습니다. 그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요?

 

서두에서 밝힌 고은 시인의 시 '그꽃' 에 해답이 있습니다. 묻고 싶다. 지금까지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한 사람이 있었는가? 누가 내게 물리적인 영향을 직접적으로 미친 적은 없다. 하지만 꿈을 향해 비난하거나, 비아냥거리거나, 부정적인 피드백을 준 적은 적지 않다. 그런 반응을 보고 나 스스로가 너무 쉽게 꿈을 포기한 건 아닌가 싶다.

 

------ 사실 그들이 알고 있는 정보의 폭이나 깊이는 그리 대단하지 않다. 단편적인 지식만을 가지고 당신에게 충고 하는 것이다. 진정한 전문가는 그 분야에 오랜 기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당신이다. 꿈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는게 행복한 삶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전해주는 부정적인 피드백에 놀란 자라목처럼 움츠러들진 말자. 당신이야 말로 당신 꿈에 관한한 최고의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2. 두번째 인생을 위한 큰 꿈을 꾸자

가끔씩 시를 읽는다. 하지만 일부러 시집을 사서 읽는 경우는 없다. 시라고는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배운게 전부다. 그나마도 시를 뜯고, 해체하는 수준에서 아는 것으로, 원래 시인의 의도는 알 길이 없다. 시험문제를 풀기 위한 공부였기에 시를 공부한게 아니라 시에 대해서 공부를 한 것에 불과하다. 지금 마음을 시로 표현해 보라면 자신있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못 하겠는데요." 이렇게 어렵고 특별하게 여겨지는 시를 지인이 선물한 책을 통해 다시 음미했다. 가족 부양하기 바쁘고, 자기 살길 찿느라 눈이 시뻘건 40대에게 시가 특별한 감흥을 줄리 없지만 그래도 참으며 읽다보니 느낌을 주는 시를 꽤 발견할 수 있었다. 심지어는 거기서 소개된 시인의 시집을 한권 사기까지 했다. 이 정도면 시집을 선물해준 지인의 마음에 답하는 수준은 되지 않았을까 싶어 조금 우쭐하기도 하다

 


불혹(不惑) 혹은 부록(附錄)

-강윤후-

 

 

 

마흔살을 불혹이라던가

내게는 그 불혹이 자꾸

부록으로 들린다 어쩌면 나는

마흔살 너머로 이어진 세월을

본책에 붙는 부록정도로

여기는지 모른다

삶의 목차는 이미 끝났는데

부록처럼 남는 세월이 있어

덤으로 사는 기분이다


 

 

 

 

 

봄이온다

권말부록이든 별책부록이든

부록에서 맞는 첫 봄이다

목련꽃 근처에서 괜히

머뭇대는 바람처럼

마음이 혹할 일 좀

있어야 하겠다.

 

위 시를 보니 사십대에는 꼭 꿈을 꾸어야 할 것만 같다. 시인이 각고의 고뇌 끝에 탄생시킨 시에 칼질하듯 평할 주제는 못되지만, 음미하는 마음으로 겸손하게 딱 한구절만 말한다면 '마음이 혹할일'이란게 단순한 취미생활이 아니고 사십대의 꿈이라고 짐작해본다.

 

 

사십대에게 꿈을 물어보면 꿈이 없다거나 가족과 함께 재밌게 사는게 꿈이라는 식의 회피성 발언을 하기 일쑤다. 그들에게 정말 꿈이 없을 것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현실의 속박에서 헤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꿈이라는 걸 생각할 틈이 없다.

 

 

그들은 월급날이 되기 무섭게 들이 닥치는 각종 청구서들에 무감각해진지 오래다. 카드값은 기본이고, 아이들 학원비, 아파트관리비, 생활비, 헬스클럽 회비, 신문대금, 지난달 회식비 n/1 까지 이리저리 해체되고 나면 남는게 거의 없다. 그러니 월급모아 재테크한다는 사람은 신의 경지에 이른 사람으로 우러러 볼 뿐이다.

그래서일까. 주변에서 꿈 이야기하는 40대를 본 적이 없다. 그런걸 생각하는 겅 사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40대에겐 하루하루 살아내는게 목표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렇게 부모님의 삶과 닮아가는지 소름이 돋는다.

 

 

사실 나역시 불과 1~2년전 까지만 해도 '꿈이 뭐냐?'고 묻는 사람들이 반갑지 않았으며, 그런 질문을 피하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1~2년 사이에 변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친구의 권유로 참가한 사회적 코칭이 그 계기가 되었다. 그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50대, 60대, 심지어 70대 노인도 열심히 강의를 들으며 자기계발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하루 10시간짜리 강의를 40대인 나보다 더 열심히 집중해서 듣는 모습을 보니 부끄러웠다.

 

 

사십대에 접어든 이후 나느 더 이상 배우지 않아도, 지금까지 익힌 것만으로도 남은 생을 버틸 수 있다고 만용을 부렸다. 그런데 일흔이 넘은 노인들이 하늘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배우고 익히고 봉사하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나보다 학력이 부족한것도 아니요. 경력이 부족한것도 아니었으며, 용모가 딸리는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모아놓은 재산이 없는건 더더욱 아니었다. 한마디로 나보다 잘났으면 잘났지 못난건 하나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겸손해질 수 밖에 없었다.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의 모습은 얼빠진 내 삶의 자세를 통렬하게 꾸짖어 주었다.

 

 

40이 넘어 정리된 내 꿈은 '전문적인 역량을 갖추고 영향력 있는 사람' 이 되는 것이다. 그 구체적인 목표로 작가가 되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 위해 매일 글을 쓰고, 글쓰기 모임에 나가고 있으며, 관심있는 분야의 자료를 모으고 있다. 더 구체적인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죽을 때 까지 50권의 책을 내자' 그래서 흔히 장례식이라 부르는 '삶 마감 기념식' 에서 내가 쓴 책 50권의 프리젠테이션이 상영되길 바란다. 그때까지 쓴 작품의 내용과 배경, 에피소드, 책을 읽고 도움을 받은 사람들의얘기를 소개하고 싶다. 장례식에 온 사람들이 육개장만 먹고 고스톱이나 치다가 돌아가지 않고 내책 한권씩 돌려 보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이젠 내겐 작가가 되는것이 필생의 꿈이자 도전인 셈이다.

 

 

왜 하필이면 하고 많은 것중에 작가가 되고 싶은 것일까?


어느 날 메일이 한통 날아왔다. 작가가 되도록 돕는 글쓰기 모임 회원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휴지통으로 던져버렸을 그 메일이 그토록 마음을 잡아 끈건 그만큼 절실하게 원했던 탓이리라. 그날 바로 신청메일을 보내고 곧이어 인터뷰를 했다. 그리고 얼마후 책상을 새로 꾸미고 전실에 글쓰기를 위한 자그마한 서재를 만들었다. 작가로서 알아야할 출판계의 관행이나 프로세스에 대한 공부는 물론이고, 그쓰기 공부를 꾸준히 했다. 독서량도 비약적으로 늘었다.

 

 

내꿈이 책을 내는것이고, 지금 책을 쓰고 있다는걸 어쩌다 듣게된 사람들은 믿지 못하는 사람이 반이고 충격을 받는 사람이 나머지 반이다.

"책을 쓴다고? 와, 대단한데." "언제 그렇게 했어."

사람들이 바라보는 눈에는 놀라움과 부러움이 섞여있다.

 

 

또 "자비출판이지?" 라고 물어보는 사람의 뒤에는 질투심이 있다. 이는 책을 쓴다는게 그 분야의 전문가라는 인정과 함께 그동안 열심히 노력해왔다는걸 대변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더욱이 자신보다 못하다고 여겼던 사람이 책을 낸다고 하면 충격강도는 두배이상이다. 실제로 지인 중 한명은 박사과정 수료후 논문작성을 차일피일 미루다 2년이 지났는데, 내가 책을 낸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다음날 논문쓰기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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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보이기 마련이고, 결국 언젠가는 이루어진다.

 

 

 

달팽이

 

 

달팽이

 

 

달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