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의 의미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평화의 왕으로서의 모습을 보여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평화를 주신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주시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같지 않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이 주시는 평화가 무엇이며,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어떻게 다르다는 말씀입니까?
우선 우리말 평화로 옮겨진 히브리어의 샬롬의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샬롬은 우리말의 평화보다는 더 많은 함축적이며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입니다.
우리말의 ‘평화’는 전쟁이 없는 화평한 상황을 떠올리게 되지요. 히브리어, 샬롬도 우선, 우리가 떠올리는 평화, 즉 단순히 전쟁이 없는 평안한 상태를 뜻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성경에서 살펴보면 ‘샬롬’이 이런 의미로는 비교적 드물게 쓰이고 있습니다.
오히려 성경에서 보면, 이스라엘에서 가장 흔히 쓰이던 ‘샬롬’의 용법은 인사말이었습니다. ‘샬롬’은 만날 때나 헤어질 때 축복을 비는 인사말로 쓰였습니다. 쉽게 이해하면, 우리말의 “안녕하세요?”가 되겠지요. 그러나 ‘샬롬’은 인사말로 쓰일 때도 단순히 “안녕하세요?”보다는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샬롬은 인간의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하느님의 축복을 비는 인사말입니다. 태어나는 아기에게 ‘샬롬’이라고 하면, “건강하게 잘 자라거라.”라는 의미이겠지요.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 ‘샬롬’이라고 하면, 위로를 준다는 의미가 되겠지요. 시험 보러 가는 수험생에게 ‘샬롬’이라고 하면, “시험 잘 봐서 꼭 합격해라.”가 되겠지요. 제가 혼인 주례를 하면서 ‘샬롬’이라고 하면, “절대 이혼하지 말고,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합니다.”가 되겠지요. 이렇게 ‘샬롬’은 우리 인간 삶의 모든 영역을 망라하는 축복입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에 처음 나타나셔서 하신 말씀도 ‘샬롬’이었지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우선 가까웠던 사람들에게 인사말을 하신 것입니다. 우선 인사를 하시면서 당신을 잃고 슬퍼했던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시는 인사말이었지요. 그런데 이어서 다시 한 번 더 ‘샬롬’이라고 하십니다. 그때는 단순히 인사말을 넘어서는, 진정 그분이 주시고자 하는 평화의 의미가 담긴 말이었지요. 바로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시는 당신이 주시고자 하는 평화입니다.
예수님이 주시고자 하는 평화, 샬롬은 온전히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은총입니다. ‘샬롬’이라는 말의 어원적인 의미는 '완전하게 하다', '온전하게 하다', '안전하게 하다', '끝마치다' 등의 여러 의미를 지닌 샬렘으로부터 파생된 말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샬롬의 가장 기본적 의미는 '완전성', '총체성', '온전함', '안전함' 등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샬롬은 거기서부터 파생되어 다양을 의미를 지닌 말로 발전됩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샬롬’이라는 사상을 밑바탕에 두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샬롬’은 ‘온전함’이나 ‘안전함’을 넘어 건강, 질서, 정의, 조화, 안정, 복지를 망라하며, 나아가 ‘구원’에까지 이릅니다.
샬롬의 어원적인 의미에서 우리가 알 수 있듯이, ‘샬롬’은 우선, 가족, 이어서 씨족, 민족, 나아가 우리 인간 공동체가 온전하고 완전하며 안전하게 유지하며, 안정을 이룬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 평화를 야훼 하느님께서 주신다는 아주 뚜렷한 사상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샬롬의 또 하나의 어원적인 중요한 의미가 관계, 특별히 계약의 관계를 나타내고 있다고 합니다. ‘샬롬’은 우리와 하느님과의 관계, 나아가 우리 이웃과의 관계에서 반드시 지켜야 암묵적인, 또는 실제 계약으로 맺어진 약속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과 계약을 맺으셨지요. 이스라엘 백성은 야훼 하느님을 하느님으로 섬기고, 그분을 사랑하라는 것이지요. 그렇게 할 때, 야훼 하느님께서 진정 그들의 하느님이 되어 주시고, 그들을 지켜 주시고, 보호해 주시고, 안전하게 이끌어 주십니다. ‘샬롬’은 바로 이 계약 조건을 이행했을 때,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관계입니다. 따라서 평화는 정의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명동성당 대성전 내부 십자가의 길 제15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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