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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조·성가·기도문

시암의 봄- 정완영

 

시암(詩庵)의 봄

 

내가 사는 초초(艸艸) 시암(詩庵)은 감나무가  일곱 그루

여릿여릿 피는 속잎이 청이 속눈물이라면

햇살은 공양미 삼백 석 지천으로 쏟아진다

 

옷고름 풀어 논 강물 열두 대문 열고 선 산

세월은 뺑덕어미라 날 속이고 달아나고

심봉사 지팡이 더듬듯 더듬더듬 봄이 또 온다

 

 -정완영(1919~  )


 

 

조선일보/가슴으로 읽는 시조(2012.4.24)이다.

정수자 시조시인이 평을 썼다.

 

---감나무 속잎이 피는 모습이 청이 속눈물이라니, 절묘한 비유에 탄복하며 감나무를 다시 본다. 다른 나무보다 잎이 조금 늦게 피어 그럴까. 아니면 기다림의 눈물이 배어 그런 것일까. 그도 아니면 우리에게 더없이 좋은 공양을 하기 때문일까. 하긴 감을 두고 일찍이 '한국 천년의 사장끼여' 라고 묘파(描破)한 시인이 아니시던가.

 

 

'심봉사 지팡이 더듬듯 더듬더듬 봄이 또 온다' 이 구절이 제일 재미 있다. 

 

 

  


- 정완영 (1919. 11. 11 경북 금릉~ )

시조시인.

호는 백수(白水). 1960년 〈현대문학〉에 시조 〈애모 愛慕〉·〈어제 오늘〉·〈강〉 등이 추천되고, 196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조국〉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그뒤 전통적인 서정을 바탕으로 한 〈제주도기행시초〉(현대문학, 1964. 3)·〈산거일기 山居日記〉(현대문학, 1967. 7)·〈산이 나를 따라와서〉(시인, 1969. 12) 등과 〈수수편편 首首片片〉이라는 제목의 시조를 여러 편 지었다.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시조작가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시조집으로 〈채춘보 採春譜〉(1969)·〈묵로도 墨鷺圖〉(1972)·〈실일(失日)의 명(銘)〉(1974) 등이 있다. 1974년 한국문학상, 1979년 가람시조문학상을 받았다.



감나무 줄기 수피

 

감나무 줄기 수피

 

감나무 줄기 수피

 

감나무의 감과 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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