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요한의 세례가 하늘에서 온 것이냐, 아니면 사람에게서 온 것이냐?” 하고 되물으십니다.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13-17
가정에서는 명랑, 활달하고 웃음도 많아 5남매 형제들 사이에서 별칭 "말광량이"라고 불리던 소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소녀는 이중적인 면을 가지고 있어 가정에서는 말광량이 였지만, 가정 밖 학교에서는 얌전이 였습니다. 그때 당시 국민학교에서 공부하면서 친구들과 어울리기는 아주 젠병이었습니다. 소극적이고, 자기 의견도 낼 줄 모르고, 그저 친구들이 이바구 하는 말이 신기하게만 들리는 그런 소녀였습니다. 항상 설치는 아이들 그늘에서 주눅들어 있었고, 그림자같이 있었습니다. 친구도 별로 많지 않아 초등학교 전 학년을 통틀어 생각나는 친구가 3~4명뿐인 그런 소녀였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도 소녀의 그런 성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여전히 그림자였고, 발표할 줄도 모르고, 단체로 하는 합창경연대회, 민속춤 경연대회, 백일장이나 체육대회, 학업면에서의 우등생, 하다못해 소풍의 학급 오락회 등 어느 것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공식적인 이런 행사 말고 비공식적인 면에서도 별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어디서 그렇게 야릇한 소식이나 정보를 주워 오는지, 어떤 선생님이 굉장한 집안의 딸이고, 어느 선생님의 부인과 자녀는 어떠하고, 학교 선생님들이 이사장파와 교장파 둘로 갈라졌는데 누구는 무슨파라 이렇게 아부한다는 둥 끊임없이 학교안의 여러가지 정보를 잘 물어오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영화, 팝송, 정치, 경제 등의 사회적 문화적 이슈를 잘 알아 친구들의 인기를 독점하는 친구도 있었는데 말 입니다.
가끔 놀리는 친구가 생기면 그 앞에서는 꼼짝도 못하고, 화난 표정 하나도 짓지 못하고, 대항도 못한 채 멀뚱멀뚱 있다가 한참이나 후에 곱씹어 생각하다 분한 생각이 들면 집에 와서 형제들에게 털어놓고는 그냥 그렇게 묻어버리는 소녀였습니다. 옛날이라 집단 왕따 그런게 없어서 그렇지, 지금 같으면 집단왕따 당할 소지가 충분히 있는 그런 소녀의 성격입니다. 그 시절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고 안도의 한숨을 가끔 쉬기도 한다고 합니다...^-^
대학교에 가서도 그 성질이 어디 가겠습니까? 항상 기가 죽어 있었고, 남들 따라하기도 버거운 그런 대학생활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성경 읽기" 동아리에 들었는데, 그때 당시 잊혀지지 않는 성경구절이 마르코 복음에 있는 위에 적혀 있는 구절입니다.
질문을 되받아치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인데, 그 내용을 보고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수석 사제와 원로들 같은 어르신네 들 앞에서 '어찌 이리 건방질 수 있는가?' '이렇게 당돌해도 되는 것인가?' 뭐 이런 생각들이 들은 것 입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통쾌했습니다. 꼬투리 잡으려는 그들을 “요한의 세례가 하늘에서 온 것이냐, 아니면 사람에게서 온 것이냐?” 하고 되 물음으로써 순간적인 재치로 잘 피해 넘어가는 그 기지가 부러웠고, 그들을 말펀치에서 하여튼 KO 시킨것이 통쾌했습니다.
그때의 그 소녀 입장에서는 모든 어른신들은 '선'이요, '진리'라고 생각했고, '순종'이 당연한 미덕이라고 여기고 상황에 따라 순종하지 못하면 '죄의식(?) 혹은 겁(?)이나서 어쩔 줄을 모르는 그런 상태였는데, 30여살 된 젊은 예수라는 청년이 당당하게 원로들 앞에서 그리 말하니 충격을 받은 것 입니다. 그래서 그런 당당한 예수님이 부러워 소녀는 기독교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입니다...^-^
- 2012년 6월5일 수산나 -
들꽃수목원 어린이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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