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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알여행(유기열)

하얀 은방울꽃, 가을엔 빨간 보석으로 빛나

하얀 은방울꽃, 가을엔 빨간 보석으로 빛나

유기열의 씨알여행 149-은방울꽃.

녹색 잎 속 하얀 방울꽃,

가을엔 열매되어 빨간 보석으로 빛나다

Convallaria keiske is knowned a lily of the valley .

In spring, it bloomes a white bell -type flower.

In autumn, it has a red round fruit without any leaves

as long as its root lives.

Because its flower stem comes out directly from a root,

익은 열매 햇빛에 눈부신 꽃

은방울꽃은 꽃 생김새와 잘 어울리는 풀꽃 이름이다. 모양은 방울을 닮고 색은 흰색인데 고귀함이 있어 ‘흰’자 대신에 ‘은(銀)’자를 사용하여 지은 이름이다.

은방울꽃 이름은 나라마다 다르다. 중국에서는 한자로 앵란(櫻蘭)이라 한다. 중국인은 꽃보다는 앵두를 연상하게 하는 열매에 더 무게를 두어 앵두처럼 생긴 열매를 맺는 난이라는 뜻의 이름을 지은 것으로 필자는 추정한다.

중국에서 사용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한자로 된 이름이 많다. 향기가 좋아 향수로 사용되는 꽃이라는 향수화(香水花), 난이 아니면서 난처럼 품위가 있고 옥 같다 해서 초옥란(草玉蘭), 방울꽃이 피는 난초 같다 하여 영난화(鈴蘭花), 오월에 꽃이 한창 핀다 하여 오월화(五月花) 등으로 부른다.

영국인은 골짜기에 피는 백합(Lily of the valley) 또는 5월의 백합(May lily)으로 부른다. 은방울꽃이 5월에 산지의 골짜기나 계곡에 많이 피어서 그런 것 같다. 은방울꽃 속명인 Convallaria와 맥을 같이 한다. 이것은 라틴어의 골짜기를 뜻하는 Convallis와 백합을 의미하는 Leirion의 합성어다.

프랑스에서는 뮤게(Muguet)라고 한다. 뮤게는 그냥 은방울꽃을 말하고, 동시에 은방울꽃 향기 또는 은방울꽃 향기가 나는 향수를 이르기도 한다.

프랑스에서는 5월 1일이 은방울꽃의 날로서 은방울꽃 축제까지 열린다. 이날 은방울꽃다발을 받으면 행복이 찾아온다고 하여 은방울꽃다발을 선물하는 전통이 있다. 겔랑(화장품 브랜드임)은 '단 하루, 한 향수' 모토 아래 5월 1일에 한하여 은방울꽃향이 나는 뮤게를 한정 품으로 출시하기도 한다.

독일인은 Maiglockchen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5월의 작은 종' 또는 '천국의 계단'을 뜻한다. 5월의 작은 종은 꽃 모양에서 따왔고, 천국의 계단은 꽃차례에서 유래되었다. 은방울꽃은 하나의 긴 꽃대를 올라가며 꽃이 줄지어 피는데 그 모습이 천국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연상하게 한데서 불려졌다.

꽃가루받이 후 꽃모습
유럽에서 자라는 은방울꽃은 독일은방울꽃으로 5월에 꽃이 한창이다. 이 때문인지 독일은방울꽃의 종명은 우리나라 은방울꽃 keiskei(사람이름)와 다른 majalis다. Majalis는 5월에 속한다는 뜻을 지닌다. 또한 봄을 알리는 꽃이라 하여 보춘화(報春花)나 세시식물(歲時植物)로 민화나 전설에 남아 있다.

미국인은 American lily of the valley라고 부른다. 이것은 미국은방울꽃이란 뜻으로 우리가 보는 은방울꽃보다 크며, 학명은 C. majuscula로 종소명은 크다는 majuscule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서양인은 성모마리아꽃으로 부르기도 한다. 꽃의 청아함과 순결함 때문이다.

은방울꽃은 흰색이며 방울 종처럼 생기고 아래를 향해 핀다. 얼굴을 드는 일이 없다. 꽃잎과 꽃받침은 하나로 합쳐진 화피로 되어 있으며, 이것은 아래서 중간 부위까지는 하나로 붙은 통꽃을 이루며 윗부분은 6조각으로 갈라지고 끝은 뒤로 젖혀져 있다.

1개의 암술은 녹색 달걀모양의 씨방 위에 붙으며 희고, 암술머리는 3갈래로 갈라져 있다. 수술은 6개이며, 수술대는 희고 꽃밥은 노랗거나 연녹색이며, 씨방과 암술을 싸고 있으나 암술보다 아래에 있다. 보아도 보고 싶고, 보고 또 보아도 귀엽고 깨끗한 꽃이다.

덜 익은 열매
열매는 둥글다. 익어 말랑말랑해진 것은 홍시 감처럼 보인다. 위 끝에는 1~2㎜의 가시털이 1개 있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며 노란색을 거쳐 익으면 빨갛다. 크기는 지름 6~14㎜다. 싱싱한 빨간 열매는 광택이 약간 있다. 겉은 매끄러운 편이나 어떤 것은 미세한 검은 점이 안으로 박힌 듯 있기도 하다. 물에 가라앉는다. 익은 열매는 약간 달다.

열매줄기는 뿌리부위에서 잎 사이로 1개가 길게 올라온다. 길이는 10~35cm이다. 이 중에서 열매가 달리는 이삭길이는 5~15cm 정도다. 보통 5~15개의 열매가 어긋나 달리되 대부분 한 쪽을 바라보고 아래를 향한다. 열매자루는 길이 4~15㎜, 지름 0.5~1.0㎜다.

열매는 잎과 줄기가 다 없어진 뒤에 홀로 외롭게 남은 열매줄기에 빨간 앵두처럼 달려 있다. 많은 식물은 줄기와 잎이 붙은 상태에서 열매가 익지만 은방울꽃은 잎과 줄기가 다 지고난 뒤에도 열매줄기만 붙들고 잘 익어 고만고만하게 달려 있어 볼수록 앙증맞다. 이것은 열매줄기가 잎이나 줄기가 아닌 뿌리로부터 직접 올라왔음을 증명해준다.

덜 익은 열매는 단단하고 껍질과 열매살이 하나로 되어있다. 쪼개면 피망 같으며, 즙이 묻으면 미끄럽다. 익어도 껍질은 갈라지지 않고 말랑말랑해질 뿐이다. 누르면 껍질이 터지면서 케첩처럼 생긴 주황색 즙과 함께 씨가 나온다. 껍질은 두께가 0.05㎜로 얇다.

열매 안에는 돌기 같은 선이 들어 있어 칸을 만들어 씨를 고정한다. 1개 열매에는 보통 3~6개의 씨가 들어 있으나 적은 것은 1개, 많은 것은 13개까지 들어 있다.

덜 익은 씨
씨는 단단하고 도톰한 타원형과 반원형, 공을 여러 등분으로 나눈 모양이다. 아래에는 열매에 붙은 자국이 갈색의 타원형이나 동그란 모습의 반점으로 남아 있다. 색은 초기에는 희고, 연노란 빛이 도는 흰색을 지나 익으면 약간 누런빛이 도는 이빨색이 된다. 크기는 길이(높이) 3.5~5.0㎜, 너비 3.5~5.0㎜, 두께 2.5~4.0㎜다. 광택은 싱싱한 것은 약간 있고 겉은 매끄러운 편이다. 물에 가라앉는다.

씨알갱이와 껍질은 분리가 안 된다. 칼로 쪼개어보니 마른 흰 가래떡살 같고 딱딱했다.

은방울꽃은 아름답고 은은한 향기를 가지고 있지만 독성이 있으니 먹으면 안 된다. 어느 것이나 아름다움 뒤에는 독이 있을 확률이 높다. 외모로만 사물을 판단하면 큰 코 닥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은방울꽃에는 슬픈 전설이 전해온다. 나라의 관습에 따라 한 청년이 약혼녀와 헤어져 무예를 연마하고 나라사정을 알아보기 위하여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그러던 중에 불을 뿜어 사람을 태워 죽이는 화룡을 만났다. 청년은 혈투 끝에 화룡을 죽이고 물을 찾으러 돌아다니느라 많은 피를 흘리고 기진맥진하였다.

청년은 죽음이 다가온 것을 알고 숲의 요정에게 “약혼녀가 보고 싶어요. 내가 죽으면 나에게 주어지는 상과 부와 명예를 모두 약혼녀에게 주세요.”라고 말한 뒤 숨을 거두었다. 이때 땅에 떨어진 청년의 피에서 얼마 지나서 순백의 꽃이 피어났는데 그것이 은방울꽃이라 한다.

익은 씨
숲의 요정이 청년의 죽음을 슬퍼하고 위로하기 위하여 피를 꽃으로 피웠다는 것이다. 은방울꽃 다발을 받으면 행복이 찾아오고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말 역시 이런 전설에서 유래된 것이다.

은방울꽃은 여인의 하얀 속살이나 하얀 눈으로 빚은 방울 같다. 수줍음이 많은 탓인지 2쪽의 녹색 치마 속에 고개 숙이고 숨어 있다.

흰색 꽃은 꽃가루받이가 끝나면 순결을 잃은 것을 알리기라도 하듯 붉은 빛으로 변한다. 탁한 붉은 빛으로 변한 후 꽃이 떨어지는 것은 처녀성을 상실한 아픔을 토해내는지도 모르겠다. 가을에 잎과 줄기가 다 말라 없어지면, 그때 비로소 열매가 되어 빨간 보석으로 빛난다.

[유기열 박사 프로필]

농학박사, 대학강사 국립수목원 및 숲연구소 해설가 GLG자문관 한국국제협력단 전문가 시인 겸 데일리전북(http://www.dailyjeonbuk.com)씨알여행 연재작가 손전화 010-3682-2593 블로그 http://blog.daum.net/yukiyu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