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자리..별이 잠자는 풀, 나는 당신의 것
개미자리는 햇볕이 잘 드는 길가나 척박한 땅 아무데서나 잘 자란다. 하지만 개미자리의 참 멋은 담벼락 밑이나 키 큰 나무 아래의 그늘아래서 난다. 햇빛도 잘 안 드는 큰 나무의 밑동 부근의 굳은 땅에 아무렇지 않은 듯 자란다. 줄모양의 반들거리는 푸른 잎을 쪽쪽 뻗고 흰 색의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다.
개미자리란 이름은 개미가 사는 곳에 잘 자라서 부르게 되었다는 설과 반대로 개미가 이 풀꽃을 좋아해 많이 찾아온다고 하여 이름 지었다는 설이 있다. 나는 후자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왜냐면 관찰한 바로는 이 풀꽃이 자라는 곳에는 대체로 개미가 들끓지만 개미가 득실거리는 곳이라도 이 풀꽃이 없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개미자리라는 이름도 좋지만 더 아름답고 정겨운 이름은 별이 잠자는 풀이라는 이름이다. 별은 밤에는 하늘에서 반짝이다 낮이 되면 땅으로 내려와 개미자리 꽃 위에서 잠을 자는 모양이다. 한문으로 성숙초(星宿草)라고 하며 칠고초(漆姑草)와 개미나물이란 이름도 가지고 있다. 서양에서는 하얀 클로버(A white clover)나 Pearlwort라고 부른다.
열매는 잎겨드랑이나 줄기 끝에서 1개의 열매자루가 나와 1개씩 달린다. 열매자루는 둥글고 길이 5~15㎜, 지름0.1㎜정도다. 열매는 익으면 위가 5조각으로 갈라지고, 옹기종기 모인 흑갈색 씨가 얼굴을 내민다. 벌어진 열매껍질은 옆으로 퍼지고 끝은 약간 뒤로 젖혀진다.
그 모습은 가운데에 모래알 같은 흑진주가 여러 개 박힌 별 같다. 일부 위의 씨가 빠져나간 것은 씨가 붙었던 여러 개의 흰 손가락이 흑갈색 진주 속에 드러나 있어 더욱 아름답다. 씨가 다 빠지면 열매 껍질 안에는 수십 개의 손가락 같은 돌기가 보이며 전체로는 마른 꽃 같다.
줄기는 잎이 나는 아래 부분은 마디가 뚜렷하고 윗부분으로 올라갈수록 마디모양이 분명하지 않다. 열매가 달린 줄기를 끊어서 물속에 담가 놓았더니 시든 잎과 줄기가 싱싱하게 살아나고 열매도 벌어져 씨를 쏟아 냈다. 1개 열매에는 수십 개의 씨가 들어 있다.
씨는 위쪽은 넓고 아래는 좁은 달걀을 세로로 3~4등분한 모양이다. 물론 달걀모양도 있다. 눈으로 보면 갈색 먼지가루 같다.
개미자리는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풀꽃이다. 조금의 햇빛과 흙먼지만 있어도 앙증맞은 꽃을 피운다. 열매는 어떻고, 가느단 열매자루를 곧추세우고 꽃처럼 웃으며 씨를 출산하는 모습이 신성하기까지 하다.
‘나는 당신의 것’이란 꽃말은 또 어떤가? 이래서 별이 낮엔 개미자리 풀꽃으로 내려와 잠을 자고 밤에는 하늘로 올라가나 보다.
개미야, 낮엔 별이 잠자도록 개미자리 풀꽃을 아주 살살 건드리면 어떻겠니?
<덜익은 열매 안 씨>
[유기열 박사 프로필]
농학박사, 대학강사 국립수목원 및 숲연구소 해설가 GLG자문관 한국국제협력단 전문가 시인 겸 데일리전북(http://www.dailyjeonbuk.com)씨알여행 연재작가 손전화 010-3682-2593 블로그 http://blog.daum.net/yukiy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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