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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알여행(유기열)

나도범의귀(안테나꽃풀)-별난 꽃 별난 열매

나도범의귀(안테나꽃풀)-별난 꽃 별난 열매

 

 

A naked miterwort (Mitella nuda L.) is called a bisop's cap.

This flower is very much unique and distinct in the view of type

and/or style. Flower petal is similar to TV antenna.

Its fruit is bursted in unripening time with petals.

나도범의귀는 별난 풀꽃이다. 잎이 범(호랑이)의 귀와 닮은 범의귀라는 풀꽃이 있는데, 요놈은 잎뿐만 아니라 꽃. 줄기, 열매, 씨 그리고 뿌리 어느 부분도 범의귀와는 거리가 멀면서도 나도범의귀라 한 이름부터가 별나다.

꽃은 어떤가? 참 희한하게 생겼다. 뿌리에서부터 꽃대가 길게 올라와 거기에 여러 개의 꽃이 드문드문 어긋나 핀다. 잎, 꽃대, 꽃자루, 등에 짧은 흰 샘털(腺毛)이 나 있다. 꽃받침은 종모양이며 위 끝이 5조각으로 갈라지고, 갈라진 조각은 끝이 좁은 세모꼴 달걀모양이며 밖으로 말려 뒤로 젖혀져 있다.

꽃받침은 이런데 꽃잎은 일반 꽃잎과 전혀 달라 처음 보는 사람은 꽃받침을 꽃잎으로 착각한다. 꽃잎은 연한 노란 색을 띤 줄로 만든 안테나처럼 생겨 꽃술로 알기 쉽다. 가운데에 약간 넓고 큰 줄이 있고 거기에 옆으로 가늘고 작은 줄이 4~6쌍이 붙어 있다.

꽃잎 속에 벌어진 열매와 씨
이런 꽃잎은 5개이며 꽃받침의 갈라져 들어간 가장자리에 붙어 위로 1개 씩 올라와 달린다. 보이기는 그렇게 보여도 꽃잎은 실제로 꽃받침 안 쪽 아래 수술이 나오는 부위에서 나오고 꽃받침과 한살로 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비행접시 안테나를 연상하게 한다.

수술은 5개로 꽃잎이 난 안 쪽에 있고 길이는 꽃받침 높이와 엇비슷하다. 암술은 한 가운데 있고 짧은 암술대 2개(암술머리가 2갈래로 갈라진 것으로 보이기도 함)가 있다. 이런 꽃의 특성을 살리면 안테나꽃풀이라고 부르는 게 더 어울린다.

열매는 어떤가? 특이한 점이 있긴 마찬가지다. 열매는 익으면 위 가운데 껍질이 가로로 벌어지는 삭과(蒴果)다. 껍질이 벌어지는 열매는 대부분 열매가 익어야 벌어진다. 익지 않으면 손으로 힘을 주어 쪼개려고 해도 안 갈라진다.

그런데 나도범의귀는 열매가 익지 않고 씨도 영글지 않은 상태에서 열매껍질이 갈라져 벌어진다. 뿐만 아니라 일반 열매와는 아주 다르게 그때에도 꽃잎이 달린 채 남아 있다.

덜익은 열매와 덜 익은 씨
열매 속의 덜익거나 익은 씨
익지 않은 애송이 열매가 꽃잎 속에서 배를 가르고 애기 씨를 밖으로 내 보이고 있다. 그런 씨를 보고 있노라면 출산예정일 보다 2~3달 앞서 출산하는 팔삭둥이나 칠삭둥이를 보는 것 같아 안쓰럽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열매는 한 꽃대에 꽃과 같이 달리기도 한다. 열매는 위 껍질이 벌어지기 전에는 위에서 내려다보면 가운데가 도톰한 5각형에 가깝다. 옆에서 보면 거꾸로 놓은 5각뿔이나 뒤집어놓은 종 같다.

그러다 익어가면서 위 껍질이 벌어지면 타원형으로 변하고 완전히 벌어지면 긴 타원형 바구니처럼 된다. 이것을 옆에서 보면 양 옆이 눌러진 도톰한 깔때기나 종을 뒤집어 놓은 듯하다.

벌어진 껍질의 긴 양쪽에 암술대(암술머리)가 1개씩 붙어 있다. 껍질의 좁은 쪽 가운데는 약간 들어가 있다. 껍질의 열매 아래에는 꽃받침이 붙어 있다. 꽃받침이 붙어 있어 열매껍질이 2겹으로 보인다.

열매자루는 5~10㎜이며 잔 흰 샘털이 있다. 열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고 익으면 갈색이 된다. 크기는 길이(가로) 5~6㎜, 너비 3.5~4.5㎜, 두께(높이) 3~4㎜이다. 광택은 없으며 겉은 매끄러운 편이다. 물에 뜬다.

익은 씨
익은 열매 안 익은 씨
열매에는 수개에서 수십 개의 씨가 들어 있다. 익어 벌어진 열매에 씨가 들어 있는 모습은 바구니에 길쭉한 알이나 과일을 담아 놓은 듯하다. 씨는 열매 안에 고루 들어 있기도 하고 양쪽으로 나누어 2곳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듯 들어 있기도 하다. 이것은 암술대가 2개라는 것을 증명해준다. 껍질 두께는 0.3㎜이하로 얇고 연하고 매끄러우며 반투명하다.

씨는 둥글납작한 타원형이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며 연 붉은 색으로 변하다 익으면 갈색이나 암갈색이 된다. 크기는 길이 1.0~1.5㎜, 지름(두께) 0.5~1.0㎜이다. 광택은 없고 겉은 확대해보면 흰 돋음 점이 많고 마치 딸기 겉처럼 보인다. 물에 가라앉는다.

세상에 안테나 같은 꽃잎이 있다는 것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런 꽃잎이 있다고 하면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세상에는 상식을 뛰어 넘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나도범의귀 꽃도 그 중 하나로 별나다. 열매 또한 익기 전에 꽃잎을 단 채 껍질을 벌리고 연노란 녹색 씨를 밖으로 드러내다니 이 또한 별나기는 꽃보다 한 수 위다.

잘나지도 못하고 능력도 그다지 없으니 한번 별나나 볼까? 별난 꽃, 별난 열매를 지닌 나도범의귀 옆에서 별난 생각을 하며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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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 박사 프로필]

농학박사, 대학강사 국립수목원 및 숲연구소 해설가 GLG자문관 한국국제협력단 전문가 시인 겸 데일리전북(http://www.dailyjeonbuk.com)씨알여행 연재작가 손전화 010-3682-2593 블로그 http://blog.daum.net/yukiyu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