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살이. 행복 희망의 꽃말, 입맞춤의 허니문?
씨는 쑥 개떡 닮고, 열매점액은 접착제로 사용해도 돼
겨우살이는 늘푸른떨기나무로 반기생식물(半寄生植物)이며 암수딴그루다. 녹색 잎이 있어 탄소동화작용을 하여 일정부분 스스로 양분을 만들고 부족한 양분은 숙주(宿主)나무에서 얻어 살아간다. 여름철 숲이 무성할 때는 나무 잎에 가려 잘 보이지 않다가 낙엽이 지고 나면 쉽게 볼 수 있다. 앙상한 나무의 높은 가지에 까치집처럼 매달려 있다.
꽃 |
추운 겨울을 겨우겨우 살아간다하여 겨우살이라 했다는 설은 좀 그렇다. 왜냐면 실제로 겨우살이는 겨울을 힘겹게 살아가지 않고 오히려 높은 나무 위에 하늘 가까운 곳에서 푸르고 싱싱한 모습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겨울에 사는 나무라는 겨울사리나 겨울살이가 겨우살이로 변했다는 설이 더 합당한 듯하다. 다른 이름으로는 겨울에도 푸르다 하여 동청(冬靑)이라 부르기도 한다.
열매는 둥글다. 위 가운데에 검은색이나 갈색 돋음 점이 있으며 그 주위에 4개의 가로로 된 갈색이나 검은색 짧은 막대 모양의 도드라진 무늬가 둘러져 있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고 익으면 연노란 색이다. 크기는 지름 7~9㎜다. 광택은 없고 겉은 매끄러운 편이다. 물에 가라앉으며 맛은 무맛이다.
떨어져 터진 열매와 씨 |
열매살은 점액질이며 마르기전에는 아주 미끄럽고 접착제처럼 끈적여서 종이나 편지봉투도 붙일 수 있다. 붙인 자리가 마르면 잘 안 떨어진다. 점액질이 묻은 씨를 한 손에 잡고 다른 손으로 점액질을 묻혀 잡아당기면 50cm이상까지 실모양의 줄을 만들 수 있다. 잘 안 끊어진다. 열매껍질은 반투명하여 안의 씨가 내비치기도 하며 비닐 같고 두께는 0.1~0.2㎜로 얇다. 열매에는 1개 씨가 들어 있다.
열매에서 갓 빠져나온 씨는 점액질의 열매살에 쌓여 있고 마르면 아래서부터 양쪽으로 흰색의 선이 사선으로 나 있어 마치 잎맥처럼 보인다. 그대로 마르면 열매살은 씨와 한 살이 되고 긁으면 부스러기로 떨어지거나 뱀허물처럼 벗겨진다. 그러면 연하고 부드러운 쑥 개떡 같은 씨가 나온다. 마르지 않은 씨는 연하고 수분이 많고 잘 썰어지거나 쪼개진다.
씨 속의 배 |
모서리가 무딘 긴 네모모양은 아래 가운데가 들어가고 위 끝까지 세로 골이 나 2조각이 붙은 모습을 하며 위 양쪽에 각 1개씩의 작은 돋음 점이 있다. 씨 안에는 아래가 좀 굵고 연노란 색이며 위가 녹색인 작은 막대 모양의 배가 있는데 2조각으로 붙은 모습을 한 씨는 배가 2개 들어 있다. 쌍둥이 씨인 셈이다.
씨 색은 진한 녹색이나 수박색으로 초기와 익은 후가 크게 다르지 않다. 호박씨 색과 비슷하다. 크기는 길이 5~6㎜, 너비 3.5~4.5㎜, 두께 1.5~2.0㎜이다. 광택은 없고 겉은 매끄러운 편이다. 물에 가라앉는다. 맛은 약간 쓰고 떫으며 씹고 나면 약간 아리다.
열매 |
새들이 씨를 옮겨 심는다. 새들은 겨우살이 열매를 무척 즐겨 먹는다. 새가 먹고 멀리 날아가 배설을 하면 배설물이 나무 위에 떨어지게 된다. 끈적이는 점액질로 된 겨우살이 열매살은 소화가 잘 안 되어 높은 나무 가지 등에 잘 붙게 된다. 또 다른 방법은 새들이 열매를 먹을 때 부리나 몸에 열매가 통째로 붙어 이동한다.
겨울철 겨우살이가 사는 숲을 걸어보면 가끔 겨우살이 씨가 다른 나무열매 씨와 섞인 배설물을 볼 수 있다. 동시에 땅바닥이나 나무 가지에 겨우살이 열매 몇 알이 뭉쳐서 떨어져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이렇게 집을 떠난 겨우살이 씨는 조건이 맞으면 거기서 싹을 내어 보금자리를 만들게 된다. 새들에게 먹이를 주는 대신 새를 이용하여 겨우살이는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자손을 떠나보낸다.
점액질을 늘어뜨린 모습 |
과학적으로 겨우살이의 항암 기작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동서양 모두 겨우살이를 신성의 약초로 여긴 것만은 맞는 듯하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간질병 예방을 위하여 겨우살이를 어린이 목에 걸거나, 사악한 기운을 막고 행운을 불러들이기 위하여 크리스마스 장식용으로 문에 걸어놓기도 한단다.
꽃말이 행복, 안전, 희망으로 겨우살이 아래서 남녀가 입맞춤을 하면 결혼을 하게 된다 하여 피앙세들이 그 아래서 즐겨 키스를 하기도 한단다.
겨우살이 열매즙은 점성이 아주 좋아 풀대용으로 종이를 붙여도 된다. 한 번 붙어 굳으면 잘 안 떨어진다. 혹시 겨우살이 열매를 줍거든 실제로 한 번 종이든 편지봉투 등 붙여보라. 그럼 ‘아~ 이럴 수가, 정말 그러네.’ 하면서 놀라는 기쁨을 맛보리라.
씨 콩배 나무 위에서 자라는 새싹
[유기열 박사 프로필]
농학박사, 대학강사 국립수목원 및 숲연구소 해설가 GLG자문관 한국국제협력단 전문가 시인 겸 데일리전북(http://www.dailyjeonbuk.com)씨알여행 연재작가 손전화 010-3682-2593 블로그 http://blog.daum.net/yukiyu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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