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씨알여행(유기열)

장구밥나무, 4-4-4-4의 열매, 씨는 풋 땅콩 같은 비린내 나

장구밥나무, 4-4-4-4의 열매, 씨는 풋 땅콩 같은 비린내 나

 

장구밥나무 열매는 색, 모양, 껍질이 모두 4종류로 되어 있다. 색은 익는 정도에 따라 녹색, 주황, 주홍, 빨강이다. 모양은 열매 붙는 수에 따라 1개는 공, 2개는 장구통이고 3개와 4개는 한쪽이 조금씩 겹친 삼원(三圓)과 사원(四圓)으로 되어 있다. 껍질은 겉, 중, 열매살, 속껍질로 되어 있다.

꽃 종류도 4가지다. 암술과 수술이 같이 있는 양성화, 수술만 있는 수꽃, 수술이 있고 암술이 퇴화한 수꽃, 암술이 있고 수술이 퇴화한 암꽃 등 4종류가 있는 듯하다. 이것은 좀 더 조사를 필요로 한다. 자료나 의견이 있으면 알려주었으면 한다. 때문에 나는 이를 4-4-4-4의 열매(나무)라 부르고 싶다. 이렇게 여러 특성이 4개로 이루어진 식물이 많지 않아서다.

장구밥나무는 2개가 붙은 열매 모양이 장구통(杖鼓筒)을 닮아 장구밥나무라 했다. 이밖에 장구밤나무, 잘먹기나무라고도 부른다.

암꽃의 경우 수술대가 짧은 퇴화한 수술이 씨방을 둘러싸고 있으며 씨방 위로 흰 암술대가 올라오고 흰 색의 암술머리는 3~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다. 흰색의 얇은 버섯 갓을 불규칙하게 여러 갈래로 찢어놓은 깃털처럼 수평으로 넓게 퍼져 있다.

익은 열매
꽃받침이 꽃잎보다 크고, 각각 5장이다. 꽃받침 겉에는 흰 솜털이 많다.

열매는 씨가 들어 있는 수에 따라 다르나 대체로 2개 씨가 들어있는 장구통 모양이다. 씨가 1개 들어 있으면 둥근 공, 3~4개면 공 3~4개를 붙여놓은 모양이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며 익을수록 주황, 주홍을 거쳐 익으면 빨간색이 된다.

크기는 씨가 1개인 둥근 것은 지름 6~8㎜며, 씨의 수에 따라 길이(4개인 경우 대각선)는 이것의 2~3배가 된다. 광택은 있으며 겉은 매끄러우나 확대해서 보면 눈으로 잘 안 보이던 작고 짧은 가시털이 듬성듬성 있고, 위 끝 가운데에 아주 작은 돋음 점이 있다. 물에 가라앉으나 마른 열매는 뜨기도 한다.

열매가운데 껍질
맛은 약간 시고 단 맛도 약간 있다. 이런 맛 때문에 시골에서는 옛날 간식거리로 먹었으며, 일부 지방에서는 식혜를 만들어 먹기도 했다. 새들도 좋아한다.

열매는 잎겨드랑이와 가지 끝에서 8~20㎜의 열매줄기가 나오고 여기서 2~5㎜의 2차 열매줄기가 나온다. 바로 여기에 열매가 달리거나 아니면 여기서 길이 5~10㎜의 열매자루가 몇 개가 나와 열매가 달린다.

열매자루에는 1개의 열매가 달린다. 열매자루와 열매줄기에는 잔털이 많고, 열매자루가 나오는 부위에는 바늘잎 모양의 길이 4~10㎜의 포가 열매자루 마다 1~2개씩 있다.

열매는 익어도 껍질이 벌어지지 않는다. 덜 익은 열매는 단단하고 잘 안 쪼개지며 껍질이 잘 안 터진다. 아주 초기 녹색 열매에는 솜털이 많고 열매 살은 끈적거린다. 빨갛게 익은 열매는 누르면 껍질이 터지며 주홍 내지 붉은 색의 열매 살에 즙액이 섞여 나온다.

겉껍질은 질긴 비닐 같으며 두께는 0.05~0.07㎜다. 열매를 터뜨린 후 씹거나 문지르면 열매 살은 없어지고 겉껍질과 납작한 실 모양의 가운데 껍질이 열매 위 끝 가운데 돋음 점에 연결되어 달려있다. 가운데 껍질은 비닐을 잘게 썰어놓은 실 같다.

어린 열매 횡단면
씨는 단단한 열매의 속껍질 속에 들어 있다. 열매의 속껍질은 딱딱하고 단단하며 두께는 0.5~0.7㎜다. 열매에는 모양에 따라 씨가 1~4개 들어 있다.

씨(열매 속껍질 포함한 것)는 도톰한 원반 모양이다. 그러나 열매에 2~3개 씨가 들어 있는 것은 원반의 한 쪽이 약간 잘려나간 모양이다. 열매자루와 붙은 아래는 좁고 돋음 점이 있다.

색은 초기에는 흰색이며 익으면 누런색이나 누런빛이 도는 갈색이다. 크기는 지름 6~8㎜, 두께 3.5~4.5㎜다. 광택은 없고 겉은 매끄럽지 않다. 물에 가라앉는다. 물에 뜨는 것은 겉은 멀쩡해도 안에 씨 알갱이가 없는 것들이다. 의외로 겉은 이상이 없는데 속이 빈 것이 많다. 싱싱한 것은 풋 땅콩의 비린내가 난다.

열매 속껍질을 깨면 실제 씨가 나온다. 이것은 얇은 누런 갈색껍질로 싸여 있고, 껍질은 부드럽고 두께 0.01㎜도 안 되게 얇다. 씨 알갱이는 희다.

잘 익은 빨간 열매는 물론 이들과 섞여 있는 주홍, 주황 열매 모두 구슬 같다. 여인의 브로치(brooch)로도 잘 어울릴 듯하다. 그래서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가지에 달려 있는 형형색색의 열매를 보는 재미도 좋다.

하지만 빨간 열매를 몇 알 따서 입에 넣고 오물오물 씹다보면 장구밥나무의 또 다른 묘미가 즐겁다. 오물거릴수록 달콤한 맛, 신 맛이 어우러진 이상야릇한 맛과 향이 입안을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익는 정도가 다른 열매들 꽃과 벌

[유기열 박사 프로필]

농학박사, 대학강사 국립수목원 및 숲연구소 해설가 GLG자문관 한국국제협력단 전문가 시인 겸 데일리전북(http://www.dailyjeonbuk.com)씨알여행 연재작가 손전화 010-3682-2593 블로그 http://blog.daum.net/yukiyu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