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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알여행(유기열)

송엽국 ;왕관쓴 별같은 열매, 꽃보다 아름다워

송엽국 ;왕관쓴 별같은 열매, 꽃보다 아름다워

 

송엽국(松葉菊)은 잎은 소나무 잎, 꽃은 국화를 닮아 지어진 이름이다. 원산지가 남아프라카로 사철 푸르며 꽃이 채송화를 연상시킨다고 하여 사철채송화라고도 하는데 식물분류학적으로는 채송화와 집안이 아주 다르다. 채송화는 쇠비름과에 속하는 소박하고 단아한 시골풍으로 보이지만 송엽국은 번행초과(Aizoaceae 또는 Mesembrynathemaceae)의 잎이 두꺼운 늘 푸른 숙근초(宿根草)로 화려하고 도시풍 냄새가 풍긴다.

학명은 Delosperma cooperi다. 속명은 보인다(Visible)의 그리스어 ‘delos’와 씨(seed)를 뜻하는 그리스어 ‘sperma'의 합성어다. 열매가 익어 벌어지면 덮고 있는 막질이 없어져 씨가 보여서 붙여졌다.

종명인 cooperi는 속이 보인다는 뜻으로 일부 종들의 잎이 투명하여 속이 보이는데서 유래되었다. 영명으로는 purple ice plant나 cooper’s ice plant라고 하는데 이것은 Delosperma 속 식물의 잎이 구슬처럼 부풀어 투명하고 수정처럼 빛나는 얼음 같은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송엽국을 직접 보면 그런 잎은 보이지 않고 통통하고 물기가 많아 보일 뿐이다.

송엽국은 암석원의 조경 식물로 알맞고 지피식물로도 활용가치가 높다. 이름을 보면 국화류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지 않다. 잎은 말할 것도 없고 꽃도 총포 위에 설상화나 통상화가 많이 있는 국화류와는 달리 꽃받침 5개위에 꽃잎과 암수꽃술이 많은 꽃으로 외관은 국화류와 다소 닮아 보이나 형태학적으로는 전혀 다르다. 열매와 씨 역시 국화류와는 전혀 딴판이다.

열매는 꽃받침 안에 들어 있다. 익기 전에는 아래는 공처럼 둥글고 위는 도톰한 줄모양의 꽃받침 5조각이 모아져 전체적으로는 원뿔모양이다. 그러나 익으면 모아져 있던 꽃받침이 벌어지고 붉은 별처럼 생긴 열매가 보인다.

별 같은 열매는 5개의 도톰한 긴 타원형으로 구성되고, 각각의 윗면 가운데엔 가로로 1개의 금이 있다. 그래서 꽃받침이 벌어진 때의 열매는 붉은 별이 왕관을 쓴 모양이다.

송엽국 꽃받침이 벌어진 열매
송엽국 꽃받침이 벌어지기 전 열매
색은 꽃받침은 초기엔 녹색이다가 익으면 주황색이 된다. 그 안의 열매는 녹색에서 붉은 색으로 변한다. 크기는 꽃받침을 포함한 것은 길이 10~17㎜, 지름 7~11㎜이며 꽃받침을 제거하면 길이(높이) 4~6㎜, 지름 5~8㎜다. 광택은 없다. 싱싱한 것도 물에 뜬다. 그러나 싱싱한 것을 쪼개거나 찢어서 넣으면 가라앉는다.

열매대는 줄기 끝에서 1개가 길게 올라와 한 송이 꽃이 피어 1개의 열매가 달린다. 익기 전에는 꽃받침 조각이 모아져 안쪽은 뚜껑모양을 하여 덮고 있고 그 위로 솟은 꽃받침 조각은 붙은 듯 모아져 있다.

꽃받침 5개 중 3개는 짧고, 중간쯤에 안이 조금 파이고 약간 파인 부위의 위가 약간 돋아 있다. 또한 이 3개는 꽃잎이 다 떨어져 열매가 맺히면 돋은 부분이 완전히 붙어 있고 뚜껑을 만든다. 긴 2개의 꽃받침은 어디에도 파이거나 돋아난 부위가 없고 매끈하며 꽃잎이 떨어져 열매가 맺혀도 완전히 붙지 않고 떨어져 있다.

송엽국 씨 물속 발아
송엽국 씨
익으면 안쪽의 덮개모양을 하고 있던 꽃받침이 3조각으로 갈라져 결국 5조각의 꽃받침이 벌어진 모습이 되어 마치 5개의 토끼 귀가 쫑긋 선 것 같고 왕관처럼 보인다.

열매는 수십 개의 씨를 품고 있다. 5개의 도톰한 열매 조각은 익으면 윗면의 가운데 있는 금이 갈라져 씨를 내보낸다. 씨는 주로 열매 조각의 아래 부위에 달린다. 씨를 내보낼 때의 열매는 거의 흰색에 가깝다.

열매가 싱싱할 때는 열매살이 연한 생선회 같으나 마르면 껍질만 남아 콩깍지처럼 된다. 마른 열매껍질의 두께는 0.2~0.3㎜정도다.

씨는 열매 조각에 들어 있는 수에 따라 다소 다르다. 1개 들어 있는 씨는 둥근꼴 타원형이고, 여러 개 들어 있는 씨는 1개의 능각이 있는 모나지 않은 세모뿔로 깐 마늘쪽과 비슷하다. 색은 연한 갈색이나 누런색이다.

송엽국 씨를 내보낸 열매
씨 아래부위는 좁고 진한 흑갈색이다. 크기는 길이 0.7㎜이하, 너비 0.5~0.6㎜, 두께 0.4~0.5㎜다. 광택은 없고 겉은 매끄럽지 않고 아주 미세한 돋음 점이 있는 듯하다. 물에 가라앉는다.

너무 작아서 씨껍질과 알갱이는 조사하지 못했다. 그 작은 씨들을 조사를 할 수 있는 데까지 조사를 마치고 2011년 8월 13일에 물속에 그대로 담가 두었다. 그러다 27일에 보니 맹물 속에 아무렇지 않게 놓아둔 그 작은 씨앗에서 하얀 뿌리와 녹색의 떡잎이 나와 자라고 있었다. 어찌 신기하지 않은가!

그렇게 물속에서 난 싹은 1주일 지나니 싹이 흐물흐물 녹아버렸다.
열매와 씨를 조사할 때마다 나는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씨앗에서 아름다운 꽃, 무성한 잎, 우람한 줄기를 보려고 얼마나 바보짓을 하는지 모른다.

그게 정말 바보짓인 줄 알고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씨만 보면 나도 모르게 매번 또 그런 바보스런 행동을 하게 된다. 씨가 나의 호기심을 그냥 놔두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내가 너무 씨에 집착해서일까?

어떤 이유라도 상관없다. 씨를 보는 한 나의 바보짓은 계속 될 것이다. 씨가 있어 나를 포함하여 인간과 동물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송영국 열매 껍질이 벌어져 씨가 보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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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 박사 프로필]

농학박사, 대학강사 국립수목원 및 숲연구소 해설가 GLG자문관 한국국제협력단 전문가 시인 겸 데일리전북(http://www.dailyjeonbuk.com)씨알여행 연재작가 손전화 010-3682-2593 블로그 http://blog.daum.net/yukiyu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