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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알여행(유기열)

백량금, 안방으로 들어온 숲속 빨간 열매

백량금, 안방으로 들어온 숲속 빨간 열매

 

 

백량(百兩)이라는 말은 시경(詩經)의 소남(召南) 작소장(鵲巢章)에 나오며 성대한 혼인식을 뜻한다. 이런 백량은 중국에서 제후(諸侯)가 딸을 시집을 보낼 때 수레 백대를 사용한데서 유래하였다.

따라서 백량금(百兩金)은 수레백대 분의 물건만큼 비싼 나무를 상징 한다. 실제 백량금이라는 이름은 일본 에도시대에 이 나무가 너무 귀한 나머지 값이 비싸 백량이상의 금을 주지 않으면 살 수 없어서 붙여졌다 한다.

백량금은 숲이나 바닷가에서 잘 자라는 야생의 나무다. 조수(潮水:밀물과 썰물을 총칭함. 달, 태양 따위의 인력에 의하여 주기적으로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는 바닷물)에 견디는 힘(耐潮性)이 커서 바닷가에서도 잘 자라고, 그늘에 견디는 힘(耐陰性)이 커서 숲속 나무 아래서도 잘 자란다.

꽃과 어린 열매

가을부터 다음해 봄까지 빨간 열매를 달고 있어 곁에 두고 십지만 공해에 약하고 중부지방에서는 밖에서 겨울을 나기가 어렵다. 그래서 그런지 밖에서 월동이 어려운 지역에서는 요즘엔 화분에 심어 온실이나 집안에서 많이 기른다. 정열적이고 탐스런 주옥같은 열매가 안방을 차고 들어온 셈이다.

동아시아가 원산지인 백량금은 20세기 초에 미국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양에서는 원산지인 동양인과 달리 백량금을 coral bush, coralberry, coralberry tree, hen's-eyes, and spiceberry로 부른다.

익은 열매
흰빛이 도는 어린 열매

여기서 coral은 산호, hen은 암탉을 뜻한다. 그러니까 서양인은 백량금의 열매를 보고 아름다운 산호나 암탉의 눈을 연상한 모양이다. 나무의 가치를 보고 이름 짓는 동양인, 생긴 모양을 보고 연상되는 것을 따서 이름 짓는 서양인, 나무 이름하나에도 동서양인의 차이가 이렇게 큰 데 문화와 인성의 차이는 얼마나 클까? 이래서 외교관이 주재국의 문화, 역사, 생활사, 사회를 잘 알아야 훌륭한 외교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열매는 둥글며 위 끝에는 갈색이나 흑색의 길이 3~10㎜의 털이 1개 달려 있지만 대부분 떨어져 보기 어렵다. 초기의 어린 열매에 속은 씨의 형태가 없이 물 같은 액체가 조금 들어 있었다. 열매색은 초기에는 녹색이고 흰색을 거쳐 익으면 붉다.

그러나 꽃은 희다. 열매 크기는 지름 8~11㎜이나 높이가 지름보다 약간 작은 것도 많다. 광택은 싱싱한 것은 약간 있으나 마르면 없다. 겉은 녹색 어린 열매는 겉에 주근깨처럼 검은 점이 많으나 빨갛게 익으면 점이 없다. 겉은 초기나 익은 후나 다 매끄러운 편이다. 물에 뜬다. 아무 맛도 없다.

껍질을 벗겨낸 씨알갱이
열매자루는 위는 붉고 아래는 녹색이며, 길이 1~2cm, 지름 1.0~1.5㎜다. 꽃받침은 익은 열매에도 5~6개가 붙어 있지만 열매가 떨어질 때는 꽃받침은 열매자루에 붙고 열매만 떨어진다.

꽃받침은 길이 1~2㎜, 너비 0.5~1.5㎜, 두께 0.1~0.2㎜다. 꽃받침은 초기에는 흰 녹색이며 겉에 주근깨 같은 검붉은 점이 많으나 열매가 익으면 꽃받침도 붉게 변하나 열매와 달리 겉에 점이 그대로 있다.

열매는 익어도 껍질이 벌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불규칙하게 껍질이 터서 흰색의 살이 드러난다. 싱싱한 익은 열매는 누르면 껍질이 찢어지고 누런빛이 도는 흰 살이 나온다. 아래 가운데에는 열매자루와 붙은 자욱이 뚜렷하다. 그 자국은 흰빛이 도는 누런색이며 동그랗다. 껍질 두께는 0.1㎜로 얇다. 열매에는 1개 씨가 들어있다.

씨는 열매와 마찬가지로 둥글다. 색은 초기에는 흰색이며 익으면 갈색이다. 초기의 열매를 잘라보았더니 형체가 없고 물방울 같았다. 크기는 지름 5.5~7.5㎜다. 광택은 없고 겉에는 수십 개의 가는 흰 색의 세로 선이 있다. 열매와 달리 물에 가라앉는다.

녹색 어린 열매의 횡단면

씨껍질은 알갱이와 잘 분리된다. 두께는 0.1㎜정도로 얇다. 씨 알갱이는 어두운 미색이며 단단하다. 가위로 잘라보았더니 마른 가래떡 속살 같았다.

집안에서 꽃을 볼 수 있는 화초는 많지만 열매를 볼 수 있는 화초는 그리 많지 않다. 백량금 열매는 꽃보다 아름다운데다 보석 같은 빨간 열매가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오래 달려 있다. 그래서 그런지 백량금은 실내 관상용 나무로 인기가 높다. 사람의 욕구에 따라 고향인 숲을 떠나 사람이 사는 안방으로 들어온 셈이다.

껍질이 터져 흰 속살을 드러낸 채 달려 있는 열매는 가끔 마술을 부린다. 전혀 그럴 것 않아 보이며, 어디에도 그런 내용이 없지만 만지는 순간 열매가 툭 터지는 듯 튕겨 떨어져나가기도 한다.

이런 백량금의 움직임에 처음 멋모르고 열매를 따려다 순간 깜짝 놀랐다. 새로운 사실을 알고 체험한 셈이다. 이와 같은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거나 체험하는 맛과 재미가 나를 열매와 씨에게 계속 붙들어 매주며 관심을 갖도록 한다. 이것이 나의 씨알여행이 쉬 끝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꽃같은 꽃받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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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 박사 프로필]
농학박사, 대학강사 국립수목원 및 숲연구소 해설가 GLG자문관 한국국제협력단 전문가 시인 겸 데일리전북(http://www.dailyjeonbuk.com)씨알여행 연재작가 손전화 010-3682-2593 블로그 http://blog.daum.net/yukiyu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