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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알여행(유기열)

괴불나무..웃음주는 이름, 8월에도 꽃피고 열매 익어 /괴불나무 5장

괴불나무..웃음주는 이름, 8월에도 꽃피고 열매 익어

 

 

수목원에서 해설을 하던 2009년 8월 어느 날이었다. 날씨가 무척 더워 숲속으로 난 생태로를 걸었다.

“선생님, 선생님, 여기 괴물나무가 있어요.”
해설을 듣다 놀란 초등학생이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뭐 괴물나무가 있어, 어디?”
모두들 신기한 표정으로 학생이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괴불나무 표찰이었다. 표찰 위에 나뭇잎이 떨어져있어 괴물나무로 보였던 것이다. 글자 하나 차이인데 뜻은 하늘땅만큼 차이가 났다. 표찰 위의 나뭇잎을 걷어내고 괴불나무임을 보자 모두 한바탕 웃었다.

간단히 괴불나무에 대한 설명을 하자 모두들 괴물나무라고 하면 기억이 잘 되겠다고 하였다. 나는 그 뒤부터 괴불나무의 닉네임을 괴물나무로 부르고 있다.

익은 열매
왜 괴불나무라는 이상한 이름이 지어졌을까? 일반적이고 널리 알려진 설은 꽃잎 조각이 괴불을 닮아서 그렇단다. 여기서 말하는 괴불은 어린이나 부녀자들이 노리개나 주머니에 달거나 아니면 그 자체를 차고 다니던 하나의 장신구다.

 

이것은 세모 모양으로 생겼으며 세 귀가 삼재(三災)를 누른다 하여 벽사(辟邪)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꽃을 아무리 보아도 괴불과는 닮지 않은 듯하니 이 이름의 유래는 설득력이 약한 듯 하다.

대신에 괴불의 어원을 찾아보니 붉다(赤)는 불글(불긋,불긋)이 음운이 도치(倒置)되어 글불이 되고, 이것이 게불-개불-괴불로 되었다고 했다. 이게 맞다 면 괴불나무란 이름은 빨간 열매의 붉다는 어원과 연관 지어 지어졌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붉은 열매가 달리는 나무가 수십 수백 종이라는 생각에 미치면 자신이 없어진다. 또다른 설은 마주보는 2개의 열매가 개불알을 닮아서 괴불나무라 했다 하나 이 역시 내가 보기에는 열매는 개불알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어린 열매
이름에 얽힌 일 말고 또 한 가지 나는 괴불나무의 특이한 점을 경험했다. 그것은 꽃피고 열매 익는 시기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괴불나무는 대체로 5~6월에 꽃이 피고 9~10월에 열매가 익는다.

 

수목원에 있는 괴불나무에서도 확인을 했다. 그런데 서울의 지하철 2호선 지선인 용두역 옆 청계천에 있는 괴불나무는 2008년 8월 26일에도 꽃이 피고 동시에 열매가 빨갛게 익어 있었다.

한 곳에 몇 그루가 자라고 있었는데 어떤 나무는 꽃이 피는가 하면 다른 나무는 빨간 구슬처럼 익은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꽃이 핀 가지와 잎은 봄이 아닌 여름인 그때 막 자란 새 가지와 새잎으로 보였다.

하엽(夏葉)인 셈이다. 같은 괴불나무인데 이렇게 꽃피는 시기가 다를 수 있을까? 왜 그럴까 궁금하여 찾아도 보았지만 아직 알지 못하여 말 못하는 나무 앞에서 고개만 갸우뚱거릴 뿐이다.

열매는 초기에는 긴둥근꼴 타원형이며, 좀더 익으면 달걀형이며 다 익으면 둥글다. 초기 어린열매는 왕관을 쓴 모양이다. 어린열매 위의 왕관처럼 보이는 것은 꽃받침이다. 꽃받침은 꽃 아래의 통부를 싸고 있다가 꽃잎이 떨어지면 씨방 위에 그대로 남는다.

포(꽃 턱잎)
꽃받침은 긴 타원형이며 5조각으로 되어 있다. 길이는 1~3㎜, 너비 1㎜이하, 두께 0.1㎜정도다. 이래서 연노란 빛이 도는 꽃받침이 달린 녹색의 어린 열매는 귀엽다. 꽃받침은 열매가 익어가면서 떨어지고 열매 위에 검은색이나 암갈색의 흔적이 남아 있으나 더러는 빨갛게 익은 열매 위에 암갈색으로 붙어 있기도 한다.

 

열매는 잎겨드랑이나 가지 끝에 달리며 잎이 마주나므로 열매 또한 마주 달린다. 열매자루는 2~5㎜로 짧고 1개 열매자루에 2개 열매( 영양상태가 안 좋거나 꽃가루받이가 잘 안된 경우에는 1개가 달리며 그 옆에 좁쌀 같은 작은 것이 붙어있기도 한다)가 달린다.

가지에 달려 있는 열매는 가지를 중심으로 양옆으로 2개씩 4개가 마주보고 달려 있다. 그래서 열매가 많이 달려 있는 가지를 보면 열매가 2열로 늘어서 있는 듯하다. 익은 열매 아래에는 꽃받침 대신에 포(苞, 꽃턱잎)가 붙어 있다.

포는 공의 1/4분 정도를 자른 종지모양으로 위 끝 가운데 2곳이 얕게 들어가 있으며 위부분의 지름은 3~5㎜, 두께는 0.3~0.5㎜이다. 1개 열매자루에 열매가 2개 달리므로, 열매를 떼어낸 포(苞)만 2개 달린 모습은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모은 듯하다.

열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고 익으면 자주 검붉은 색을 거쳐 빨갛게 된다. 크기는 지름 6~9㎜이며, 지름보다 길이(높이)가 약간 크기도 하다. 광택은 초기에는 없으나 완전히 빨갛게 익으면 광택이 있다.

겉은 익으면 반투명해져 열매꼭지와 씨 위와 연결된 노란 실모양의 선이 비쳐 껍질 안에 노란 줄이 그어진 모습으로 보인다. 초기열매든 익은 열매든 모두 물에 가라앉는다.

열매는 익어도 벌어지지 않는다. 초기에는 단단하나 익으면 말랑말랑 하며 손으로 누르면 껍질이 터지고 노란 색이나 주황색의 열매살과 즙액과 함께 씨가 빠져나온다. 껍질은 0.1㎜로 얇고 부드러우며 즙액은 끈적거린다. 열매에는 1~8개의 씨가 열매살 속에 수직으로 서서 박혀있다.

씨는 납작한 타원형이다. 안쪽 면은 약간 휘어 있고 위의 왼쪽이 골이 패이고 아래의 오른 쪽에 능선이 1개 있다. 바깥 면은 볼록하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며 익으면 누런색이나 갈색이 된다.

크기는 길이 3.5~4.5㎜, 너비 2~3㎜, 두께 0.7~1.0㎜이다. 씨껍질과 알갱이는 한 살 같아 껍질을 벗기기가 힘이 든다. 광택은 없으며 익은 씨는 물론 익지 않은 녹색씨도 물에 가라앉는다.

빨갛게 익은 씨를 보면 구슬처럼 아름다워 구슬치기도 하고 싶고, 먹음직스러워 보여 먹고도 싶다. 그러나 너무 물렁하여 가지고 놀기에 알맞지 않으며, 쓴 맛이 있어 먹기도 약간 거북스럽다. 물론 쓴 것을 좋아 하면, 해독작용이 있어 약을 먹는 셈치고 먹으면 좋다. 열매와 달리 씨는 쓰지 않고 고소한 맛이 난다.

세상에는 같은 듯 하면서 다르고 다른 듯하면서 같은 점을 가진 것들이 많다. 괴불나무도 열매는 맛깔스러워 보이는 외관과는 딴판으로 쓰고, 한 몸이면서도 부위에 따라 맛 차이가 크고, 같은 나무이면서 꽃 피는 시기가 영 다르다.

그러니 세상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경험을 많이 해야 하고, 세상을 제대로 많이 알아야 잘 살 수 있다. 세상엔 이렇듯 다양하고 호기심을 가질만한 것들이 많으니 세상살이는 재미있고 열심히 살아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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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열 박사 프로필]
농학박사, 대학강사 국립수목원 및 숲연구소 해설가 GLG자문관 한국국제협력단 전문가 시인 겸 데일리전북(http://www.dailyjeonbuk.com)씨알여행 연재작가 손전화 010-3682-2593 블로그 http://blog.daum.net/yukiyull

보고파괴불나무..웃음주는 이름, 8월에도 꽃피고 열매 익어 ...어린이나 부녀자들이 노리개나 주머니에 달거나 아니면 그 자체를 차고 다니던 하나의 장신구...'괴불'을 닮아서 괴불나무라고 불리어진다는 설이 일반적이다...^-^

 

이름에 얽힌 일 말고 또 한 가지 나는 괴불나무의 특이한 점을 경험했다. 그것은 꽃피고 열매 익는 시기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괴불나무는 대체로 5~6월에 꽃이 피고 9~10월에 열매가 익는다.... 한 곳에 몇 그루가 자라고 있었는데 어떤 나무는 꽃이 피는가 하면 다른 나무는 빨간 구슬처럼 익은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꽃이 핀 가지와 잎은 봄이 아닌 여름인 그때 막 자란 새 가지와 새잎으로 보였다....하엽(夏葉)인 셈이다. 같은 괴불나무인데 이렇게 꽃피는 시기가 다를 수 있을까?

- 2013년 1월9일 수요일 오후 10시...다시 읽기...수산나 -

괴불나무 1

 

괴불나무 2

 

괴불나무 3

 

괴불나무 4

 

괴불나무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