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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알여행(유기열)

물달개비...춤추는 듯 하고, 생존능력 뛰어나

물달개비...춤추는 듯 하고, 생존능력 뛰어나

물달개비는 슈퍼 잡초로 농촌에서는 천덕꾸러기 신세다. 2010년 6월에 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이 발표한 2008년 물달개비에 의한 벼농사 피해액이 직파 논 6224억원, 어린모 3823억원 등 1조 47억원에 이른다는 사실만 보아도 잡초로서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농민의 입장에서는 악이지만 물달개비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갈 능력을 잘 갖추었다는 것을 뜻한다.

물달개비의 열매

 

 

물달개비 꽃은 꽃봉오리가 피면 밑으로 고개를 숙인다고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꽃은 물 위에 피어 하늘을 보거나 옆을 향하고 있다가 꽃가루받이가 끝나 열매가 맺히면 꽃대가 고개를 숙여 물속으로 들어간다. 열매는 물 속에서 자라며 영글고 이 기간에 씨도 만들어져 함께 여문다. 그러니 여간한 끈기가 없으면 열매와 씨를 조사하기가 어렵다.

물달개비란 이름은 잎의 모양이 달개비(닭의장풀)와 비슷하지만 물가에서 자란다하여 지어졌다. 한방에서는 식물체를 곡초(蔛草)라 하여 고열, 해수, 천식의 치료약재로 사용하고 있다.

열매는 완전히 익어 줄기에서 떨어지기 전까지는 물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물론 물이 빠져 식물체가 다 물 밖으로 나오는 환경조건에서는 어쩔 수 없지만 스스로는 물 밖으로 나오는 법이 없다.

 

 

물달개비의 열매가 완전히 벌어진 모습
열매는 초기에는 긴 삼각뿔이나 원뿔형에 가깝고 세로로 자른 단면의 꼭지 점을 이으면 거의 2등변 삼각형 모습을 하고 3개의 방이 뚜렷하다. 그러다 익으면 위도 굵어져 둥근꼴 긴 타원형으로 된다. 겉에 3개의 얕고 넓은 능각이 있고 3개의 얕고 넓은 골이 희미하게 나 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골이 없는 듯 하다. 위 끝에는 한 개의 암술머리가 붙어 있는 것으로 보이나 사실은 3개가 모여 있다.

겉에는 꽃받침이 큰 것이 3개 있다. 큰 꽃받침 각각은 오래되면 2갈래로 갈라져 결국은 6조각이 된다. 물 속에 있는 열매는 익으면 이삭줄기에서 떨어져 물 위로 올라와 둥둥 떠다닌다. 열매자루가 없다. 물 위의 열매는 떠다니면서 3조각으로 완전히 갈라진다. 갈라지는 부위는 능각이 아니라 각 면의 얕은 골이다.

수생식물이 아닌 식물은 물 속에서는 물론이고 비에 젖거나 물이 많이 묻으면 껍질이 벌어지다가도 오므라드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물달개비는 물 위에서도 열매가 3조각으로 완전히 갈라지고 그 각 조각이 다시 2갈래로 완전히 갈라진다.

각 조각은 2갈래로 갈라질 때 한국인이 두 팔을 벌리거나 오므리며 춤을 추듯 벌어진다. 한 쪽 옆구리나 안쪽이 아닌 양 옆구리가 갈라져 2조각으로 된다. 이때 특이한 것은 열매조각의 위 끝이 아니라 제일 아래부위(열매자루에 붙은 부위)부터 위로 올라가며 벌어지고 갈라진다.

물달개비 씨
그러나 각 조각의 위 끝 암술머리가 붙어 있는 곳은 안 갈라진다. 따라서 갈라진 안쪽의 조각은 위 끝이 붙은 채 완전히 뒤로 젖혀져 뒤집어진다. 팔을 위로 올린 뒤 뒤로 뻗어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도록 뒤집어 놓은 모습이다. 다시 말하면 바깥(앞)과 안쪽(뒤) 껍질 모두 속을 밖으로 드러낸다.

그런 아래에 피침형 긴 줄모양의 꽃받침 6조각이 불가사리 모양을 하고 붙어 있다. 꽃받침 아래에는 길이 1~3㎜, 너비 0.4~0.6㎜의 작은 부(副)꽃받침 조각 6개가 붙어 있다. 열매껍질이 벌어져 갈라지는 모습이 이토록 춤을 추는 듯 멋질 수 있을까?

물 위에 떠 있는 것을 주워 집에 가지고 와서 빈 그릇에 담아 놓고 하루 밤을 자고나서 아침에 보니 그것도 벌어졌다. 이런 것을 보면 물달

 

개비 열매는 물에

물달개비 씨의 물속 발아
서는 물론 물 밖에서도 껍질이 벌어지고 갈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껍질은 반투명한 색종이 같고 두께는 0.2㎜정도다.

열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고 꽃받침은 다소 꺼무튀튀하거나 검붉은 색이다. 익으면 녹색 바탕에 적갈색 점이 많이 있어 약간 붉은 빛이 도는 녹갈색이 되고 꽃받침은 회갈색이 된다. 크기는 길이 10~20㎜, 지름 4~8㎜이다. 광택은 없으며 겉은 매끄럽다. 물 위에 뜨나 꽃받침이 다 떨어지면 가라앉기도 한다.

열매의 각 조각에는 수십 개의 씨가 들어 있으니 1개 열매에는 100개가 넘는 씨가 들어 있다. 씨는 열매 안의 축에 달려 있는 작은 손가락에 붙어 있다. 열매가 벌어지면 씨는 떨어져 밖으로 빠져나온다.

씨는 둥근꼴 타원형이나 한쪽은 넓고 둥글며 다른 한쪽(열매 축에 난 손가락에 붙은 부위)은 좁은 편이다.

겉에는 세로로 10여개의 가는 돋음 줄이 있다. 이 돋음 줄은 초기의 흰색인 씨에는 없다. 씨의 색은 초기에는 희며 익으면 갈색이나 회갈색이 된다. 크기는 길이 1.0~1.3㎜, 굵은 쪽 지름 0.5~0.6㎜이다. 광택은 없다. 물에 가라앉는다. 물에 2개월 정도 담가놓은 후 물 속에 가라앉은 모습을 보니 마치 작은 모래 같았다.

물달개비 열매가 수백 개의 씨를 품고도 물 위에 떠다니는 것은 물을 이용하여 멀리 이동하기 위함이다. 열매껍질이 3조각으로 완전히 갈라지고, 그 조각이 완전히 양쪽 옆구리가 갈라져 열매 속을 다 드러내는 것 또한 씨가 물에 씻겨서 남김없이 잘 떨어지게 하기 위함이다.

열매와 달리 씨는 무거워 물에 가라앉는 것 역시 물 아래 땅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고 자라나기 위함이다. 실제로 집에서 물 속에 담가둔 물달개비 씨는 3개월 지나니 대부분 싹이 났다. 발아력이 좋아 번식력이 왕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달개비의 생존전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물달개비는 현대 과학을 동원하여 만든 최신농약에 대한 내성 또한 강하여 제초가 매우 어렵다.

물달개비의 이 모든 노력과 자기보존본능은 어떻게 해서라도 자손을 퍼트려 오래오래 지구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을 위한 전략전술이다.

만약 씨가 가벼워 물 아래로 가라앉지 못하거나 물속에서 싹이 나지 않으면 어찌되었을까? 아마도 물달개비는 이미 지구상에서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에 잠겨 눈곱만한 씨가 물에 가라앉는 모습을 보면 씨가 한 없이 위대하고 소중해 보인다.

먼 미래까지 살아남기 위하여 어떤 전술과 전략을 가지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 우리 인간도 한번 뒤돌아볼 일이다.

못써물달개비는 슈퍼 잡초...물달개비 꽃...꽃대가 고개를 숙여 물속으로 들어간다. 열매는 물 속에서 자라며 영글고 이 기간에 씨도 만들어져 함께 여문다.

 

물달개비 열매가 수백 개의 씨를 품고도 물 위에 떠다니는 것은 물을 이용하여 멀리 이동하기 위함이다. 열매껍질이 3조각으로 완전히 갈라지고, 그 조각이 완전히 양쪽 옆구리가 갈라져 열매 속을 다 드러내는 것 또한 씨가 물에 씻겨서 남김없이 잘 떨어지게 하기 위함이다.

 

- 2013년 1월6일 일요일 오전 11시30분...다시 읽음...수산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