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위의 살림
검은 지붕에 이름을 알 수 없는 꽃이 필 때 붉은 고무대야에 수돗물을 틀어놓고 찌든 이불을 치댈 때 흰 구름이 지붕을 덮고 나무를 덮고 마을을 덮고 지나갈 때 까칠까칠한 수염의 가장이 숫돌에 칼끝을 문지를 때 지붕으로 뛰어올라온 닭이 벌어진 꽃의 이름을 캐물을 때 기둥에 매달아놓은 옥수수 종자가 아장아장 아이에게 말을 걸 때 둥근 집의 살림은 댓돌 위의 신발처럼 늘어났다
―이기인(1967~ )
| |
조선일보/가슴으로 읽는 시(2012.7.31)이다. 장석남교수의 평이다.
지붕의 표정을 살펴본다는 것은 그 살림의 높이를 살펴보는 것이다. 지붕에 알 수 없는 꽃이 피었으니 퇴락한 집이다. 붉은 고무 대야에 이불을 담가놓고 치댈 때의 그 성가시고 거북하고 끝내 개운치 않은 힘겨운 빨래 행위, 그것이 이 지붕 아래 살림의 표정이다.
가장(家長)은 왜 칼을 갈고 있는 것일까? 먼 데서 손님이 온다는 뜻이리라. 닭은 무엇인가를 예감한 듯 지붕에 뛰어올라가 퇴락의 증표인 이름을 알 수 없는 꽃을 쪼아대고 있다. 새로운 기운이 감돈다. 지붕도 새롭게 바뀔 것만 같다.
알쏭달쏭 시...쉽게 읽히지 않는 시...오래 들여다 보게 만드는 시가 특징이라고 한다...장석남교수의 평이 있으므로 다른 부분은 알겠는데..."옥수수 종자가 아이에게 말을 걸 때" 가 좀~ ...이다...ㅋㅋ...^-^ | |
◆이기인 시인
1967년 인천 출생
1986년 인천 제물포고 졸업
1988년 서울예술대학 졸업.
2000년 경향신문 신춘 시 <ㅎ방직공장의 어린 소녀들> 당선.
2005년 첫 시집 <알쏭달쏭 소녀백과사전>
두번째 시집『어깨 위로 떨어지는 편지』.
이씨의 시는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오래 들여다 보게 만든다.
| |
기와 지붕위에 난 잡초...^-^
초가 지붕 위 호박
옥수수 말리기
처마 밑 옥수수 말리기
처마 밑 옥수수, 시래기(?), 멍석 등 말리기...^-^
초가집 마루 소경
초가집 마루 소경...소라모양 여치집(?) 오래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