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
할머니들은 여기가 어디에요? 잘 묻는다
그 불안한 표정은 어머니다
여기가 어딘가? 가 아닌 弱者의 모습
전철에서 할머니들은 륙색을 하나씩 메고
驛谷에서 松內 전철은
幻燈機처럼 스친다 창밖
丹楓은 쏟아져 할머니들은
―김영승(19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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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슴으로 읽는 시(2012.8.2)이다. 장석남 교수의 평이다.
내가 주로 다니는 역은 한성대·대학로·왕십리·청량리·용문 등등이다. 거기서 슬프고 괴롭고 더운 노인들이 '그래도 나는 다녀야겠다'는 표정을 하시고는 부지런히, 느리게 다니시는 것이다. 어느 환승역 지하에서 만나는, 시골 노인이 펼쳐놓은 더덕 향내는 우리를 잠시 눈물겹고 찬란한 생동의 숲으로 이끈다. 나는 그 향기를 따라 가난하나 평안한 어느 간이역을 지나고 무성한 숲을 지나 계곡으로 들어선다. 호젓한 물소리가 간절하다. 물소리는 과연 무슨 말씀을 하시는가. '낮고 조용히 흐르는 거야. 그게 최선이야.' 이렇게 말씀하시겠지. 무덥고 힘겨운 일상의 시간을 잠시 떠나보는 것이다.
그 아름다운 숲을 빠져나와 다시 닿는 간이역. 어머니역. 거기는 에어컨도 나오지 않고 화장실도 쾌적하지 않고 이제 아버지라는 손님도 영영 기다릴 수 없는 쓸쓸한 역이다. 곧 내가 이 여름을 지나면 닿을 '단풍역'. 우리는 등에 그, 시간이라는 '지게'를 메고 다닌다. 무겁다. 그러나 그 시간이 우리를 영원히 평안한 세계로 메고 가지 않을 것인가.
"여기가 어디에요? 잘 묻는다...여기가 어딘가? 가 아닌 弱者의 모습...그 불안한 표정은 어머니다."
잘 묻는다는 것이 弱者의 모습인가?...불안한 표정을 짓는 어머니의 모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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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1959년 1월 1일 (만 53세), 인천 | 돼지띠, 염소자리
데뷔: 1986년 계간 세계의 문학 가을호 시 '반성' 발표
학력: 성균관대학교 철학과
인천의 제물포고등학교를 거쳐 1983년 성균관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였고,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다가 중도에 그만두었다. 1986년 계간 <세계의 문학> 가을호에 <반성. 서(序)>외 3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1980년대 현실을 특유의 해학으로 극복한 『반성』, 연시적 분위기를 저변에 깔고서 가혹하게 자아를 성찰하며 세상사의 이면을 뒤집어 보고있는 『취객의 꿈』, 풍자와 야유의 방법으로 세상의 허위와 기만에 대응하는 『차에 실려 가는 차』(1989), 슬픔의 정조를 지닌 독설과 자학으로 권태에 대한 공격과 그 공격 자체에 대한 권태를 그려낸 『권태』 등의 시집에 실린 그의 시는 뒤틀림과 외설, 자조, 야유, 탄식 등을 통해 자아 성찰을 위한 노력 및 현실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김영승은 세상에 대한 저항과 정화의 욕망을 배설의 시학으로 그려내는 시인으로 평가된다. 2002년에 제3회 현대시 작품상, 2010년에 제5회 불교문예작품상, 2011년에 제29회 인천시 문화상을 수상하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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