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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조·성가·기도문

구름―김수복(1953~ )-물푸레나무 4장

 

구름

 

저 구름은, 그리운 물푸레나무 머리 위에 앉았다가도 다시 햇살이 되어 해바라기 눈속에 들어가 해바라기가 되었다가 다시 해일이 되어 먼 섬 하나 들어올렸다가도 그리운 사람 마음속 무지개 되었다가, 굽이치다가, 서러운 강물 위에 누웠다가, 퍼지게 누웠다가, 몸속과 몸밖을 드나들며 한 세월 살다가 흘러가는 사람

 

―김수복(1953~ )

조선일보/가슴으로 읽는 시(2012.8.31)이다. 장석남교수의 평이다.

 

사람 사는 일뿐이랴. 세상 만물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하면 첫째가 먹고 사는 문제요, 둘째가 사랑하는 일이겠다. 어쩌면 그 순서가 바뀔 수도 있겠으나 근원적으로는 그렇다. 그것 앞에 둘 것이 없다. 물론 자유(自由)의 선결과제다. 그 이후의 일들은 각자 알아서 순서를 매겨서 하는 것이다. 배고픔은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해결하는 것이요, 사랑은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통과하는 것이다. 같은 점은 둘 다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이다. 모두 어떻든 해결하고 통과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중 사랑의 과정은 저 구름과 같아서 연(緣)이 닿는 물푸레나무 머리 위에 앉고 해바라기 씨처럼 꿈을 여물리다가도 격정이 일면 해일이 되어 '먼 섬 하나'를 들어올리기도 한다. 마침내 그리운 이의 맘속에 들어가 무지개도 되어 보지만 끝내 서러운 강물로 눕고 만다. 그 흐름이 곧 '사랑'이다. 저 강물에 누웠던 사람, 몸과 몸을 통과해 가던 살(肉)들, 다시 또 다른 뭉게구름 되어 흘러올 것이다. 우리는 모두 사랑의 운수납자(雲水衲子)가 아니던가.

 


커피한잔해구름이↗나무 머리위↘햇살↗해바라기↘ 해일↗마음속무지개↘ 서러운강물 = 몸속과 몸밖을 한세월 흘러가는 사람

 

 

김수복 시인
출생:1953년 10월 7일 (만 58세), 경남 밀양시 | 뱀띠, 천칭자리

 

물푸레나무 7월의 열매 1

 

물푸레나무 7월의 열매 2

 

물푸레나무 줄기

 

물푸레나무 명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