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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문인

[김석종의 만인보]‘또 다른 차원의 한류’가 된 여자, 한비야/북한산 3장

[김석종의 만인보]‘또 다른 차원의 한류’가 된 여자, 한비야

경향신문 오피니언 김석종 선임기자 입력 : 2012-08-15 21:18:21 

 

 

한비야(54)는 지금 아프리카 남수단 긴급구호사업 현장에 가 있다. 그를 경기도 양평땅으로 찾아가서 만난 게 보름 전이다. 양평 산골에 있는 한 허름한 수련원이 이 특출난 ‘현장주의자’ 한비야가 자랑하고 싶어하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이곳에 국제구호 NGO인 월드비전의 세계시민학교 교장인 한비야가 ‘지도밖행군단’ 캠프(올해로 7번째 여름방학 캠프다)를 차린 거다. 전국에서 뽑힌 청소년 50명이 3박4일간의 보람찬 일정을 마치고, 이날 졸업식이 열렸다. “아름답게!” “자랑스럽게!” “명예롭게!” 졸업장을 받은 아이들이 두 주먹 불끈 쥐고 소리지르는 그 열기, 대단했다. 이 나라와 세계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사명감에 불타는 장한 아이들을 보는 것이 흐뭇했다.

그러고보니 여기 온 아이들에게 한비야의 인기는 아이돌 스타 저리 가라였다. 이별이 아쉬워서 부둥켜안고, 끝내 울고불고 하는 아이까지 나왔다. 숫제 ‘세계시민교’ 교주라고 해도 믿을 판인 거다. 말 잘하지, 추종자 많지, 모금(국제구호기금) 잘하지, 게다가 ‘선동가’ 기질까지 두루두루 갖췄으니, 교주로도 너끈히 성공했을 거다.

알려진 대로 한비야는 7년간 오지 배낭여행을 했고, 최고의 베스트셀러 저자(<지도밖으로 행군하라>(푸른숲) 100만권 등 지금까지 모두 합쳐 400만권 가까이 팔렸다)가 됐으며, 월드비전 긴급구호 팀장으로 10년 동안 세계의 긴박한 현장을 누볐다. 이제는 세계시민학교 교장 말고도 외교통상부 개발협력 자문위원, 유엔 중앙긴급대응기금(CERF) 자문위원, 한국국제협력단(KOICA) 자문위원,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같은 묵직묵직한 직함까지 달아 국제구호와 인도적 지원 활동 분야에서 좌장급 존재감을 보인다. 한비야는 “모두 다 비정규직이고, 재능 왕창 기부”라며 깔깔깔깔 웃어젖혔다.

일분일초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더니, 한비야는 졸업식이 끝나자마자 다짜고짜 내 차에 올라탔다. 집에 들러서 배낭을 꾸려 곧장 ‘산’에 가야 하니 데려다 달란다. 서울 불광동 북한산 자락에 있는 그의 집까지 두 시간을 운전했다. 머리통이 흐물흐물해질 정도로 푹푹 찌는 폭염의 날이었다. 그는 땡볕 아랑곳않고 정말이지 쉴새없이, 빠르게, 말의 따발총을 쏘아댔다. “그래그래그래하하하하” 호들갑을 떨 때는 숨 넘어가는 줄 알았다. 하긴, 천하의 ‘무릎팍 도사’ 강호동에게도 말발에서 전혀 밀리지 않은 한비야니 오죽할까.

 


한비야는 늘 이런 식이다. 속사포처럼 거침없지만 발음 정확하고, 조리있고 똑 부러지게 할 말 다 한다. 진지한 말은 유쾌하게 하고, 재미난 이야기 중에 급소를 찌르는 한마디를 슬쩍 끼워넣는 식의 언변에 묘하게 끌린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깨알 같은’ 반전과 클라이맥스를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링 솜씨가 여간 아니다. 현장감 생생한 말발을 고스란히 글발로 담아내니 책이 그렇게 많이 팔리는 걸 거다.

이미 알려진 내용이긴 해도, 한비야가 툭툭 던지는 싱싱한 아포리즘은 그대로 가슴에 ‘팍팍팍’ 꽂혔다. “인생 90년은 전후반 90분을 뛰는 축구 경기와 같다. 후반전에도 역전할 수 있고, 이기면 더 좋고, 지더라도 멋진 경기를 하면 된다.” “100도와 99도는 단 1도 차이지만 끓고 안 끓고의 엄청난 차이다.” “여행을 하면 인생을 속성으로, 한 방에 배울 수 있다.” “뭐든지 끝까지 하는 사람, 나는 현재진행형이다.” “난 밥이 아니라 꿈을 얘기하는 사람이다.” “내 묘비명에 ‘몽땅 다 쓰고 가다’라고 적고 싶다.”

이날 한비야가 서둘러서 간 산은 향로봉이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남몰래 홀로 백두대간 종주를 했는데, 지리산에서 시작해 지난 6월 진부령에서 마무리했다. 남한 쪽 종착점인 향로봉이 군사통제구역이다. 마침 해당 군부대서 강연 요청이 들어와 군인들과 함께 향로봉을 오르게 됐다니,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다. 한비야는 금강산이 훤히 보이는 향로봉에서 ‘백두대간 수첩’을 꺼내 이렇게 썼다. “오늘 금강산 향로봉을 찍으면서 남한 쪽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다. 야호!!! 드디어, 마침내, 끝냈다. 225밀리미터의 발로, 아장아장 걸어서 끝까지 왔구나!”(‘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을 돈 한비야지만 발은 유난히 쪼그맣다)라고.

산(여행), 일(국제구호), 책(읽고, 쓰고, 권하기)은 한비야 인생의 ‘삼보(三寶)’다. 그가 즐겨 말하듯이 이 세 가지 때문에 ‘땡잡은’ 인생이다. 그걸 다 제대로 해내려니 바쁜 건 당연하다. 이번에도 코이카 일로 네팔에 갔다가 귀국하자마자 ‘지도밖~’ 캠프를 마쳤다. 향로봉 산행 다음날에는 야생화 만개한 곰배령에서 야영을 했다. 남수단행 출국 전날인 10일에도 ‘유엔 우먼(UN Women)’이란 단체의 행사에서 강연을 했다. 그러면서도 내내 “3년 만에 가는 현장이 설레고 기대된다!”는 말을 입에 달았다.

한비야에게 산은 위대한 자연과 자신의 영혼을 만나는 공간, 몸과 마음에 쌓인 독을 씻어내는 시간이다. 그래서 매일 아침 북한산에 오른다. 이번 남수단행 배낭에도 몇벌의 옷과 책, 일기장, 라면과 함께 북한산 사진과 그림을 가져갔다. 그곳에 머무는 다섯 달 동안 사진으로나마 산에 대한 갈증을 씻겠다고. 그는 산에서 ‘한 발 한 발의 힘, 바위를 뚫는 낙숫물의 힘’을 배웠다고 말했다. 백두대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아달라니, “지금 오르는 산”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국제구호 개척자’ 한비야와 ‘제주 올레길 개척자’ 서명숙이 단짝 친구다. 대단한 여성 행동가들이 우정으로 똘똘 뭉쳐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뚫었다. 한비야는 여든 살까지 스케줄을 다 짜놨다. 앞으로 10년은 유엔, 국제적십자사 같은 국제기구에 들어가 ‘현장’을 아는 NGO 출신 입장에서 ‘제대로’ 구호활동을 펼치겠다고 했다. 다음 10년은 제2, 제3의 한비야가 되고 싶어하는 글로벌 세대들을 뒷바라지하고, 더 늙어서는 ‘정말 좋은 글’을 쓰고 싶단다. 스스로 ‘조증(燥症)’이라는 한비야가 또 “아, 내 앞에 펼쳐질 미래가 진짜 기대된다”며 활짝활짝 웃었다. 소위 ‘성공한 여자’가 너무 깔끔하고 반듯하면 거리가 느껴질 텐데, 이렇게 활기발랄 수다스럽고 덜렁대니, 덩달아 기분 좋다. “용기와 양심을 지니고 인류 사랑을 세계 곳곳에서 심고 있으니 그는 또 다른 차원의 ‘한류’였다.” <김대중 자서전>에 나오는 한비야 얘기다.

 

 

한턱쏴한비야(54)는 말 잘하지, 추종자 많지, 모금(국제구호기금) 잘하지, 게다가 ‘선동가’ 기질까지 두루두루 갖췄으니, 교주로도 너끈히 성공했을 거다...^-^

산(여행), 일(국제구호), 책(읽고, 쓰고, 권하기)은 한비야 인생의 ‘삼보(三寶)’다. 그가 즐겨 말하듯이 이 세 가지 때문에 ‘땡잡은’ 인생이다...^-^

우리나라 ‘국제구호 개척자’ 한비야와 ‘제주 올레길 개척자’ 서명숙이 단짝 친구다...대단한 여성 행동가들이 우정으로 똘똘 뭉쳐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뚫었다...^-^

 

그녀는 쉴새없이, 빠르게, 말의 따발총을 쏘아댔다. “그래그래그래하하하하” 호들갑을 떨 때는 숨 넘어가는 줄 알았다....속사포처럼 거침없지만 발음 정확하고, 조리있고 똑 부러지게 할 말 다 한다. 진지한 말은 유쾌하게 하고, 재미난 이야기 중에 급소를 찌르는 한마디를 슬쩍 끼워넣는 식의 언변에 묘하게 끌린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깨알 같은’ 반전과 클라이맥스를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링 솜씨가 여간 아니다. 현장감 생생한 말발을 고스란히 글발로 담아내니 책이 그렇게 많이 팔리는 걸 거다....^-^

 

스스로 ‘조증(燥症)’이라는 한비야가 또 “아, 내 앞에 펼쳐질 미래가 진짜 기대된다”며 활짝활짝 웃었다. 소위 ‘성공한 여자’가 너무 깔끔하고 반듯하면 거리가 느껴질 텐데, 이렇게 활기발랄 수다스럽고 덜렁대니, 덩달아 기분 좋다. “용기와 양심을 지니고 인류 사랑을 세계 곳곳에서 심고 있으니 그는 또 다른 차원의 ‘한류’였다.” <김대중 자서전>에 나오는 한비야 얘기다...^-^

 

 이런 ‘조증(燥症)’의 파격적인 성격도 타고 나야 되지 않을까 싶다...세상의 때를 잘 만난 것도 복이라 할 수 있겠다...하지만 이런 그녀도 겉으로 보는 것과 다른 속내가 았지 않을까 겁이 난다...오늘 밝고 명랑했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우종완(46)의 자살소식을 들은 충격으로 생긴 여파라고 할 수 있겠다... 겉으로 활달한 사람들이 오히려 속이 더 텅 비어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는 요인이 되었기 때문이다...ㅋㅋ...^-^

 

 

 

- 2012년 9월17일 월요일 태풍 산바가 상륙하여 소낙비가 계속 내리는 날 오후 8시...수산나 - 

북한산 계곡 대서문

 

북한산 계곡

 

북한산 원효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