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사내칼럼 오태진 논설위원
입력 : 2012.10.05 22:34
1996년 8월 뉴욕 양키스 구장에서 5만여 관중이 음악에 맞춰 일제히 춤을 췄다. 두 팔을 차례로 앞으로 내밀었다가 한 팔은 목, 한 팔은 허리에 얹으며 엉덩이를 부드럽게 흔들었다. 간단한 동작이 반복되는 게 아이들 유희처럼 재미났다. 조금 어설픈 몸짓이 익살스러웠다. 노래 역시 지껄이듯 단순한 멜로디가 거듭됐다. 리듬이 흥겨우면서도 빠르지 않아 다 함께 추기 좋았다. 관중들은 절정에서 "마카레나"를 외치며 경기장 군무(群舞) 신기록을 기네스북에 올렸다.
▶그 8월부터 스페인 듀오 '로스 델 리오'의 라틴풍 노래 '마카레나'는 빌보드 차트에서 내리 14주 1위를 지켰다. 어린이들이 발레를 하는 뮤직비디오를 보고 춤을 고안했다 한다. 배 나온 40대 후반 두 남자는 "마카레나를 못 추는 사람은 몸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미국 대선 유세장의 클린턴부터 스페인 어느 섬 20만 군중까지 세계가 마카레나를 췄다. 우리 디스코텍과 에어로빅센터, 경기장에도 마카레나가 넘쳤다.
▶50년대 초까지도 대중음악과 춤은 그리 친하지 못했다. 프랭크 시내트라와 빙 크로스비의 점잖고 감미로운 '스탠더드 팝'이 대세였다. 흑인으로 처음 빌보드 1위에 오른 6인조 보컬그룹 플래터스도 손뼉 치는 학예회 수준 율동을 곁들였을 뿐이다. 50년대 중반 엘비스 프레슬리는 기성세대엔 날벼락 같은 충격, 젊은이들에겐 억눌린 욕망의 분출구였다. TV 카메라는 한동안 '엉덩이 마술사' 프레슬리의 윗몸만 잡아 내보냈다.
▶60년대 트위스트를 거쳐 70년대 디스코 열풍이 닥쳤다. 77년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에서 만난 비지스 노래와 존 트래볼타 춤은 그해 미국에서만 3600만명을 2만여 디스코클럽으로 불러들였다. 83년 마이클 잭슨이 달 위를 걷는 듯한 '문워크(Moonwalk)'를 춰 보이자 뉴욕타임스는 '문화적 혁명'이라고 썼다. 90년대 중반 '마카레나' 이래 오랜만에 세계가 춤으로 들썩인다. 싸이의 말춤이다. 단순하게 반복되는 춤과 노래가 중독성 짙고, 우스꽝스럽도록 유쾌하다. '마카레나'와 많이 닮았다.
▶그제 밤 싸이가 서울광장에서 8만 시민과 함께 말춤을 췄다. 바로 이런 게 축제다. '마카레나'처럼 한 곡만 성공하고 사라지는 '원히트 원더(One-hit wonder)'여선 안 되겠지만 싸이는 개의치 않는다. "반짝하고 말지라도 영광스럽다. 욕심이야 있지만 쥐어짠다고 (후속 히트작이) 나오는 게 아니니 죽기 살기로 하진 않겠다." 하는 말과 생각이 여느 스타들과는 영 다르게 솔직 엉뚱하다. 그렇게 비운 마음에서 말춤 같은 보물이 나오는 모양이다.
▶50년대 초까지도 대중음악과 춤은 그리 친하지 못했다. .... '스탠더드 팝'이 대세...50년대 중반 엘비스 프레슬리는 기성세대엔 날벼락 같은 충격... TV 카메라는 한동안 '엉덩이 마술사' 프레슬리의 윗몸만 잡아 내보냈다.
▶60년대 트위스트를 거쳐 ▶70년대 디스코 열풍이 닥쳤다 ▶ 83년 마이클 잭슨이 달 위를 걷는 듯한 '문워크(Moonwalk)''를 춰 보이자 뉴욕타임스는 '문화적 혁명'이라고 썼다. ▶90년대 중반 '마카레나'는 빌보드 차트에서 내리 14주 1위를 지켰다. ▶ 2012년 10월4일 밤10시 싸이가 서울광장에서 8만 시민과 함께 '말춤'을 췄다.
오늘 신문을 보니...8만이 모인 서울광장에서 주폭도 없고...쓰레기도 한시간만에 깨끗하게 치우고 갔다는 보도가 나온다...앞으로 싸가지 없는 젊은이들(?)이라고 말하면 안되겠다...개념있는 젊은이들(?) 생각있는 젊은이들(?) 우아한 젊은이들(?) 이라고 해야겠다...ㅎㅎ...^-^
- 2012년 10월6일 토요일 안성의 세계민속축전 행사를 다녀 온 다음 날 오전 11시 30분...수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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