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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오피니언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묘비명/다산 정약용 선생 "자찬 묘지명" 1장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185] 묘비명

조선일보/사외칼럼 종합/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행동생태학 입력 : 2012.10.29 22:42 

 

묘비명이란 내가 죽은 후 남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에 대한 본인 스스로 또는 지인들의 표현이다. 요즘 학교에서는 글쓰기 훈련, 기업에서는 신입사원 교육, 어르신들에게는 아름다운 죽음 준비의 일환으로 자신의 묘비명 쓰기 연습을 한단다.

'크리스마스 캐럴'의 스크루지 영감은 자기가 죽은 후 남들이 자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절절이 보았고,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영화 '멋진 인생'에는 자살하고 난 다음 자신의 삶이 그리 헛되지 않았음을 알고 환생하는 남자의 삶이 그려져 있다. 죽음을 가상하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훈련은 나이에 상관없이 매우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기일(11월 2일)이 다가오자 그의 유명한 묘비명을 두고 온갖 교훈적인 얘기들이 들린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의 묘비명이 "어영부영하더니 내 이럴 줄 알았다"라고 알고 있지만, 누가 처음 번역했는지 영 잘못 이해한 것 같다.

모두 함께 검토해 보자는 뜻에서 원문을 여기 그대로 적어본다.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그는 그저 "오래 살더니 내 이런 꼴 당할 줄 알았다" 또는 "오래 살면 결국 죽는다"라는 지극히 당연한 명제를 특유의 풍자적 표현으로 말한 것뿐이다. 그는 94년 동안 극작가, 소설가, 수필가, 음악평론가로 살며 노벨문학상과 아카데미영화상을 모두 거머쥔 사람이다. 결코 어영부영하며 살지 않았다.

인구에 회자되는 유명한 묘비명들은 대체로 심오하거나 가슴 짠한 것들이지만, 나는 마지막 순간에도 삶을 해학으로 승화한 묘비명들을 특별히 좋아한다. 생전에 '걸레스님'으로 불리던 중광 스님은 "에이 괜히 왔다 간다"라며 가셨단다. 일본의 선승 모리야 센얀의 묘비에는 "내가 죽으면 술통 밑에 묻어줘. 운이 좋으면 술통 바닥이 샐지도 모르니까"라는 그의 시가 적혀 있단다. 미국의 코미디언 조지 칼린은 친지들에게 자기 묘비에 "이런, 그 사람 조금 전까지도 여기 있었는데"라고 적어달라고 부탁했단다. 하지만 이런 모든 해학적인 묘비명 중에서 가장 압권은 개그우먼이자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인 김미화씨가 미리 써둔 묘비명이다. "웃기고 자빠졌네."

 

잘자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그는 그저 "오래 살더니 내 이런 꼴 당할 줄 알았다" 또는 "오래 살면 결국 죽는다"라는 지극히 당연한 명제를 특유의 풍자적 표현으로 말한 것뿐이다.

 

'걸레스님'으로 불리던 중광 스님은 "에이 괜히 왔다 간다"...일본의 선승 모리야 센얀의 묘비에는 "내가 죽으면 술통 밑에 묻어줘. 운이 좋으면 술통 바닥이 샐지도 모르니까"라는 그의 시가 적혀 있단다... 미국의 코미디언 조지 칼린은 친지들에게 자기 묘비에 "이런, 그 사람 조금 전까지도 여기 있었는데"...김미화씨가 미리 써둔 묘비명이다. "웃기고 자빠졌네."...ㅎㅎ...^-^

 

 나의 묘비명..."여기 잠들다."...ㅎㅎ...^-^

 

 

다산 정약용 선생 "자찬 묘지명"

 

다산 정약용 선생과 부인 풍산 홍씨 묘

 

다산 정약용선생의 회혼례와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