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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오피니언

[만물상] 전기작가와 주인공 관계-'CIA 국장의 여자' /괴불나무 4장

[만물상] 전기작가와 주인공 관계

조선일보/사내칼럼/오태진 논설위원 입력 : 2012.11.12 22:28

 

미국 전기작가 봅 콜라첼로는 레이건 부부와 오랜 세월 가깝게 지냈다. 그는 2004년 레이건 전기를 쓰기로 하고 여러 차례 낸시 레이건을 인터뷰했다. 그러나 원고를 쓰기 시작하면서는 연락을 끊었다. 집필하는 동안 전기 주인공과 접촉하면 객관적 서술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시시콜콜 간섭하며 원고를 고치려 드는 것도 싫었다. 그는 책이 나오기 직전에야 낸시에게 교정쇄 묶음을 보냈다.

▶낸시는 한 달 반이나 반응이 없었다. 자기를 묘사한 몇몇 대목이 못마땅했다. '로널드와 낸시 레이건, 백악관으로 가는 길'이 출간되자 뉴욕타임스는 "레이건의 내면을 총체적으로 잡아냈다"고 호평했다. 낸시는 그제야 화를 풀고 두 번째 전기를 의뢰했다. 그렇듯 집필 허락을 받은 공식 전기도 필자와 주인공 사이엔 애증(愛憎)이 엇갈린다. 허락 없이 일방적으로 쓰는 전기는 두말할 것도 없다.

▶위니 만델라 전기를 낸 영국 작가 에마 켈러는 전기 쓰기를 연애에 비유했다. 온 힘을 기울여 한 인간의 자아(自我)를 파악하려 하고, 그러기 위해 상대방 환심을 사려 애쓰는 것이 닮았다고 말한다. 주인공도 좋은 이야기가 실리도록 필자에게 호의를 베풀고 기분을 맞춰준다. 그러다 전기가 나오면 양에 차지 않아 배신감을 맛본다. 작가는 작가대로 새 집필 대상을 찾아 떠난다. 켈러는 전기를 '행간에 숨은 유혹과 배신'이라고 풀이했다.

▶미 CIA 국장 퍼트레이어스가 자기 전기를 쓴 하버드대 연구원 브로드웰과 불륜을 맺어 오다 들통나 물러났다. 예순 살 전기 주인공과 마흔 살 집필자 사이 친밀한 관계가 진짜 연애로 번진 사건이다. 아닌 게 아니라 브로드웰이 쓴 전기 '올인(All in)'은 '영웅 숭배'라거나 '성인(聖人)으로 미화했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녀는 퍼트레이어스에게 또 다른 여자가 있다고 의심해 이 여인에게 협박 메일을 보냈다가 FBI에 덜미를 잡혔다. '배신' 대신 '집착'이 부른 결말이다.

▶전기작가 월터 아이작슨은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를 쓰기 위해 그를 끊임없이 만났다. 잡스가 죽고 전기가 나온 뒤 아이작슨이 인터뷰에서 말했다. "잡스가 무한정 인터뷰를 허락해 그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것을 알았다. 잡스에 대한 앎이 불러일으킨 동정심이 (전기의) 흠이다." 전기작가에게 이상적인 환경은 맘껏 취재하되 주인공에게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CIA 국장의 여자'는 전기의 진실을 눈먼 치정(癡情)과 바꿨다. 이제 그 전기는 휴지 조각이 됐다.

 

부글부글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를 쓴 월터 아이작슨은 " 전기작가에게 이상적인 환경은 맘껏 취재하되 주인공에게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CIA 국장의 여자'는 전기의 진실을 눈먼 치정(癡情)과 바꿨다...브로드웰이 쓴 전기 '올인(All in)'은 '영웅 숭배'라거나 '성인(聖人)으로 미화했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녀는 퍼트레이어스에게 또 다른 여자가 있다고 의심해 이 여인에게 협박 메일을 보냈다가 FBI에 덜미를 잡혔다....퍼트레이어스는 불륜으로 사임했다.

 

옛날 어른들 말에 '첩이 첩을 더 못 본다는 말'이 실감난다...브로드웰은 자녀 둘과 남편도 있는 가정이 있는 여자인데...퍼트리어스의 또 다른 여자에게 질투를 느껴 협박성 메일을 보낸단 말인가...."하여튼 있는 것들이 더~ 한다고...사람 욕심은 끝이 없나 보다...^-^

 

- 2012년 11월13일 오전 11시...수산나 -  

 

 

괴불나무 1

 

괴불나무 2

 

괴불나무 3

 

괴불나무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