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오피니언/테마칼럼/입력 : 2004-09-09 16:43:12
그대의 키가 자라고 마음이 자랐던 초등학교에 가본 일이 있는가. 월요일 아침마다 애국가를 부른 뒤 ‘에…’ ‘또…’로 이어지는 교장선생님의 훈화를 듣던 운동장에 서 본 일이 있는가. 그네를 타다 떨어져 양호실에 실려갔던 친구의 이름도 떠오르고, 갓 부임한 선생님의 풋풋한 미소도 생각나는 ‘추억의 공장’. 한없이 넓어보이던 운동장은 한걸음만 내달리면 가 닿는 작은 공간이지만 게서 뭉게구름처럼 피는 그리움은 훌쩍 큰 느티나무 그늘보다 깊다.
그대들의 추억이 넘쳐나던 그곳이 한 줌 그리움으로 남아 천천히 녹슬어가고 있다. 폐교(廢校)라는 이름으로 곳곳에 남은 상처들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아쉬움에 욱신거린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대신 풀벌레 소리만 가득하고, 반질반질 윤나던 철봉대는 이미 녹슬어버렸다. 여름이면 운동장 잡초를 뽑던 고사리 손들은 지금쯤 어디에서 무얼 할까. 주산을 잘하던 욱이는 은행에 다니고 있고, 축구를 잘하던 철이는 체육교사가 됐다고 했다. 선생님 교탁 위를 아침마다 꽃으로 채웠던 순이는 꽃집주인이 됐고, 유난히도 얼굴이 하얗던 문이는 재혼을 해서 잘산다 했다. 몇몇은 벌써 지상에서 이름을 지우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버려졌던 폐교들이 요즘들어 연극학교도 되고, 미술관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없는 학교는 이미 학교가 아니다. 산골마을 저 아름다운 학교가 하루아침에 폐교가 된 건 우리들 책임이다. 모두들 황금이 모이는 땅에 가야 사람 대접 받을 수 있다는 허상에 빠져 고향을 등졌기 때문이다.
컴퓨터에 빠져있는 도시의 아이들이 농촌체험이나 어촌체험을 위해 폐교를 찾는 현실이 안타깝다. 시골집 처마밑에 있어야할 제비집이 전봇대나 입간판 끝에 위험하게 지어지는 걸 보는 기분과 다르지 않다. 너무나 쉽게 집을 짓고 허무는 세태가 아쉽다.
〈사진 노재덕 포토에디터|글 오광수 팀장 photoroh@kyunghyang.com〉
산골마을 저 아름다운 학교가 하루아침에 폐교가 된 건 우리들 책임이다. 모두들 황금이 모이는 땅에 가야 사람 대접 받을 수 있다는 허상에 빠져 고향을 등졌기 때문이다...ㅜㅜ...^-^
- 2012년 9월10일 월요일 오전 8시40분...수산나 -
영주 소백산예술촌(부석북부 초등학교 폐교) 전경 1
영주 소백산예술촌(부석북부 초등학교 폐교) 운동장~ 늑목
부석북부 초등학교(폐교) 표지석 전면
부석북부 초등학교(폐교) 표지석 전면..."문파만리"...^-^
부석북부 초등학교(폐교) 표지석 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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