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누가 또 '죽음의 굿판'을 펼치는가
조선일보/오피니언/사내칼럼/박정훈 부국장겸 사회부장
입력 : 2013.01.09 23:09
노동자의 죽음을 투쟁 동력 여기는 '순교 예찬' 코드가 유령처럼 떠돌아…
환상을 주입하고 불법 투쟁 부추겨 좌절되는 상황서 극단적
선택 몰아
- 박정훈 부국장 겸 사회부장
노동자들의 잇단 죽음이 우리를 충격으로 몰았다. 현장의 노동자들은 무엇에 그토록 좌절했을까. 노동계 주장처럼 거액 손해배상을 때리는 기업
측 대응이 가혹했을 수도 있고, 정부가 노동 현실에 무심했을 수도 있다. 박근혜 후보의 당선이 노동계를 절망케 했다는 '정치적' 해석도 나온다.
이런 말들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모든 문제 제기에 겸허히 귀 기울이는 것이 맞는다. 어떤 이유든, 모든 죽음은 우리가 최선을 다해 막아야 할
비극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구도 말하지 않는 것, 혹은 애써 모른 척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유령처럼 떠도는 '순교(殉敎)
예찬'의 코드다. 지금 노동운동권에는 죽은 사람을 열사(烈士)로 영웅시하며 죽음을 투쟁 동력으로 삼으려는 '성전(聖戰)'의 문화가 존재한다.
1990년대 초반 대학생들의 잇단 자살에 시인 김지하는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고 일갈했고, 당시 서강대 총장 박홍 신부는 '죽음을 선동하는
어둠의 세력'을 고발했다. 20년 전 김지하와 박홍이 목격했던 유령이 아직껏 죽지 않고 세상을 떠돌고 있다.
필명 '미네르바'로
경제 위기설을 주장했던 박대성씨가 충격적 고백을 한 일이 있다. 그는 2년 전 언론 인터뷰에서 "교도소에 수감 중 20대 청년들이 잇따라 면회
와 자살을 종용했다"고 증언했다. 처음 보는 청년들이 '십자가를 지고 열사가 돼달라'거나 '당신이 자살하면 정권 붕괴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며
박씨를 압박했다는 것이다(데일리안 인터뷰·2011년 3월).
나는 특정 집단이 대놓고 죽음을 강요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문제는
노동자들에게 불가능한 환상을 주입하고 그것이 깨지는 순간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몰아가는 운동권 문화다. 전투 노선을 치닫는 민주노총은 산하
조직원들에게 투쟁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고 있다. 그런데 민노총이 말하는 투쟁은 법과 제도의 틀을 벗어난 경우가 많고, 대개는
실현 불가능한 것들이다. 그 말을 믿고 고된 투쟁에 나선 현장 노동자들은 현실의 벽에 부닥치는 순간 좌절하게 된다.
이른바
'희망버스' 투쟁으로 논란을 불렀던 한진중공업 사태가 그랬다. 2년 전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 400명의 처지는 참담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경영난에 허덕이는 한진중공업에 고용 유지 능력이 없다는 것은 누가 봐도 뻔했다. 하지만 민노총은 싸우면 원대 복귀할 수 있다는 착각을
심어주며 노동자들을 투쟁으로 내몰았다. 민노총의 한 여성 간부는 크레인에 올라가 고공(高空) 농성을 벌였고, 버스 시위대를 보내 투쟁을
독려했다.
그 전략은 성공하는 듯 보였다. 외압에 시달린 한진중공업이 해고자 92명을 복직시키자 노동자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복직된 사람들은 회사로 돌아가자마자 휴직 처리됐다. 시킬 일감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노조 간부들에겐 회사 측이 내민
158억원짜리 손해배상 청구서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진중공업 노조 간부 최모씨가 자살한 것도 이런 절망적 상황 때문이었을
것이다.
농성장에 놓이는 시너와 휘발유통이 죽음의 문화를 상징해준다.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 철거민 참사가 바로 그랬다.
'죽음의 굿판' 세력은 법 제도와 노동법규로 싸우는 대신, 단식하고 송전탑과 크레인에 오르는 쪽을 선택한다. 생명을 방패로 내세우는 그들의 투쟁
방식엔 피를 바라는 '순교 코드'가 배어 있다.
한진중공업 노조 간부 최씨가 자살하자 투쟁 세력은 기다렸다는 듯 또 버스 시위대를
현장에 보냈다. 한진중공업 앞에서 그들은 "박근혜와 조남호(한진중공업 회장)가 최씨를 죽였다"고 외쳤다. 정말 그럴까. 최씨 죽음에 진짜 책임 있는 사람은
누굴까.
'죽음의 굿판'...누구도 말하지 않는 것, 혹은 애써 모른 척하는 것...'순교(殉敎) 예찬'의 코드...지금 노동운동권에는 죽은 사람을 열사(烈士)로 영웅시하며 죽음을 투쟁 동력으로 삼으려는 '성전(聖戰)'의 문화가 존재한다.
필명 '미네르바'로 경제 위기설을 주장했던 박대성씨가 충격적 고백을 한 일이 있다. 그는 2년 전 언론 인터뷰에서 "교도소에 수감 중 20대 청년들이 잇따라 면회 와 자살을 종용했다"고 증언했다. 처음 보는 청년들이 '십자가를 지고 열사가 돼달라'거나 '당신이 자살하면 정권 붕괴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며 박씨를 압박했다는 것이다(데일리안 인터뷰·2011년 3월).
믿어지지 않는다...면회와서 자살을 종용했다니...ㅠㅠ...^-^
- 2013년 1월10일 목요일 ...수산나 -
남한산성 순교성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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