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조] 봄빛 밥상
조선일보/오피니언/정수자 시조시인
입력 : 2013.03.21 22:54
![](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303/21/2013032102592_0.jpg)
봄빛 밥상
우수쯤 오는 빗소리는 달래빛을 닮았다
그 파장 촉촉함에 환해지는 동강할미꽃
온 들녘 향긋한 밥상을 받아 안는 시간이다
몇
차례 마실 오실 꽃샘추위 손님꺼정
서운치 않게 대접하려 분주한 새아씨 쑥
제 몫의 밭두렁만큼 연두초록 수를 놓고
윗방에서
아랫방으로 겨우내 몸살 하시던
팔순 어머니도 냉이국에 입맛 다실 때
쪼로롱 구르는 물방울 봄노래를 품는다
―이승현(1954~ )
꽃샘추위가 몇 번 치고 가겠지만, 봄은 기어이 봄이다. 살림살이는 전혀 봄 같지 않아도 부드러워진 바람이 볕의 온기를 구석구석 들이민다. 어느 새 춘분이니 곳곳에서 봄나물 봄꽃들이 만발할 준비로 들썩거리겠다. 우수 무렵보다 한결 푸르고 향긋해진 밥상을 안고 온 들이 곧 즐거운 초대를 하리라.
달래 냉이 씀바귀 나물 캐오자는 잊었던 동요를 들려주듯 '새아씨 쑥'도 퍽이나 분주하단다. '꽃샘추위꺼정 서운치 않게 대접'할 채비라니 꽃수 한번 제대로 놓겠다. 그보다 더 반가운 것은 '윗방에서 아랫방으로 겨우내 몸살 하시던 팔순 어머니'의 살아난 입맛! 그렇게 보약 밥상보다 좋은 '봄빛 밥상' 눈부신 새 봄이 왔다. 이제 그를 맞아 두 손을, 온 마음을 함뿍 적셔도 좋으리라.
달래빛을 닮은 빗소리에 동강할미꽃이 환해지면...온 들녁 향긋한 밥상을 받아 안는 시간이다...꽃샘추위 손님꺼정...서운치 않게 대접하려는 새아씨 쑥은 밭두렁에 수를 놓고...팔순할머니 냉이국에 입맛 다실 때...쪼로롱 구르는 물방울 봄노래를 품는다...^-^
- 2013년 3월22일 금요일... 청춘열차타고 춘천에서 닭갈비 먹고온 날...수산나 -
동강할미꽃 1
동강할미꽃 2
동강할미꽃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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