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하루키·댄 브라운 … 올 여름 문학시장 살아있네
[중앙일보] 입력 2013.07.02 00:07 / 수정 2013.07.02 09:19
하지만 올해에는 그 열기가 예사롭지 않다. 국내외 인기작가의 신작이 속속 출간되면서 일대 격전마저 벌어지고 있다. 오랜 침체에 빠졌던 문학시장에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
‘한여름 문학대전’의 불을 댕긴 건 지난달 중순 선보인 정유정의 장편 『28』(은행나무)이다. 인수공통전염병에 감염된 가상의 도시 화양에서 빚어진 28일간의 사투를 담은 이 소설은 출간 열흘 만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지금까지 8만 부를 찍은 것으로 전해졌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민음사)의 기세도 매섭다. 1일 출간 당일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의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차지하며 ‘하루키 파워’를 입증했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사악한 늑대』(북로드)와 미야베 미유키의 『솔로몬의 위증』(문학동네), 할레드 호세이니의 『그리고 산이 울렸다』(현대문학) 등 주요 작가의 신작도 속속 나올 예정이다.
국내 주요 작가의 신작도 줄을 잇고 있다. 정이현의 『안녕, 내 모든 것』(창비)이 1일 출간됐고, 네이버에 연재된 조정래의 『정글만리』(해냄)가 이달 중순 나온다. 김영하의 경장편 『살인자의 기억법』(문학동네)도 이달 말 선보일 예정이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레미제라블』 『위대한 개츠비』 등이 촉발했던 소설 바람이 더욱 힘을 얻고 있는 형국”이라며 “지난 2~3년 위기의 시대에 마음의 힐링(치유)에 집중했던 국내 독자들이 이제는 스스로 일어서는 힘을 문학에서 찾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데스크에서] 정유정 돌풍이 반가운 이유
조선일보/사내칼럼/어수웅 문화부차장
입력 : 2013.07.02 03:03
출간된 지 보름 남짓한 정유정(47)의 장편 소설 '28'이 돌풍이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는 출간 직후 종합 1위를 기록했고, 한국출판인회의, 예스24, 교보문고 등에서 집계한 베스트셀러 순위로는 6월 마지막주 종합 2위다. 영화나 드라마 인기의 등에 타고 달렸던 스크린셀러 몇몇을 제외하면 소설의 이런 대중적 인기는 최근 보기 드문 일이다. 많이 팔린다고 좋은 책인 것도 아니고 이 기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모르지만,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이후 화젯거리 자체가 많지 않았던 한국문학을 떠올려보면 반가운 일이다.
베스트셀러를 넘어 정유정의 돌풍이 반가운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문학에도 어떤 생태계가 있다면, '이야기의 힘'으로 요약될 정유정 소설의 약진이 한국문학 생태계에 더욱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문학을 예술로 만들어주는 핵심 요소는 결국 이야기와 문체, 그리고 이를 통한 성찰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문학은 오랫동안 문체의 편식에 시달려왔다는 지적이 많다. 문장의 아름다움이야말로 한국 본격문학의 자랑할 만한 매력이지만, 지나치게 문체와 문장에만 치우치다 보니 이야기와 문체 사이, 혹은 문체와 사유 사이에서 불균형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사회 경험 부족한 문예창작과 출신 젊은 작가들이 문체를 중심으로 내면과 자의식에만 몰입하고 있다는 비판 역시,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지적으로 보인다.
많이 알려졌지만, 정유정은 정식 문학 교육을 받은 적 없는 지방 간호대학 출신 작가다. 자신이 간호사로 일하던 병원 중환자실에서 어머니를 저세상으로 떠나보냈다. 문학 공부는 독학. 하지만 책보다 삶에서 배운 게 더 많다고 했다. 이 현실 밀착형 이야기꾼이 스스로 '팬'임을 자처하는 선배가 있다. '고래' '고령화가족' '나의 삼촌 브루스 리'등을 쓴 천명관(49)이다. 그의 학력은 고졸. 20대에는 골프채와 보험을 파는 영업사원이었고, 30대에는 제작사 막내부터 시나리오작가까지 충무로 영화판에서 안 해 본 일이 없다. 문학 엘리트라는 호칭과는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을 이 작가 역시, 현 단계 한국문학 최고의 이야기꾼 중 하나로 꼽힌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되는 미국 여성 작가 조이스 캐럴 오츠(Oates·75)가 쓴 책 중에 '작가의 신념'(The Faith of a Writer: Life, Craft, Art)이 있다. 이 책에서 오츠는 기술(craft)이 부족하면 예술(art)은 개인적인 행위에 불과할 뿐이고, 기술은 있지만 예술성이 부족하면 단순한 돈벌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글의 방점 역시 '균형'에 있다. 어느 한쪽에 대한 무시나 폄하가 아니라, 문체와 이야기 사이에서 더욱 더 균형 있는 한국문학 생태계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대중은 외면하는 '그들만의 리그'를 넘어, 대중만을 좇는 '돈벌이의 리그'를 넘어, 이야기 지향의 작가와 문체 지향의 작가가 조화를 이루는 우리 문학작품을 더 많이 보고 싶다.
문학에도 어떤 생태계가 있다면, '이야기의 힘'으로 요약될 정유정 소설의 약진이 한국문학 생태계에 더욱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문학을 예술로 만들어주는 핵심 요소는 결국 이야기와 문체, 그리고 이를 통한 성찰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문학은 오랫동안 문체의 편식에 시달려왔다는 지적이 많다. 문장의 아름다움이야말로 한국 본격문학의 자랑할 만한 매력이지만, 지나치게 문체와 문장에만 치우치다 보니 이야기와 문체 사이, 혹은 문체와 사유 사이에서 불균형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사회 경험 부족한 문예창작과 출신 젊은 작가들이 문체를 중심으로 내면과 자의식에만 몰입하고 있다는 비판 역시,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지적으로 보인다.
정유정은 정식 문학 교육을 받은 적 없는 지방 간호대학 출신 작가다....문학 공부는 독학. 하지만 책보다 삶에서 배운 게 더 많다고 했다. 이 현실 밀착형 이야기꾼이 스스로 '팬'임을 자처하는 선배가 있다. '고래' '고령화가족' '나의 삼촌 브루스 리'등을 쓴 천명관(49)이다. 그의 학력은 고졸...이 작가 역시, 현 단계 한국문학 최고의 이야기꾼 중 하나로 꼽힌다.
'작가의 신념'(The Faith of a Writer: Life, Craft, Art) 책에서 미국 여성 작가 조이스 캐럴 오츠(Oates·75)는... 기술(craft)이 부족하면 예술(art)은 개인적인 행위에 불과할 뿐이고, 기술은 있지만 예술성이 부족하면 단순한 돈벌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문체와 이야기 사이에서 더욱 더 균형 있는 한국문학 생태계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대중은 외면하는 '그들만의 리그'를 넘어, 대중만을 좇는 '돈벌이의 리그'를 넘어, 이야기 지향의 작가와 문체 지향의 작가가 조화를 이루는 우리 문학작품을 더 많이 보고 싶다.
- 출생
- 1966년 8월 15일 (만 46세), 전남 함평군 | 말띠, 사자자리
- 데뷔
- 2000년 소설 '열한 살 정은이'
- 학력
- 기독간호대학
한국 문단에 괴물처럼 등장한 <7년의 밤> 작가 정유정을 만나다
도란도란 인터뷰 2011/07/26 15:39
한국 문단에 등장한 혜성 같은 스타가 있습니다. 세계청소년 문학상, 세계문학상을 동시에 휩쓴 정유정 작가. 아무런 예고도 없었기에 그녀의 등장은 더욱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녀의 치밀한 구성력과 문장은 새로운 작가에 갈증을 느끼던 한국 문단을 들썩이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렇듯 모두를 놀라게 하며 등장한 그녀의 정체가 궁금하다고요? 지금부터 이 인터뷰에 집중하시길 바랍니다.
‘세계’ 문단의 별이 되다!
세계청소년 문학상, 세계 문학상 수상
Q. 혜성같이 등장한 작가님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이 대단합니다. 어린 시절 정유정 작가님은 어떤 아이였나요?
저는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랐어요. 동네에서 알아주는 말썽꾸러기였죠. 어디 놀러 갔다 오면 몸에 상처가 한가득 이었어요. 팔이 부러진 적도 많았어요.(웃음) 어른이 된 저를 본 동네 어르신들께서 ‘유정아, 건강하게 자란 게 용할 정도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런 왈가닥인 저를 요조숙녀로 만드는 것이 딱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책이었어요. 사실 제가 초등학생이었던 시절은 책이 엄청 귀했어요. 그런데도 어머니께서 추리소설에서부터 위인전까지 많은 책을 사다 주신 것을 보면 제가 엄청난 말썽꾸러기이긴 했나 봐요.
Q. 책을 좋아하셨는데요. 상도 많이 타셨을 거 같아요.
독서를 좋아했던 만큼 글 쓰는 것도 즐겼어요. 그러다 보니 교내 백일장은 물론이고 호남예술제에 학교 대표로 참가하여 상을 받았어요. 전라도 지역의 글 좀 쓴다 하는 친구들이 모두 참가하는데 그곳에서 상을 받으니 기분 좋더라고요.
Q. 어릴 적 읽었던 책 중에 혹시 작가님 인생에 영향을 바꾼 책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잭 런던(Jack London)의 <황야의 부름>과 켄 케시(Ken Kesey)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들 수 있는데요. <황야의 부름>이란 책을 읽고서는 잭 런던처럼 재밌는 이야기의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라는 책은 제게는 좀 남다른 의미를 주었어요.
Q. 그 이야기를 좀 더 자세하게 들을 수 있을까요?
저는 초등학교를 6살에 들어갔어요. 15살에 고등학교 1학년이었죠. 그 당시 동생과 함께 광주로 유학 와서 하숙을 했는데, 그 당시 광주민주화운동이 한창이었어요. 어느 날 밤 소위 백골단이란 진압군이 광주를 포위했죠. 학생들은 도청을 함락하고 시위를 하는 중이었고요. 백골단이 도청의 학생 시위를 진압한다는 소식을 들은 모든 시민들은 도청으로 향했는데요. 저와 동생은 하숙집에 있었어요. 무서움에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던 차에 하숙집에 있던 <뻐꾸기 지붕 위로 날아간 새>라는 책을 읽게 되었어요. 어려워 보이기에 그 책을 읽으면 잠이 들 줄 알았죠. 그러나 얼마 후 저는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더라고요. 책을 다 읽고 나니 제 가슴속에서 무언가 끓어오르는 것이 있었어요. 그때 다짐했어요. 자유에 관한 인간의 의지를 닮고 있는 이야기를 써보자고요. 자유를 꿈꾸던 시대적 상황과도 잘 맞아 떨어졌고요.
Q. 작가의 꿈은 꾸셨던 것 같은데 비교적 등단이 늦으셨어요. 등단하기 전 간호사, 의료보험심사평가단 직원으로 일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제 외삼촌이 글을 쓰는 분이셨어요. 그런데 알코올 중독과 스트레스로 비교적 일찍 돌아가시게 되었죠. 창작의 고통이 심하셨던 것 같아요. 그런 모습을 가까이서 본 어머니로서는 딸인 제가 또다시 그런 삶을 사는 것을 바라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어머니는 제가 작가가 아닌 비교적 안정적인 삶이 보장되는 의사가 되기를 원하셨어요. 이과가 제게 맞지는 않았지만 어머님 뜻에 따라 공부를 했고 결국 간호대에 입학했어요. 간호사로 일하던 도중에 어머님께서 간암에 걸리게 되셨고 제가 일하던 병원에서 3년 반 동안 투병을 하시다 결국은 돌아가셨는데요. 그 후 장녀인 제게 남은 것은 대학생인 동생의 학비와 가정을 지켜야 하는 의무감뿐이더군요. 그래서 간호사를 계속 해야 했어요. 의료보험심사평가단에서 일하게 된 것은 중환자실의 어머님 또래의 환자들을 보면 자꾸 제 어머니의 모습이 생각나 도저히 일할 수가 없었어요. 그곳에서 9년을 일했는데요. 그러던 중 남편을 만나 결혼도 하게 되었고요. 남편과 결혼할 때 동생들 공부를 다 시키고 난 후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겠다고 약속했고, 결국 서른다섯이란 나이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고 제가 원하던 글을 쓰게 되었어요.
Q. 비록 작가로서의 시작은 늦었지만 글은 계속 쓰셨을 것 같아요.
습작을 많이 했어요. 묘사와 문장연습을 많이 했는데요. 예로 침대 밑에 바퀴벌레가 나와서 장롱 밑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노트 두 장 정도의 분량으로 쓴 적이 있어요. 바퀴벌레가 이동하는 모습을 세세히 관찰하기도 하고 바퀴벌레를 보고 징그러운 마음에 죽이고 싶은 제 심정 그리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상황 등을 노트에 상세하게 적었죠. 그렇게 연습한 것이 오늘날 제가 글을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Q. 그 세월을 거쳐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와 <내 심장을 쏴라>라는 작품이 각각 세계청소년문학상(1회), 세계문학상(5회)을 수상했어요. 공모전에서 수상하셨을 때 느낌이 어떠셨는지요?
많은 분께서 제 처녀작이 공모전에 당선된 것으로 아세요. 하지만 제가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를 쓰기 전에 세 작품을 썼어요. 그때 만해도 저는 제 자신이 작가가 되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무도 저를 작가로 인정하지 않더라고요. 주위에 물어보니 작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상을 받아야 하더라고요. 국문과나 창작문학과를 나오지 않은 저로서는 알 수 없는 말이었죠. 그래서 작가가 되기 공모전에 참가했어요. 처음에는 예선 통과도 못 할 정도였는데요. 여러 해 도전을 거듭하니 본선에 올라가더라고요. 그런데 거기까지였어요. 좌절감을 맞보게 되었지만 오기가 생겨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자 해서 쓴 것이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였어요. 그런데 정말 운이 좋게 제가 수상을 했고요. 그런데 기쁨의 순간도 잠시 청소년 문학상이기 때문에 청소년 작가라고 밖에 부를 수 없다는 거예요. 작가가 되는 것이 제 오랜 꿈이었기에 저는 다시 도전을 하게 되었고 결국은 세계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어요. 불과 2년 사이에 일어난 일인데요. 너무 기쁜 나머지 며칠을 울었던 것 같아요.
자유의지의 구현. 7년의 밤
Q. <7년의 밤>에 대한 반응이 대단해요. 인기를 실감하세요?
(쑥스러워하며)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저희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거든요. 인터넷도 아들 방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요. 매체확인을 잘 안보다 보니 제가 인기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가끔 독자와의 만남이나 주위 얘기를 들을 때는 ‘나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구나’하고 생각하기도 해요.
Q. <7년의 밤>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작가들은 평생에 걸쳐서 한두 가지의 테마를 가지고 그걸 변주하며 글을 써요. 저 정유정의 테마는 ‘자유의지’인데요. 저는 자유의지가 한 사람의 인생에서 꼭 지켜야 하며 그리고 그것을 위해 살 수도 죽을 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한 맥락에서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가 자유의지의 발현에 대한 얘기였다면 <내 심장을 쏴라>는 자유의지의 구현을 보여주려 한 작품이었어요. 다음 작품으로 이 테마를 매듭지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에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인간에게서 모든 걸 빼앗고 구속했을 때와 직업도 잃고 도덕성도 잃고 목숨까지 잃을 상황에 처했을 때, 과연 그가 끝까지 자기 운명과 싸움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한 남자가 피해자의 아버지가 겨눈 복수의 칼날에서 아들을 구하기 위해 별짓을 다 하는 이야기’를 떠올렸어요. 그리고 이 이야기에 대해 쓰자고 결심했죠.
Q. 초고는 3개월 만에 나왔다고 들었는데 집필 기간이 2년이 된 이유가 있나요?
저는 초고를 석 달 안에 쓰려고 해요. 그 기간 이상이 되면 제가 쓴 글이 과연 대중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는 계속해서 초고를 수정하죠. 단어, 간단한 문장 등 가능한 한 많이 고치려고 해요. 제 개인적으로 완성된 작품에 초고의 문장이 남아 있으면 이 책은 실패한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그렇기에 2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것 같아요.
Q. 취재를 열심히 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으세요. <내 심장을 쏴라>의 경우 정신병자인 주인공을 그리기 위해 직접 정신병동에서 생활했다고 들었어요. <7년의 밤> 또한 작품의 배경이 되는 댐 유역 마을이나 등장인물의 스쿠버다이빙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구체적이고 사실적이에요. 취재 과정이 궁금합니다.
남편이 119 구조대원인데요. 제가 이번 작품을 위한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말하니 김명곤 잠수교관님을 남편이 소개해 주더라고요. 그분 말씀을 이해하기 위해 미리 잠수 매뉴얼부터 의학에 관한 책까지 잠수에 대한 책 일곱 권을 사서 공부를 했어요. 만나서는 외국 훈련이나 구조 경험을 들었고요. 주인공이 댐 수문을 열어 한 마을을 수몰시키는 살인마이다 보니 정운기 토목시공기술사님의 도움도 받았는데요. 제가 숫자에 약해 마을의 수몰 예상 시간 등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했는데, 그 때 그분이 계산해 주셨어요. 마지막으로 토목시공기술사님의 소개로 댐 운영관리팀을 찾아가 신나게 취재했는데요. 팀장님이 소설 결말을 물으시기에 ‘댐이 열려 마을을 쓸어버리는 이야기’라 했더니 놀라시며 “우리가 도와줬다고 하면 안돼요”라고 말씀하더군요. 현장을 다니며 취재준비를 하는 것은 항상 즐거운데요. 좋은 인연을 만나는 것도 좋아요. 사실 이분들이 있었기에 제 소설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인 것 같아요.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Q. 전작부터 작가 후기에 늘 등장하는 오승환씨가 궁금해요. 이번 소설에서는 아예 동명의 캐릭터로 등장했어요. 살인사건 이면의 진실을 알고 살인마가 된 아버지와 홀로 남겨진 아들을 끝까지 보살피는 주요 인물이에요.
고향 후배에요. 영화 <돌이킬 수 없는>의 시나리오작가이기도 하죠. 제가 처음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옆에서 모니터링 해주는 친구인데요. 시나리오 쓰는 친구라서 그런지 서사에 대해 굉장히 엄격한 편이죠. 제가 쓰는 장편은 진창인데요. 독자들이 이 진창에 폭 빠져서 뒹굴고 헤엄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이 친구는 진창이든 뭐든 간에 마스터 플롯이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삼천포로 샐 때마다 이 친구가 많이 다 잡아 주고 있어요. 제 서사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지켜봐 주는 친구라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Q. <7년의 밤>을 보면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아요. 글을 쓸 때 장면을 상상하고 쓰는지요?
제 작품을 보신 분이라면 알겠지만 제 글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큰 따옴표의 느낌이 없는 편이에요. 저는 대부분 직접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타나는 분위기나 보여주기의 방법으로 캐릭터를 설명하려고 해요. 그리고 배경 대부분이 제가 오랜 기간 자료조사를 통해 쓴 것이고 글을 쓸 때도 이 분위기에서는 이럴 것이라는 상상을 하면서 쓰기 때문에 사실감이 있기는 합니다.
Q. 작업하시면서 글이 안 풀릴 때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그때는 어떻게 하세요?
술을 마셔요.(웃음) 예전에는 샌드백을 쳤기도 했고요. 직장을 그만두고 소설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을 때 소설에만 매달리니 몸이 많이 아팠어요. 원체 밖을 나가는 것을 싫어해서 샌드백을 7년 정도 하다가 <내 심장을 쏴라>를 쓸 때쯤 야간산생을 했어요. 주인공이 시력을 잃어가니 유사 실명경험을 하겠다고 뒷산을 오르게 되었거든요. 플래시도 일행도 없이 갔어요. 처음엔 굉장히 무서웠지만 3년을 하다 보니 습관이 되더라고요. 안 풀리던 부분도 산에 다녀오면 풀릴 때가 많더라고요. 제가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일 시작하고 밤 9시에 잠드는데요. 생활패턴과도 잘 맞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작품이 더욱 기대되는 정유정 작가
Q. 앞으로 써보고 싶은 작품이 있으신지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 스티븐 킹의 <미저리> 에요. 경찰도 개입되지 않는 상태에서 벌어지는 인간사이의 갈등을 다뤄보고 싶어요. 그런데 <미저리>를 넘어서는 작품을 쓸 자신감이 없어서 감히 도전하지 못하고 있답니다.
Q. 다음 작품을 집필 중인 걸로 아는데요. 어떠한 것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다음 작품은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해요. 인수공통전염병은 조류독감처럼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퍼지는 전염병을 말하는데요. 작년 구제역 사건을 보고 나서 인간과 동물 그리고 그 사이의 전염병으로 발생할 문제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그것을 바탕으로 이야기의 큰 틀을 구성하려고 합니다.
Q. 작가님처럼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자기가 원하는 것이 작가가 되는 것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은 마음에서 인지 잘 구분해야 할 것 같아요. 저 역시 무명작가였던 시절 그런 고민이 많았거든요. 그 때 내린 결론은 내가 유명해지지 않더라도 글을 쓰고 있다는 것 자체로도 행복해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분도 마찬가지인데요. 작가가 되려는 본질을 먼저 고민한 다음에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하셨으면 해요.
이렇게 정유정 작가님과의 강렬했던 인터뷰가 끝이 났는데요. 인터뷰를 했다기 보다는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녀와의 인터뷰 중에 “작가가 되기 위한 본질적 이유를 생각하라”는 말이 가슴속에 많이 남는데요. 우리가 살면서 꿈으로서의 꿈이 아닌 목적을 위한 꿈을 꾸지는 않았나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화려한 조명보다 글을 쓰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정유정 작가. 그렇기에 그녀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조선일보[데스크에서] 정유정 돌풍이 반가운 이유]
조선일보 신문에서... 어수웅 문화부 차장이 쓴 칼럼...'[데스크에서] 정유정 돌풍이 반가운 이유'를 읽었다...^-^
읽다가 보니...일주일 전 목요일(2013.6.27) 서현문화의 집-성남학아카데미...박찬호 성남광주일보 부장기자의 강의 주제...'어떻게 책을 읽을 것인가?' 에서 들은 내용이 떠 올라 반가웠다 ...ㅎㅎ...^-^
'화양 28일'이라고 소개하며...화양은 의정부를 지칭하는데...현재 작가는 광주에 살고 있으며...1년 이상 취재하고 난 후에 글을 쓰는데...소설이 재미있어...젊은 사람들이 책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작가로 여자 작가인데도...남성적인 스케일로 글을 쓰는 작가라고 소개한 기억이 난다...ㅎㅎ...^-^
성남학아카데미 강의를 들을 때만해도...'정유정' 작가의 이름이 헷갈려...오락가락 했는데...오늘 조선일보 신문에서 읽은 것이다...ㅎㅎ...^-^
'화양28일' 소개에 이어 1억인세를 받는 인기작가 '천명관'에 대하여도 소개를 하고 그가 펴낸 소설 '부르스 리' 와 '고래' 등도 말하였는데...오늘 신문에서 정유정 작가가 스스로 팬임을 자처하는 작가가 '천명관'이라고 소개를 한다...ㅎㅎ...^-^
또한 박찬호 강사는 고양예고, 안양예고 등에 문창과 등이 있는데...고등학교에서 부터 문학을 전공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대 출신 마종기 작가, 간호원 출신 '정유정' 작가, 영업사원 출신인 천명관 작가 처럼 본인의 전공분야에서 사회활동을 하다가 글을 쓰는 것이 괜찮다고 했는데...그 이유에 대한 명료한 답이 오늘...조선일보 어수웅 문화부 차장이 쓴 칼럼...'[데스크에서] 정유정 돌풍이 반가운 이유'에 나와있다...ㅎㅎ...^-^
---사회 경험 부족한 문예창작과 출신 젊은 작가들이 문체를 중심으로 내면과 자의식에만 몰입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책보다 삶에서 배운 게 더 많다고 하는 현실 밀착형 이야기꾼들...정유정, 천명관...현 단계 한국문학 최고의 이야기꾼 중 하나로 꼽힌다.
결론은 문체와 이야기 사이에서 더욱 더 균형 있는 한국문학 생태계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대중은 외면하는 '그들만의 리그'를 넘어, 대중만을 좇는 '돈벌이의 리그'를 넘어, 이야기 지향의 작가와 문체 지향의 작가가 조화를 이루는 우리 문학작품을 더 많이 보고 싶다....ㅎㅎ...^-^
- 2013년 7월2일 화요일...수산나 -
경기도박물관 '부처'
'북스·지식·재테크·화장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민의 '세설신어'를 읽고(2013.7.4.목)/분재 1장 (0) | 2013.07.05 |
---|---|
조선일보 기사 [한 문제만 틀려도 안절부절 모범생 내 아이 인정중독?]을 읽고(2013.7.3.수)/능소화 2장 (0) | 2013.07.03 |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방문 고사성어(2013.6.29.토)/경기도무형문화재 청화백자 작품 4장 (0) | 2013.06.30 |
[최보식 칼럼] '極端(극단)'으로의 유혹을 읽고(2013.6.28.금)/경기도 무형문화재 자수 '초충도' 3장 (0) | 2013.06.28 |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강의 내용 추리기(2013.6.27.목)/경기도박물관 고달사지 승탑 (복제품) 7장 (0) | 2013.06.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