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시조·성가·기도문

[시가 있는 아침] 애인을 배낭 속에 넣고- 박덕규(1958~ )/채송화와 봉선화 8장

[시가 있는 아침] 애인을 배낭 속에 넣고

[중앙일보] 입력 2013.09.23 00:36 / 수정 2013.09.23 00:36

애인을 배낭 속에 넣고
- 박덕규(1958~ )

애인을 배낭 속에 넣고 아침이면

학교로 간다 멀리 강물을 내다보면 덜컹대는 전철 속에서도

행복하다 강의실 창가에 앉아 내가 졸고 있는 동안

애인은 배낭 속을 빠져나와 의자와 의자 사이를 교단 위를 교수님의

콧잔등 위를 뛰어다닌다 아무도 그녀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휴식 시간에 애인은 잔디밭에 나가

잔디를 뜯어먹으며 놀고 있다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이다 나는 자꾸 행복스러워진다 애인을

배낭 속에 넣고

(하략)

내 친구를 제 친구에게 내 여인이야, 라고 말하는 사람과 내 애인이야,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선 그 남자의 나이부터 가늠해 볼 일입니다. 여인과 애인의 차이라…. 약속 시간 앞서 도착해 화장 몰래 고쳐가며 다소곳이 앉아 있는 것이 여인이라면, 약속 시간 지나 헐레벌떡 뛰는 한 마리의 어린 말이 있다면 아마도 애인일 테지요. 애인은 탄력 좋은 스프링처럼 자꾸만 튀어 오릅니다. 그런데 애인을 안기에 내 품은 너무 좁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시인의 말마따나 일단 애인을 배낭 속에 넣고 봤습니다. 그러고는 함께 걷고 함께 먹고 함께 잠자기를 해봤습니다. 애인이요? 다행히 재밌어 죽겠다지 뭐예요. 무엇보다 둘만의 비밀이 신기한 모양입니다. 당분간 걱정 없겠어요. 물론 매일같이 애인이 배낭 속에 들어가만 준다면야 말입니다.

<김민정·시인>


 

 
박덕규 소설가, 대학 교수
출생
1958년 7월 12일 (만 55세), 경북 안동시 | 개띠, 게자리
학력
단국대학교 대학원
 
경력
  • 2005 ~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문예창작과 부교수
  • 2005 ~ 문화기획 '이야기그림노래샘' 대표
  • 2001 ~ 한국문예창작학회 총무이사  

 

채송화 1

 

채송화 2

 

채송화 3

 

봉선화 1...꽃과 열매...^-^

 

봉선화 2...꽃...^-^

 

봉선화 3...꽃...^-^

 

봉선화 4...꽃...^-^

 

봉선화 5...열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