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무쇠 솥
[중앙일보] 입력 2013.09.24 00:28 / 수정 2013.09.24 00:28
무쇠 솥
-장석남(1965~ )
양평 길 주방기구종합백화점![](http://nvs.uniqube.tv/nvs/article?p=joongang^|^12664831^|^1^|^joins.com^|^cb854f9be9dc43a46520b522318a18f3^|^%5B%uC2DC%uAC00%20%uC788%uB294%20%uC544%uCE68%5D%20%uBB34%uC1E0%20%uC1A5^|^20130924002800^|^A001^|^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2664831&ctg=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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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 종류 그릇의 다정함과 반짝임과 축제들 속에서
무쇠 솥을 사 몰고 왔다
―꽃처럼 무거웠다
솔로 썩썩 닦아
쌀과 수수와 보리를 섞어 안친다
푸푸푸푸 밥물이 끓어
밥 냄새가 피어오르고 잦아든다
그사이
먼 조상들이 줄줄이 방문할 것만 같다
별러서 무쇠 솥 장만을 하니
고구려의 어느 빗돌 위에 나앉는 별에 간 듯
큰 나라의 백성이 된다
이 솥에 닭도 잡아 끓이리
쑥도 뜯어 끓이리
푸푸푸푸, 그대들을 부르리
시인 장씨, 제겐 친정 오라비 같은 사내라 큰오빠로 저장되고 불리는 석남 장씨에게 부럽다 할 곁가지들이 꽤나 많아서요, 가끔 그가 밑동 굵은 나무라는 걸 알면서도 폴짝폴짝 그 가지들을 탐해보려 손을 뻗어볼 때가 있습니다. 갖겠다는 욕심만으로 가질 수 없는 게 비단 사랑이나 어디 돈뿐이겠습니까. 재주만큼 어떤 재주로도 가질 수 없는 타고남이라는 것 또한 그럴진대 석남 시인이 딱 그 짝입니다. 애초에 시인으로 생겨먹고 나날이 시인으로 굴러먹더란 말입니다. 양평 길을 저도 수차례 오간 기억이 있습니다만 해장국집이나 오리집, 가지가지 반찬가지 한정식집이나 메모했을 뿐 한 사내로 하여금 꽃처럼 무거운 무쇠 솥을 사 몰고 오도록 꼬여낸 적은 없지요. 썩썩 닦은 솥 하나에 시공간을 푸푸 끓여 오늘을 사는 나의 순정을 뜨끈하게 증거로 보이는 한 사내의 오지랖. 시가 멀찍이서 내게 돌이나 던질 때 저는 종종 석남 시인의 시 구절을 욉니다. ‘어떤 기다림도 잊고 다만 기다림의 자세만으로 생을 채우려 용맹정진하는 왜가리’라 할 때 방점은 딱 거기 ‘자세’에 찍어둔 채!
<김민정·시인>
-장석남(1965~ )
![](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309/23/htm_2013092323431611401144.jpg)
수만 종류 그릇의 다정함과 반짝임과 축제들 속에서
무쇠 솥을 사 몰고 왔다
―꽃처럼 무거웠다
솔로 썩썩 닦아
쌀과 수수와 보리를 섞어 안친다
푸푸푸푸 밥물이 끓어
밥 냄새가 피어오르고 잦아든다
그사이
먼 조상들이 줄줄이 방문할 것만 같다
별러서 무쇠 솥 장만을 하니
고구려의 어느 빗돌 위에 나앉는 별에 간 듯
큰 나라의 백성이 된다
이 솥에 닭도 잡아 끓이리
쑥도 뜯어 끓이리
푸푸푸푸, 그대들을 부르리
시인 장씨, 제겐 친정 오라비 같은 사내라 큰오빠로 저장되고 불리는 석남 장씨에게 부럽다 할 곁가지들이 꽤나 많아서요, 가끔 그가 밑동 굵은 나무라는 걸 알면서도 폴짝폴짝 그 가지들을 탐해보려 손을 뻗어볼 때가 있습니다. 갖겠다는 욕심만으로 가질 수 없는 게 비단 사랑이나 어디 돈뿐이겠습니까. 재주만큼 어떤 재주로도 가질 수 없는 타고남이라는 것 또한 그럴진대 석남 시인이 딱 그 짝입니다. 애초에 시인으로 생겨먹고 나날이 시인으로 굴러먹더란 말입니다. 양평 길을 저도 수차례 오간 기억이 있습니다만 해장국집이나 오리집, 가지가지 반찬가지 한정식집이나 메모했을 뿐 한 사내로 하여금 꽃처럼 무거운 무쇠 솥을 사 몰고 오도록 꼬여낸 적은 없지요. 썩썩 닦은 솥 하나에 시공간을 푸푸 끓여 오늘을 사는 나의 순정을 뜨끈하게 증거로 보이는 한 사내의 오지랖. 시가 멀찍이서 내게 돌이나 던질 때 저는 종종 석남 시인의 시 구절을 욉니다. ‘어떤 기다림도 잊고 다만 기다림의 자세만으로 생을 채우려 용맹정진하는 왜가리’라 할 때 방점은 딱 거기 ‘자세’에 찍어둔 채!
<김민정·시인>
장석남(張錫南, 1965년 8월 3일 ~ )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인천광역시 덕적도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인하대학교대학원 국문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한양여자대학 문예창작과 교수(2003~)로 재직 중이다. 신서정파로 분류되기도 한다.
2012 안성세계민속축제...안성 옛장터...'안성주물' 1...가마솥...^-^
2012 안성세계민속축제...안성 옛장터...'안성주물' ...가마솥과 펌프...^-^
2012 안성세계민속축제...안성 옛장터...'대장간'...^-^
2012 안성세계민속축제...안성 옛장터...'대장간'의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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