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화사한 비늘
[중앙일보] 입력 2013.08.12 00:16 / 수정 2013.08.12 00:26
화사한 비늘 - 이병률(1967~ )
오후 네 시의 약속
출판사 문학과경계에 들러![](http://nvs.uniqube.tv/nvs/article?p=joongang^|^12314538^|^1^|^joins.com^|^4febd86af7b8cdb852c3a4e6463ba5f6^|^%5B%uC2DC%uAC00%20%uC788%uB294%20%uC544%uCE68%5D%20%uD654%uC0AC%uD55C%20%uBE44%uB298^|^20130812001600^|^A001^|^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2314538&ctg=20)
![](http://player.uniqube.tv/Logging/ArticleViewTracking/joongang/12314538/article.joins.com/1/0)
커피 한잔을 얻어 창밖을 내다보는데
널찍한 중학교 운동장이 훤하다
농구 골대 보드에 부착된 라면 광고
농심 오징어짬뽕
자꾸 짬뽕 그릇에 공을 빠뜨리는 아이들
오랜만에 한없이 달려본 사람처럼
짬뽕 한 그릇을 다 비우고 싶어진다
교정을 마치고 문학과경계를 내려와
학교 앞을 지나
골목을 빠져 나오려다 검은 틀에서
황금잉어빵을 뒤집는 아저씨 앞에 선다
마침 방학이라 잠시만 기다리면 된다고
평소엔 기다리는 사람도 굽는 사람도 힘든 시간이라고
시계를 들여다보니 꿈쩍도 않는 오후 네시
시계를 흔들어도 보고 밥을 줘본다
꼬무락대는 황금잉어의 비늘을 가만히 다독였더니
숨을 거뒤가버리는 오후 네시
황금잉어와 물살을 가를까 했던 운동장에 경계가 설 시간
잠깐 아무것도 아닌 일로
목이 멘 마음에 경계를 세울 시간
덩어리 하나가 몸에서 빠져나가는 느낌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공터에서 놀던 친구가 잰걸음으로 돌아가 홀로 남겨질 때의 막막함, 누군가를 기다리다 한없이 바라보던 황혼에 눈물이 맺히는 처연함 같은 것. 가야 할 길을 다잡고 채근해야 하기에 어느새 뒤돌아보는 데 인색해졌다고 해야 하나. 희망과 절망을 오가며 각자가 피워내고 가꾸었던 연민과 그리움은 이제 다 어디로 갔나. 추억이 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한 장소가 있는가 하면, 어떤 곳에서는 벌써 곰팡이가 피어 오른다. 산다는 것은 나약함을 확인하는 일련의 과정일까. 누구나 엇비슷한 시간을 갖고 있지만 누구나 다른 시간을 영위한다. 배울 곳은 일상밖에 없다. 일상이 삶의 스승이다. <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http://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308/12/htm_201308120263311401144.jpg)
출판사 문학과경계에 들러
커피 한잔을 얻어 창밖을 내다보는데
널찍한 중학교 운동장이 훤하다
농구 골대 보드에 부착된 라면 광고
농심 오징어짬뽕
자꾸 짬뽕 그릇에 공을 빠뜨리는 아이들
오랜만에 한없이 달려본 사람처럼
짬뽕 한 그릇을 다 비우고 싶어진다
교정을 마치고 문학과경계를 내려와
학교 앞을 지나
골목을 빠져 나오려다 검은 틀에서
황금잉어빵을 뒤집는 아저씨 앞에 선다
마침 방학이라 잠시만 기다리면 된다고
평소엔 기다리는 사람도 굽는 사람도 힘든 시간이라고
시계를 들여다보니 꿈쩍도 않는 오후 네시
시계를 흔들어도 보고 밥을 줘본다
꼬무락대는 황금잉어의 비늘을 가만히 다독였더니
숨을 거뒤가버리는 오후 네시
황금잉어와 물살을 가를까 했던 운동장에 경계가 설 시간
잠깐 아무것도 아닌 일로
목이 멘 마음에 경계를 세울 시간
덩어리 하나가 몸에서 빠져나가는 느낌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공터에서 놀던 친구가 잰걸음으로 돌아가 홀로 남겨질 때의 막막함, 누군가를 기다리다 한없이 바라보던 황혼에 눈물이 맺히는 처연함 같은 것. 가야 할 길을 다잡고 채근해야 하기에 어느새 뒤돌아보는 데 인색해졌다고 해야 하나. 희망과 절망을 오가며 각자가 피워내고 가꾸었던 연민과 그리움은 이제 다 어디로 갔나. 추억이 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한 장소가 있는가 하면, 어떤 곳에서는 벌써 곰팡이가 피어 오른다. 산다는 것은 나약함을 확인하는 일련의 과정일까. 누구나 엇비슷한 시간을 갖고 있지만 누구나 다른 시간을 영위한다. 배울 곳은 일상밖에 없다. 일상이 삶의 스승이다. <조재룡·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
'[시가 있는 아침] 화사한 비늘-이병률' 을 읽고나서...
제목이 왜! 화사한 비늘인가???
훤한 중학교 운동장에 농구골대 보드에 부착된 농심 오징어짬뽕 라면광고... 자꾸 짬뽕그릇에 공을 빠뜨리는 아이들...오래만에 한없이 달려본 사람처럼......다 비우고 싶어진다...^-^
오후 4시...숨을 거뒤가버리는 경계의 시간에...황금붕어빵을 뒤집는 아저씨 앞에 서서...꼬무락대는 황금잉어의 비늘을 가만히 다독일 수 있어서...화사한 비늘인가?
오후 4시...시계를 들여다보니 꿈쩍도 않는 오후 4시...숨을 거뒤가버리는 오후 4시...잠깐 아무것도 아닌 일로 목이 멘 마음에 경계를 세울 시간...ㅜㅜ...^-^
- 2013년 8월12일 월요일...수산나 -
이병률 시인
- 출생
- 1967년 (만 46세), 충북 제천시 | 양띠
- 데뷔
-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좋은사람들' 등단
분당 중앙공원 분당호 금잉어 1
분당 중앙공원 분당호 금잉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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