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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조·성가·기도문

[시가 있는 아침] 꽃이라 불렀는데, 똥이 될 때- 유하(1963~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6장

[시가 있는 아침] 꽃이라 불렀는데, 똥이 될 때

[중앙일보] 입력 2013.10.01 00:09 / 수정 2013.10.01 00:23

꽃이라 불렀는데, 똥이 될 때 - 유하(1963~ )


이 곰은 성질이 사나워서

사람을 해치기도 합니다

불곰이 갇힌 철창 으스스한 푯말 앞에서

저 곰 바보 같애

실없이 웃고 있는 구경꾼들

무엇이 성질이 불같은 정글의 왕자를

실없는 바보로 만드는가

갇혀 있기에 길들여진 것은

엉덩이에 까맣게 똥이 눌러붙은

저 꽃사슴 떼처럼

추하다

이 시는 아름답습니다

꽃향기가 납니다

나도 푯말만 내걸은 적은 없는가

동물원 꽃사슴 같은 시만

푯말 걸고 노니는 시대에

갇힌 철창 속에서도

똥을 꽃으로 만개시키는 이들이 무섭다


아이들과 때때로 동물원을 찾곤 했습니다. 김밥이랑 과자랑 다디단 초콜릿이랑 음료수도 가방 늘어지게 담고는 이 동물 저 동물 저마다 관심 있는 녀석들 근처로 가 오래 맴맴 맴돌도록, 그걸 수업이랍시고 행한 적이 있습니다. 물개 쇼는 정말이지 보고 싶지 않았는데 물개 박수 치며 졸라대는 아이들에 이끌려 극장에 들어가서는 혼자 볼 장 다 보고 나오기도 했는데요, 보자고 할 땐 언제고 물개 불쌍하다며 일찌감치 줄행랑을 쳐버린 아이들 탓에요. 동물원에 다녀온 뒤로 아이들이 쓴 시 속에서 물개는 하나같이 감옥에 갇힌 죄 없는 투사의 이미지였어요. 가난하고 억울하고 비루먹은 인생들을 죄다 그려놓았지 뭐예요. 아무래도 나는 아이들에게 힘이 되는 호랑이 선생님은 될 수 없었던 모양이에요. 사는 거 별거 없다, 기대도 희망도 없이 그냥 하루살이처럼 살아라, 그래야 죽을 때 곱다, 충고랍시고 그리 떠들었으니까요. 요즘도 맘이 심란하면 동물원에 갑니다. 이 동물 저 동물 나를 비추는 거울 같은 녀석들이 차고도 넘치는 연유랄까요. <김민정·시인>


유하(柳-, 가명)(1963년 2월 9일 ~ )는 대한민국시인이자 영화 감독이다. 본명은 김영준이다. 전라북도 고창에서 태어나 세종대학교 영문과와 동국대학교 대학원 영화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부터 동국대학교 영상정보통신대학원 영화영상제작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1988년 문예중앙을 통해 시단에 등단했으며 '21세기 전망'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으로 김수영 문학상을 받았다. 그 밖에 출간한 시집으로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무림일기》,《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세상의 모든 저녁》,《안 이쁜 신부도 있나 뭐》, 《천일馬화》, 산문집으로 《이소룡 세대에 바친다》가 있다.

1992년 자신의 시집과 같은 제목의 영화 《바람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를 연출해 영화계에 데뷔했다.

 

 
유하 영화감독, 시인
출생
1963년 2월 9일 (만 50세), 전북 고창군 | 토끼띠, 물병자리
데뷔
1990년 영화 '시인 구보씨의 하루'
학력
동국대학교 대학원 연극영화학 석사 
 
경력 
  • 2004 ~ 동국대학교 영상정보통신대학원 교수
  • 2006 제26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감독상
  • 2004 제40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시나리오상
  • 1996 제15회 김수영 문학상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입구 1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입구 2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입구 ...스핑크스...^-^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