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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조·성가·기도문

천성-박경리/남한산성 성벽과 담쟁이 6장

 

 

천성

 

-박경리-

 

남이 싫어하는 짓을 나는 안했다

결벽증, 자존심이라고나 할까

내가 싫은 일도 나는 하지 않았다

못된 오만과 이기심이었을 것이다

 

나를 반기지 않는 친척이나 친구집에는

발걸음을 끊었다

자식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싫은 일에 대한 병적인 거부는

의지보다 감정이 강하여 어쩔 수 없었다

이 경우 자식들은 예외다

 

그와 같은 연고로

사람 관계가 어려웠고 살기가 힘들었다

 

만약에 내가

천성을 바꾸어

남이 싫어하는 짓도 하고

내가 싫은 일도 하고

그랬으면 살기가 좀 편안했을까

 

아니다.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 삶은 훨씬 더 고달팠을 것이며

지레 지쳐서 명줄이 줄었을 것이다


 

 

 

 

이제 내 인생은 거의 다 가고

감정의 탄력도 느슨해져서

미운정 고운정 다 무덤덤하며

가진 것이 많다 하기는 어려우나

빚진 것도 빚 받은 것도 없이 홀가분하고

외로움에도 이력이 나서 견딜 만 하다

 

그러나 내 삶이

내 탓만이 아닌 것을 나는 안다

어쩌다 글쓰는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고

고도와도 같고 암실과도 같은 공간

그 곳이 길이 되어 주었고

친구가 되어 나를 지켜주었다

 

한가지 변명을 한다면

공개적으로 내지른

싫은 소리 쓴 소리

.

.

.

.

그거야 글쎄

내 개인적인 일이

아니지 않을까

 


 

남한산성 성벽

 

남한산성 수어장대

 

남한산성 성벽 위 담쟁이

 

남한산성 성벽

 

남한산성 등산로와 성벽

 

남한산성 성벽 위 담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