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자 임무는 뿔뿔이 흩어진 양을 모으는 일"
[중앙일보] 입력 2014.01.14 00:52 / 수정 2014.01.15 10:52
염수정 추기경 인터뷰
13일 서울 명동성당 옆 추기경 집무실에서 염수정(71) 신임 추기경을 인터뷰했다. 검정 사제복 차림의 염 추기경 뒤에는 4복음서의 한문 성경을 붓글씨로 옮겨 놓은 병풍이 서 있었다. 정진석 추기경이 집무할 때는 없던 물건이었다. 비서실에선 “얼마 전 신자분이 선물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인터뷰도 그랬다. 염 추기경은 성서를 배경으로 물음에 답했다.
이날 아침 염 추기경은 서임 소감을 밝히며 “목자의 임무는 뿔뿔이 흩어져 있는 양을 모으는 일”이라고 했다. 그건 쪼개지고 충돌하며 갈등하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향한 일침이기도 했다.
어머니는 순종하라 하셨을 것
“각자의 바벨탑을 쌓고 있다는 점이다. 그걸 통해선 하나가 될 수 없다. 하느님께선 그런 바벨탑을 부수고 흩어놓으셨다. 그렇게 무너지고 흩어지고 난 뒤에 인류는 하나가 됐다. 거기에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는 길이 있다. 그걸 깊이 들여다 봐야 한다.”
-각자의 바벨탑이란 뭔가.
“인간의 고집으로 옳다고 믿는 것들이다. 그게 무너지고 흩어질 때 우리는 하나가 된다. 하느님 앞에는 여야가 없다. 당(黨)이라는 건 한 부분일 뿐이다. 그런 부분적 시선을 갖고 전체를 매도해선 안 된다.”
염 추기경은 그런 사례가 역사 속에 숱하게 있다고 했다. 인간의 고집, 인간의 신념으로 쌓아 올라가는 바벨탑을 통해선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좌와 우로, 진보와 보수로 갈라져 싸우는 우리 사회의 고집스러운 진영이 바로 추기경이 지적하는 바벨탑 중 하나였다.
-연말 미사에서 사제의 정치 참여를 비판했다. 그건 천주교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논란거리였다.
“하느님이 원하시는 게 뭘까. 뿔뿔이 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다 불러 모으는 거다. 그게 메시아의 사명이다. 인류는 하나의 아버지, 하나의 아빠를 가진 형제다. 너와 나 사이에는 그런 형제애가 흐른다. 그걸 통해 우리의 공동체는 하나가 된다.” 사제가 할 일은 둘로 쪼개는 게 아니라 하나로 만드는 일이란 지적이었다.
염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화의 날 메시지도 인용했다. “세계화와 글로벌화로 인해 이웃나라가 더 가까워졌다. 그렇다고 절로 형제애가 흐르는 건 아니다. 형제이면서도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이도 있다. 카인과 아벨도 그랬다. 그리스도께선 한 아버지 아래서 목숨 바쳐 사랑하라고 했다. 그게 형제애다.” 염 추기경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건 바벨탑이 아니라 서로 형제가 되게끔 하는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오소서 주님 예수님’추기경 모토
-삼형제가 모두 신부가 됐다. 어머니께서 살아계셨다면 어땠겠나. “어머니, 저 추기경 됐습니다”라고 전화하면 어머니의 첫마디는 무엇이었나.
염 추기경은 이 대목에서 눈을 감았다. 그의 집안은 6대째 천주교다. 순교자도 있다. 어머니는 쉬운 책을 골라 삼형제에게 직접 교리도 가르쳤다. 감았던 눈을 떴다. “어머니께선 이렇게 말씀했을 거다. 하느님 뜻에 순종하며 살아라. 꼭 그 뜻에 일치해서 살아라.”
추기경에게는 자신만의 모토가 있다. 정진석 추기경은 ‘옴니버스 옴니아(Omnibus Omnia·모든 이에게 모든 것을)’다. 염 추기경은 자신의 모토가 ‘마라나타(Maranatha)’라고 했다.
-마라나타, 무슨 뜻이 담겼나.
“‘오소서, 주님 예수님’이란 뜻이다. 초대 교회의 전례에 나오는 환호와 같은 말이다. 강력한 하느님 나라가 임하시라는 환호이자 희망이다. 우리 사회에, 우리의 삶에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는 것들도 많다. 정말 부족한 것들도 많다. 그런 껍데기는 다 날아가고, 알맹이만 남으라는 기도다.”
모두가 즐거워해, 저만 빼고
이날 아침 추기경 서임 소감을 밝히며 염 추기경은 “모든 사람이 즐거워하는 것 같다. 저만 빼고”라며 좌중을 웃겼다.
-왜 “저만 빼고”라고 말했나. 추기경의 직책이 무겁게 느껴졌나.
“저는 참 부족하다. 이 길은 하느님에게 순종하면서 가는 길이다. 그런데 종종 다른 것들이 섞인다. 저는 참 부족한 사람이다. 그럼 그걸 털고 다시 하느님을 향해 걸어간다. 저는 순례를 참 좋아한다. 그런 점에서 인생이 순례라고 생각한다.” 순례의 길에서 그는 이제 추기경이란 이름으로 걸어가야 한다. 새로운 길의 출발점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선에 대한 우회적 표현이 ‘저만 빼고’였을까.
글=백성호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영 추기경의 집안은 집안은 6대째 천주교다. 순교자도 있다. 어머니는 쉬운 책을 골라 삼형제에게 직접 교리도 가르쳤다. 감았던 눈을 떴다. “어머니께선 이렇게 말씀했을 거다. 하느님 뜻에 순종하며 살아라. 꼭 그 뜻에 일치해서 살아라.”......삼형제가 모두 신부가 됐다.
염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화의 날 메시지도 인용했다. “세계화와 글로벌화로 인해 이웃나라가 더 가까워졌다. 그렇다고 절로 형제애가 흐르는 건 아니다. 형제이면서도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이도 있다. 카인과 아벨도 그랬다. 그리스도께선 한 아버지 아래서 목숨 바쳐 사랑하라고 했다. 그게 형제애다.” 염 추기경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건 바벨탑이 아니라 서로 형제가 되게끔 하는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오소서 주님 예수님’ 추기경 모토(마라나타)...^-^
앞으로 나의 모토(신조)도 "마라나타- ‘오소서 주님 예수님’ "으로 할 것이다...ㅎㅎ...^-^
- 2014년 1월17일 금요일...수산나 -
명동성당
명동성당 대성전 내부...중앙홀...^-^
명동성당 대성전 내부...제대...^-^
명동성당 대성전 내부...제대...^-^
명동성당 대성전 내부...제대...^-^
명동성당 대성전 내부...닫집/성 김대건 안드레아 상...^-^
명동성당 대성전 내부...파이프오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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