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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문인

중앙일보 [박정호의 사람 풍경] 건축계 이단아 문훈/ 한독의약박물관-알렉산더 플레밍 2장

 

뿔 달린 펜션, 터보 하우스 트랜스포머 건축가죠

[중앙일보] 입력 2014.05.17 02:03 / 수정 2014.05.17 02:05

[박정호의 사람 풍경] 건축계 이단아 문훈
건축 그림책 『달로 가는 … 』 펴내
로봇·우주선 등 등장 SF영화 연상
어린 시절 강원도 탄광촌서 꿈 키워
"세상은 변한다. 상상하라 또 상상하라"

건축가 문훈씨가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옛 대한중석 공장을 찾았다. 구멍 뚫린 천장, 녹슨 철골 등이 시간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고시조 하나가 절로 떠올랐다.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 곳 없네’. 지난 11일 오전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서울에서 3시간 달려온 일행을 반긴 것은 휑한 공장 건물이었다. 무너진 벽, 깨진 유리창, 뒹구는 안전모, 그 사이로 ‘품질관리응용과정’ 소책자가 나풀거렸다. ‘대한중석 기술부’ 글자가 선명했다.

 풍경은 사뭇 장엄했다. 거대한 콘크리트벽이 산비탈을 지켰고, 우뚝한 굴뚝에선 금방이라도 연기가 나올 듯했다. 예전 세계적 중석(텅스텐) 광산이었던 상동의 위용이 짐작됐다. 1960년대 국내 총수출의 70~80%를 차지했던 곳이다.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의 젖줄이었다. 80년대 중국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려 92년 이후 채굴이 중단된 상태다. 한때 2만 명을 웃돌았던 주민도 현재 1000명대로 줄어들었다.

 “요즘의 울산공단에 견줄 수 있을까요. 규모가 대단했습니다. 지금은 시간의 덧없음을 느낍니다. 공장은 건축적으로 매력적입니다. 이것저것 장식은 다 빼고 오직 기능에만 충실할 뿐이죠. 날것의 생선회 맛이랄까요.”

 기자를 이끈 이는 건축가 문훈(46)씨다. 대한중석 탐사과장이었던 아버지와 함께 초등학교 시절을 상동에서 보냈다. 그가 최근 펴낸 건축 그림책 『달로 가는 제멋대로 펜』(스윙밴드)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문씨가 그린 ‘어번(Urban) 로봇’. 그의 건축에 자주 등장하는 요소를 모았더니 트랜스포머 닮은꼴이 됐다.
 ‘어린 시절 조그맣게 ‘우리 동네’ 그림을 많이 그렸다. 그때부터 이미 나는 건축가를 잉태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내 기억이 잃은 만큼 내 상상으로 채운다. 잃어간 것을 안타까워하기보다 나만의 방식으로 복원해 내는 즐거움’.

 핵심은 복원 방식이다. 문씨는 ‘크레이지 아키텍트(Crazy Architect)’로 통한다. 우리 건축계에서 흔치 않은 시각적 충격을 시도해 왔다. 일례로 건물에 뿔과 꼬리를 달고, 자벌레가 움직이는 듯한 집을 짓는다. 우주선이 불시착하거나 막대사탕(롤리팝)이 빙빙 돌아가는 모양의 주택도 있다. “상상만 해 보시라. 어떤 건물이든 원하는 모든 건물을 지어줄 수 있다”고 자신하는 그다.

 -건축계의 이단아로 불린다.

 “아니다. 벌써 7단, 8단은 됐는데…. 이단이 됐으면 이미 굶어 죽었을 것이다.(웃음)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상상과 현실 등 경계를 넘는 건축가로 불러주면 좋겠다. ‘건축은 이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다.”

 -상동읍에서 받은 영향이라면.

 “어린 저에게 우주도시 같았다. 하늘 높은 굴뚝, 산자락에 수직으로 뚫린 광석운반로 등 아찔한 경험을 했다. 지금은 폐광이 돼 안타깝다. 본래 기능을 잃어버린 폐광이 심미적 대상으로 변신한 셈이다.”

 -튀는 것 자체를 즐기나.

 “그렇지 않다. 냉탕 온탕, 문화적 경험이 다양했다. 호주로 유학 갔던 아버지를 따라 중학 시절을 태즈메이니아섬에서 보냈다. 인하대 건축과를 나와 미국 MIT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시골과 대도시, 한국과 외국 등 여러 곳을 돌다 보니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유치하다는 반응도 있는데.

 “최소한 어린애처럼 살고 싶다. 이번에 낸 책을 보면 알겠지만 로봇·군함·우주선이 자주 등장한다. 시간이 날 때마다 펜을 든다. 상상의 날개를 편다. 당장 실현은 어렵겠지만 향후 내 건축의 밑바탕이 될 것이다.”

 -호주에서 배운 거라면.

 “인생의 대안을 봤다. 호주 사람들은 금요일만 되면 주말에 뭐하고 놀까 고민한다. 인종차별도 겪었지만 삶의 줄기가 여럿이라는 걸 깨달았다. 인생의 목적이 돈이나 출세 등 한 가지라면 얼마나 고통스럽겠나. 건축도 마찬가지다. 여러 차원이 있다. 자기 공간에서만큼은 각자 왕이 되는 곳을 만들고 싶다,”

 -미국에서의 공부는 어땠나.

 “인하대 학부 시절 건축상을 많이 받아 우쭐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미국 학생들이 『노자』 『장자』를 다 읽고 있었다. 내공 있는 학생이 많았다. 목수생활을 10년 한 아이, 예일대 수학과 출신, 철학자 칼 포퍼 밑에서 철학을 배운 학생 등, 그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동서양 사상을 공부하며 저를 업그레이드시켰다. 제 건축의 정체성을 키웠다.”

 

 

신간 『달로 가는…』은 상상력 결집체다. 그가 꿈꿔온 건축의 모든 가능성을 그림일기 형식에 담았다. SF영화 연작을 감상하는 듯하다. 한국 고유의 정자(亭子)와 거대 로봇 다리가 연결되고, 하늘 한복판에 버섯모양 대저택이 떠 있고, 굽이굽이 고산지대에 항공모함 미드웨이호 형상의 구조물이 솟아 있다.

 책에 실린 그림을 포함해 그의 작품 40점이 다음달 7일 개막하는 ‘2015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에 전시된다. 한국의 역사와 건축을 한데 보여주는 자리다.

 -비엔날레 참가는 처음이다.

 “외국 건축잡지에 종종 소개되긴 했지만 이번엔 좀 성격이 다르다. 넓은 무대에서 어떤 반응을 끌어낼지 궁금하다. 기존에는 한국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오히려 서양 느낌이 물씬한데.

 “기계적 이미지가 강해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바람·에너지·구름 등 자연적 요소도 많다.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그림이라 한국적이라고 하는 것 같다.”

 -정자(亭子)가 자주 나타난다.

 “정자는 내 건축의 시작점이다. 태초의 공간 같은 곳이다. 한국 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무슨 말인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기능이 고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용도가 다양했다. 선비들이 자연과 만나는 지점이었다. 한국 전통건축의 공간은 분화되지 않았다. 안방이 식당이 되고 거실이 되고 침실이 된다. 서양은 칸칸이 나누지 않는가. 우리는 벽도 미닫이로 열어버린다. 공간 확장 측면에선 동양이 서양보다 앞선 것 같다.”

 -바람에너지로 걸어 다니는 집(터보 하우스) 등 도가사상도 짙게 배어 있다.

 “저는 트랜스포머(transformer) 건축이라고 부른다. 나비·버섯·조개 등 그간 선호했던 요소를 골라 쌓아보았더니 영락없는 뿔 달린 로봇이었다. 세상은 가변적이다. 늘 변화한다. 평소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를 주문처럼 왼다. 읊조리면 힘이 난다.”

 -요즘 작은 집 짓기가 붐인데.

 “아파트가 더는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크다. 획일적 주거문화에 새 바람이 불어오는 건 긍정적이다. 하지만 땅값이 올라 서울에 단독주택을 짓는 것은 쉽지 않다. 달동네를 아파트단지 대신 소규모 주택단지로 개발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집 짓는 데 좋은 땅이 있나.

 “세상에 그런 건 없다. 불규칙한 땅을 좋아한다. 비뚤어진 땅일수록 더 흥미로운 집을 지을 수 있다. 도전정신이 발동한다. 제멋대로 사는 게 최고이지 않은가.”

 -나중에 팔 때 불리할 수 있다.

 “이혼을 먼저 생각하고 결혼하는 사람이 있는가. 시간을 두고 기다리면 다 주인이 나타나는 법이다.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나다.”

 -정작 당신은 아파트에 사는데.

 “아파트라고 나쁜 건 아니다. 여러 집을 설계하며 대리만족을 해온 것 같다. 나만의 집을 지으라면 아찔한 수직공간을 만들고 싶다, 엘리베이터나 봉을 타고 내려와 밥을 먹으면 재미있지 않을까. 일상이되 일상이 아닌 것, 그렇게 살고 싶다.”

박정호 문화·스포츠·섹션 에디터

빨강·망사, 문훈의 두 코드

서울 역삼동 주택가 2층에 있는 문훈의 사무실. 그가 문훈발전소로 명명한 곳이다. 발전(發展)과 발전(發電)의 이중적 의미다. 스스로 ‘무릉도원’이라 여긴다. 일하고, 쉬고, 마시고 등등, 직원 5명과 함께 쓰는 이곳은 출입문부터 남다르다. 온통 붉은색이다. 사무실 내부에도 붉은 기운이 넘실댄다.

 문훈의 건축에는 빨강이 빠지지 않는다. 그는 “남들과 달리 빨간색을 보면 마음이 안정된다”고 했다. 강원도 정선 ‘락있수다’ 건물 세 채 중 하나는 안팎을 붉게 물들였다. 주택에서도 출입문만큼은 빨강을 고집한다.

 “화려해서 좋다. 성적 코드도 들어있고…. 불화(佛畵)도 붉은색과 초록색이 주조를 이루고, 옛날 임금들도 금색과 적색 옷을 입지 않았는가. 미국 유학 시절 지도교수가 ‘레드 문(red moon)’이라는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다. 이념적 색채는 전혀 없다. 한 10년쯤 지나면 저 말고 붉은색을 쓰는 건축가가 한 명도 없을지 모르겠다.”(웃음)

 그가 즐겨 쓰는 건축재료는 ‘그물망(mesh)’이다. 여성으로 치면 망사형 스타킹쯤 될까. 건물 곳곳에 크고 작은 격자무늬 철망을 배치한다. 서울 묵동 다세대 주택 외벽을 그물로 덮기도 했다.

“규칙적인 대각선 느낌이 좋다. 안과 밖이 연결된다. 에로틱한 느낌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렇다고 페티시즘(fetishism·신체 일부나 특정 물건에 집착하는 행위) 정도는 아니고….”

 

하트3건축가 이단아 '문훈'...신문을 읽는데...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ㅎㅎ...^-^

그가 하는 말 중 내 마음에 잔잔한 파도를 일게한 말들은...

 

1. 내 기억이 잃은 만큼 내 상상으로 채운다. 잃어간 것을 안타까워하기보다 나만의 방식으로 복원해 내는 즐거움’.

2. “상상만 해 보시라. 어떤 건물이든 원하는 모든 건물을 지어줄 수 있다”고 자신하는 그다.
3. ‘건축은 이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다.”
4. 본래 기능을 잃어버린 폐광이 심미적 대상으로 변신한 셈이다.”
5. 시골과 대도시, 한국과 외국 등 여러 곳을 돌다 보니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6. 인종차별도 겪었지만 삶의 줄기가 여럿이라는 걸 깨달았다.

7. 미국에 내공 있는 학생이 많았다. 동서양 사상을 공부하며 저를 업그레이드시켰다. 제 건축의 정체성을 키웠다.”

8. 트랜스포머(transformer) 건축...세상은 가변적이다. 늘 변화한다. 평소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를 주문처럼 왼다. 읊조리면 힘이 난다.”

9. 문훈의 건축에는 빨강이 빠지지 않는다. 그는 “남들과 달리 빨간색을 보면 마음이 안정된다”고 했다.


 아잉2 세상에 절대적인 것 없고...삶의 줄기가 여럿이라는 것...세상은 가변적이며 늘 변화한다...ㅎㅎ...^-^

강박관념 없이 주변을 심미적 대상으로 바라보며...자신을 업그레이드 시켜 정체성을 키웠다...ㅎㅎ...^-^

 

수산나 - 

 

 

 

한독의약박물관...알렉산더 플레밍 연구실 재연모형

 

한독의약박물관...알렉산더 플레밍 연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