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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종 의인’ 故 안치범, 의사자 추진… “의사자 지정해라” “천사라고 부르고 싶다” / 2013 고양가을꽃축제 5장


 ‘초인종 의인’ 故 안치범, 의사자 추진… “의사자 지정해라” “천사라고 부르고 싶다”

기사입력 : 2016-09-22 08:21 


[이투데이 박은평 기자]불이 난 원룸 빌라에서 초인종을 누르며 이웃들을 깨우고 자신은 숨진 안치범(28) 씨에 대해 의사자 지정이 추진됩니다. 안 씨는 지난 9일 새벽 4시 20분쯤 자신이 살던 빌라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119에 신고한 뒤 건물로 들어가 집집마다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려 사람들을 대피시켰습니다. 그러나 정작 안 씨는 유독가스에 질식한 채 건물 5층에서 발견됐습니다. 안 씨가 사람들을 깨운 덕에 다른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안 씨는 의식을 잃은 지 11일 만인 지난 20일 새벽 숨을 거뒀습니다. 안 씨의 유족들은 안 씨를 의사자로 신청할 계획입니다. 네티즌들은 안씨를 '초인종 의인'으로 거론하며 “의사자 지정해라” “천사라고 부르고 싶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출처] 이투데이: http://www.etoday.co.kr/issue/newsview.php?idxno=1386359#csidx8a3c479591111009432262f24bf82a2


'나만 살면 된다' 이기심에… 경종 울린 초인종


입력 : 2016.09.22 03:00 | 수정 : 2016.09.22 08:28

[불길 속, 원룸 이웃들 깨우고 숨진 '義人' 안치범씨]

- 성우 시험보려 독립 두달만에…
취업 준비하며 장애학생 도와
CCTV엔 주민 4명과 나왔다가 또 홀로 건물 뛰어드는 모습도
아버지 "아들 목소리 듣고싶다"
- 목숨 빚진 이웃들 "고맙고 미안"
"새벽 초인종 소리에 잠깨 탈출"
빈소엔 黃총리 등 조문 줄이어


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비통한 감정을 드러낼 겨를이 없었다. 잠든 이웃을 구하려 불길에 뛰어들었다 숨진 '초인종 의인(義人)' 안치범(28)씨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9호실. 21일 아침 일찍부터 스물여덟 망자(亡者)를 추모하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제대로 검은색 정장도 갖춰 입지 못한 고인의 친구들은 영정에 절을 하다가 그대로 주저앉아 통곡했다. 안씨의 아버지 안광명(62)씨는 죽은 아들의 친구와 후배들을 안고 "괜찮다. 다 괜찮다"며 다독거렸다. 먼저 간 아들을 가슴에 묻은 아버지는 조문객이 없을 때만 몰래 돌아서 눈물을 흘렸다.

'나만 살면 된다' 이기심에… 경종 울린 초인종
/이철원 기자


안씨는 지난 9일 오전 4시 20분쯤 서울 마포구에 있는 5층짜리 건물에 불이 났을 때 유독 가스에 질식해 20일 오전 숨졌다. 불이 난 날 안씨는 가장 먼저 건물에서 빠져나와 119에 신고를 하고도 건물로 다시 들어갔다. 화재 사실을 모른 채 잠든 이웃을 깨우기 위해서였다. 안씨의 희생 덕분에 원룸 21개가 있는 이 건물에서 다른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안씨는 건물 5층 옥상 입구 부근에서 유독 가스에 질식해 11일 만에 숨졌다.

화상과 그을음투성이인 안치범씨의 손을 병원 직원이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유족들이 보고 있다.
그을린 義人의 손 - 화상과 그을음투성이인 안치범씨의 손을 병원 직원이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유족들이 보고 있다. 화재가 난 건물 안을 뛰어다니며 불길과 연기에도 아랑곳없이 이웃 주민들이 사는 집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눌렀던 의인(義人)의 필사적인 노력이 묻어 있다. /안치범씨 유족 제공


안씨의 선행은 뒤늦게 알려졌다. 건물 내부에 폐쇄회로TV (CCTV)가 없었던 탓이다. 그러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안씨가 목숨을 걸고 이웃들을 대피시켰다는 증거가 속속 나왔다. 안씨의 이웃들은 경찰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깨 나올 수 있었다" "젊은 남성이 문을 두드리며 '나오세요'라고 외쳐 탈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건물 외부에 설치된 CCTV에는 안씨가 건물로 들어간 뒤 주민 4명과 함께 나왔다가 다시 혼자서 건물로 뛰어들어가는 모습이 찍혔다.

안씨는 1남2녀 중 막내였다. 위로 누나만 둘이라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자라서 붙임성이 좋고 친구가 많았다고 유족은 전했다. 대학에서 외국어를 전공했지만 목소리가 우렁차 2년 전부터 성우가 되기로 진로를 정했다고 한다. 이번 화재사고는 방송사 성우시험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려고 학원 근처에 있는 원룸으로 독립한 지 두달만에 일어났다.

안씨는 취업 준비를 하면서도 꾸준히 봉사활동을 나갔다. 안씨의 아버지 휴대전화엔 지난여름 안씨가 장애인 학생들과 함께 나들이를 가서 찍은 셀카 사진들이 저장돼 있다. 마치 친한 친구랑 찍은 듯 하나같이 재미있는 얼굴 표정을 지은 사진들이다. 안씨의 아버지는 "치범이가 상암고등학교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며 장애인 학생들을 도왔다"며 "치범이한테 사진을 받기 전까지는 애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건 몰랐다"고 했다.

상암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사회학과에 재학 중인 성준용(20)씨는 이날 휠체어를 타고 빈소를 찾았다. 성씨의 어머니 이은영(62)씨는 "안 선생님(안치범씨)은 근육병을 앓고 있는 아들을 대신해 시험 때마다 대필을 해주던 고마운 분"이라고 했다. 상암고는 22일 오전 안씨를 추모하는 묵념 행사를 열기로 했다.

이 환한 웃음 남겨두고… '초인종 義人'의 마지막 가족사진
이 환한 웃음 남겨두고… '초인종 義人'의 마지막 가족사진 - ‘초인종 의인(義人)’안치범(28)씨는 하늘에서도 이렇게 웃고 있을까. 안씨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 나흘 전인 지난 5일 군인이었던 할아버지가 안장된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성묘를 간 안치범씨가 아버지, 할머니, 어머니, 고모(뒷줄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와 기념사진을 찍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안씨는 9일 새벽 자신이 살던 서울 마포구의 한 원룸 건물에 화재가 나자 불길을 무릅쓰고 건물로 뛰어들어 잠든 이웃을 깨워 탈출시키다 유독 가스에 질식돼 쓰러졌고, 화재 발생 11일 만인 20일 숨졌다. 안씨의 죽음으로 이 사진은 마지막 가족사진으로 남게 됐다. /안치범씨 유족 제공


이날 빈소에는 황교안 국무총리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등 정관계 인사들뿐 아니라 고인과 아무 관계 없는 일반 시민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한 조문객은 "안치범씨를 모르지만, 의로운 죽음이 안타까워 빈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안씨 덕분에 목숨을 건진 원룸 건물 이웃들도 조문을 와서 "아드님 덕분에 살았다.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여야 정치권은 이날 안씨를 추모하는 성명을 내고 안씨의 의사자 지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안씨의 부모가 건강한 안씨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추석을 앞두고 군인이었던 할아버지가 묻힌 대전 국립현충원으로 지난 5일 성묘를 갔을 때였다. 안씨의 아버지는 "곧 있으면 추석이니 당연히 또 웃으며 보겠거니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안씨의 아버지도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으로 기획재정부에서 오래 근무하다 5년 전 퇴직했다. 그는 "처음엔 죽은 아들이 원 망스러웠지만 지금은 '잘했다 아들아'라고 말해주고 싶은 심정이다"라고 했다.

안씨는 평소 아버지와 노래방을 가면 가수 싸이의 '아버지'란 곡을 불렀다고 한다. '아버지 이제야 깨달아요/어찌 그렇게 사셨나요/더이상 쓸쓸해하지 마요'라는 가사가 담긴 곡이다. 성우가 된 아들의 목소리로 이 노래를 다시 듣고 싶었다는 아버지의 소원은 이루지 못할 꿈으로 남게 됐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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