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브리핑] '걸림돌, 그가 여기 있었다'
[JTBC] 입력 2018-07-30 21:53 수정 2018-07-31 03:32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길을 걷다가
이것 때문에 발을 헛디디길 바랍니다.
그리고 잠시나마 기억해보길 바랍니다."
- 귄터 뎀니히/독일 예술가
독일의 예술가 귄터 뎀니히는 멀쩡한 보도블록을 깨고 그 자리에 동판을 박아 넣었습니다.
슈톨퍼슈타인(Stolperstein)
걸려 넘어지다(stolpern) + 돌(stein)
'슈톨퍼슈타인', 즉 걸림돌이라 이름 붙여진 그 동판은 독일은 물론 폴란드·헝가리 등 나치에게 희생된 사람이 살았던 장소에 설치된 추모비입니다.
희생자의 이름과 살해된 날이 새겨져 비극을 증언하고 있지요.
도시 곳곳에 설치된 그 걸림돌은 불편했으나…
사람들은 불편하다 말하지 않았습니다.
무심코 발을 디디는 순간.
떠올리게 되는 과거.
파괴되어 사라진 삶이었지만 사람들은 그 비극을 일상처럼 마주하며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복원을 마친 이른바 '고종의 길'이 며칠 후면 세상에 공개됩니다.
물론 되살리고 싶은 과거는 아닙니다.
한 나라의 국왕이 깊은 밤 남의 나라 즉, 러시아 공사관으로 도망을 나갔던 치욕의 역사.
덕수궁 돌담길에서 정동공원과 러시아공사관까지 이어지는 총 120m의 그 길은 한 걸음 한 걸음.
수치스러움으로 얼룩져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 되돌아보기조차 싫었던 것일까…
'최종적이고 불가역'이라던 한·일 간의 합의…
그것이 과거를 잊고자 함도 아니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함도 아니라면 그 최종과 불가역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곱씹어보기도 전에 그 시절의 대법원은 일본을 향한 피해자들의 소송마저 무력화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권력에게 피해자들은 묻어버려야 할 '걸림돌'이었을까…
깊은 밤, 숨죽인 임금의 어가가 지나갔을 '고종의 길'과…
정부가 돌이킬 수 없이 최종적으로 잊고 싶어 했으며 법원이 가로막고 싶어했던 사람들…
유럽의 거리 곳곳 나치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걸림돌 위에는 하나같이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가 여기 있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1895년 명성황후가 시해되고 이듬해, 일본에 위협을 느낀 고종은 당시 아관, 즉 러시아 공사관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숱하게 그려진 고종, 왕이 지나갔던 그 길이 되살아났습니다.
덕수궁 후문에서 정동공원과 옛 러시아 공사관까지 이어지는 120m의 길.
122년 전 고종이 지나갔던 이 돌담길은 그간 곡절도 많았습니다.
덕수궁 부지였다가 일제 강점기에는 식민금융기관인 조선 저축은행장의 사택이 들어섰고, 이후에는 미 대사관 부지가 됐습니다.
7년 전에야 우리나라로 소유권이 넘어오면서 힘겨운 복원 과정을 거쳤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의 힘겨루기 속에서 고종이 선택한 아관파천.
이후 대한제국은 러시아, 일본 등 열강의 식민지 쟁탈전으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안창모/경기대 건축과 교수 : 아주 치욕스럽다고 생각했던 우리의 근대사가 사실은 또 다른 우리의 굉장히 중요한 역사의 전환점이었고.]
아픈 우리 역사를 담고 있는 이 길은 오는 10월 전면 공개를 앞두고 모레(1일)부터 한달간 시범 개방됩니다.
고양꽃박람회
수수꽃다리
라넌큘러스
목마가렛
서양측백
리빙스턴데이지
제라늄
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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