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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조·성가·기도문

[시]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그런사람 등] 등 / 까마중 4장

제목: 너도 그러냐

나는 너 때문에  산다


밥을 먹어도
얼른 밥 먹고 너를 만나러 가야지
그러고
잠을 자도
얼른 날이 새어 너를 만나러 가야지
그런다


네가 곁에 있을 때는 왜
이리 시간이 빨리 가나 안타깝고
네가 없을 때는 왜
이리 시간이 더딘가 다시 안타깝다


멀리 길을 떠나도 너를 생각하며 떠나고
돌아올 때도 너를 생각하며 돌아온다
오늘도 나의 하루해는 너 때문에 떴다가
너 때문에 지는 해이다

너도 나처럼 그러냐?



제목 :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슬퍼할 일을 마당히 슬퍼하고

괴로워할 일을 마땅히 괴로워 하는 사람


남의 앞에 섰을 때

교만하지 않고

남의 뒤에 섰을 때

비굴하지 않은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미워할 것을 마땅히 미워하고

사랑할 것을 마땅히 사랑하는

그저 보통의 사람



제목 : 행복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마음 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



제목 : 풀꽃 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제목 : 풀꽃 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식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제목 : 풀꽃 3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 봐

참 좋아



제목 : 기도


내가 외로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추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추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가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더욱이나 내가 비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비천한 사림을
생각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때때로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하게 하여 주옵소서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제목 : 잠 들기 전 기도


하나님

오늘도 하루

잘 살고 죽습니다

내일 아침 잊지 말고

깨워 주십시오.


제목 : 선물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 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한 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이겠습니다.



제목 : 아끼지 마세요


좋은 것 아끼지 마세요  

옷장 속에 들어 있는 새로운 옷 예쁜 옷

잔칫날 간다고 결혼식장 간다고

아끼지 마세요

그러다 그러다가 철 지나면 헌옷 되지요
  

마음 또한 아끼지 마세요

마음속에 들어있는 사랑스런 마음 그리운 마음

정말로 좋은 사람 생기면 준다고

아끼지 마세요

그러다 그러다가 마음의 물기 마르면 노인이 되지요..
 

좋은 옷 있으면 생각날 때 입고
좋은 음식 있으면 먹고 싶을 때 먹고

좋은 음악 있으면 듣고 싶을 때 들으세요  

더구나 좋은 사람 있으면 마음속에 숨겨두지 말고
마음껏 좋아하고 마음껏 그리워 하세요...

 

그리하여 때로는 얼굴 붉힐 일

눈물 글썽일 일 있다한들

그게 무슨 대수겠어요~!  

지금도 그대 앞에 꽃이 있고

좋은 사람이 있지 않나요?

그 꽃을 마음껏 좋아하고

그 사람을 마음껏 그리워 하세요.



제목 : 그런 사람으로


그 사람 하나가

세상의 전부일 때 있었습니다.


그 사람 하나로 세상이 가득하고

세상이 따뜻하고


그 사람 하나로

세상이 빛나던 때 있었습니다.


그 사람 하나로 비바람 거센 날도

겁나지 않던 때 있었습니다.


나도 때로 그에게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까마중 1


까마중 2


까마중 3


까마중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