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31일(화) 오늘의 글/시
조주청의 사랑방이야기 (387) 까마귀 고기 “주모, 이것 좀 보관해 주시게.” “전대는 이 함 속에 넣고 직접 봉인하시고, 방물 보따리는 벽장 속에 넣으시오.” 저녁나절 나루터 주막집은 분주하다. 길손들은 으레 짐이 있게 마련이었고, 오가는 길손들이 주막에서 하룻밤 묵고 갈 땐 전대나 귀중품을 주모에게 맡겨 뒀다가 이튿날 떠날 때 찾아가곤 했다. 어떤 날은 벽장이 보관물로 꽉 차 주모 내외가 자는 안방 다락 속에 넣어 두기도 했다. 어느 날 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주모가 냇가로 나가 멱을 감고 안방으로 들어오자 기둥서방 비슷한 남편이 기다렸다는 듯이 주모를 쓰러뜨리고 홑치마를 걷어 올렸다. 오랜만에 질펀하게 일을 치른 후 주모가 눈을 흘기며 담뱃대를 두드리는 남편에게 돈 몇 닢을 건넸다. “좀 더 줘. 내일이 장날인데 신발도 사야 하고 쌈지도 하나 사야 혀.” “요즘 장사 안되는 거 당신도 두 눈 있으면 알 거 아니요.” 남편은 벌거벗은 채 죄 없는 담배만 태워대는데 주모가 고쟁이를 입으며, “요즘은 보관물을 잊고 가는 사람도 없어.” 혼잣말을 하자 남편이 맞받았다. “그러게 말이야. 작년엔 한 달에 한 건은 걸려들었는데 올해는 한 건도 없네그랴. 작년 삼월엔 술이 덜 깬 노인이 전대를 두고 간 적도 있었지.”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던 남편이 “좋은 수가 있소” 하자 돌아누웠던 주모가 얼굴을 돌렸다. 남편이 귓속말을 하자 주모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튿날, 주모 남편은 장에 가서 활과 화살을 사 왔다. 다음날부터 남편은 활을 매고 들로 산으로 쏘다니며 사냥을 했다. 주막으로 돌아와 부엌문을 걸어 잠그고 자루에 담긴 사냥감을 쏟아내면 가끔 장끼도 나오고 산토끼도 나왔지만, 부엌 바닥이 새까맣게 까마귀가 쏟아졌다. 그날 나루 주막에서 묵어갈 손님들은 여름 보양식, 닭곰탕을 질펀하게 한 상씩 받았다. 고사리·토란 줄기·대파에 당귀와 엄나무를 넣고 끓인 푸짐한 닭곰탕을 손님들은 모두 몇 뚝배기씩 먹었다. 이튿날 아침, 손님들은 모두 제 갈 길로 갔다. 마지막 손님에게 마지막 전대를 내주고 나서 주모와 남편은 털썩 주저앉았다. 짐을 두고 간 손님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까마귀 고기를 먹으면 잘 잊어버린다는 게 빈말이군.” 남편이 장탄식을 하고 있는데 주모가 깜짝 놀라 외쳤다. “아이고, 밥값·술값·방값을 하나도 안 받았네.” |
🌹인생 최고의 날...🌹 이모젠 커닝햄(Imogen Cunningham)은 열여덟의 어린 나이에 사진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후 세계 3대 여류 사진작가로 손꼽히며 70년의 세월을 카메라 뒤에서 살아 왔습니다. 대학생 때 장학금을 받기 위해 찍은 식물사진을 시작으로 사진 예술에 매료된 그녀는 사진의 프레임을 그림의 캔버스처럼 상상하며 본격적으로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976년 93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카메라를 놓지 않았는데 그런 그녀에게 한 기자는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평생 찍은 사진 중에서 가장 아끼는 최고의 명작은 어떤 것입니까?” 그러자 그녀는 창문 너머로 시선을 돌리며 기자에게 말했습니다. “아마 내일 찍게 될 작품일 것입니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며,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퓰리처상을 받은 튀르키예의 시인 ‘나짐 히크메트’의 ‘진정한 여행’ 중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여러분도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한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에게 ‘인생 최고의 날’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 오늘의 명언 새로운 시간 속에서 새로운 마음을 담아야 한다. – 아우구스티누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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