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입.유.서(登.入.遊.棲)산
등산, 입산, 유산, 서산
스티브잡스는 인생의 절정기에 병상에서 죽었고, 카다피는 반란군에게 붙잡혀 질질 끌려다니다가 죽었고, 박영석은 히말라야의 설산에서 죽었다. 어차피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마지막 가는 모습이라도 장엄했으면 좋겠다. 3인의 죽음을 보면서 잡스나 카다피보다 설산에서 죽은 박영석의 최후가 장엄하다.
박영석의 죽음을 계기로 인간과 산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니까 4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등산득명(登山得名)이다. 등산을 하면 이름을 얻는다. 이때의 등산은 만년설이 쌓인 설산을 오르는 것이다. 8,000m급 설산 14봉우리를 오르면 세계적인 등산가로 이름을 얻는다. 인간 한계에 도전한 초인으로 사회적으로 대접을 받고 명성을 얻는다.
둘째는 입산수도(入山修道)이다. 모세가 인생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시나이산으로 들어간 것이 입산에 해당한다. 이는 생사문제를 해결하는 도를 닦기 위함이다. 나는 아직 인연이 닿지 않아서 시나이산을 가보지 못했지만, 사진으로 보면 2,000m이상 높이에다가 산 전체가 온통 바위산으로 되어 있어서 엄청난 영기를 품고 있는 산으로 보였다. 시나이산에서 한달만 살아 보았으면 좋겠다. 구한말 청년 '강증산'이 동학혁명의 처참한 실패를 목격하고서 김제 모악산으로 들어간 것도 입산이다.
세째는 유산풍류(遊山風流)이다. 주말에 산악회 버스타고 산에 가는 것은 유산이고 풍류이다. 요즘 신문광고의 절반은 등산복, 등산화 광고 아닌가. 주말에 산에 가서 기운을 얻어오면 일주일은 버틸 수 있다. 한국은 유산풍류의 전통이 강한 나라이다. 이는 명산을 순례하였던 신라 화랑들의 풍류와도 맥이 닿는다
네째는 서산자족(棲山自足)이다. '서(棲)'자는 새가 나무에서 쉬고 있는 모습을 가리킨다. 산 밑에 황토집 하나 지어놓고 텃밭 가꾸며 자족하는 삶이 '서산자족'이다. 한국 중년남자들의 로망이 바로 산 밑에 황토집하나 지어놓고 사는 삶이다. 부귀영화도 필요없다. 오직 몸 건강하게 가족, 친지와 오순도순 살면 되지 그 이상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치료비만 들어가지 않는다면 한달 생활비는 100만원이면 충분하다.
기질과 취향에 따라 '등.입.유.서(登.入.遊.棲)'가 각기 다르다.
[출처] 조선일보 2011.11.14
등.입.유.서(登.入.遊.棲)산.
박영석 대장과 같은 산악인이 오르는 산은 등산득명(登山得名)...모세가 시나이산에 들어간 것은 입산수도(入山修道)..신라시대 화랑처럼 명산을 순례하는 것은 유산풍류(遊山風流)...전원주택 지어 산밑에 사는 것은 서산자족(棲山自足)이라고 한다...^0^
내가 요즘 주로 하고 있는 것은 유산풍류(遊山風流)이다...서산자족(棲山自足)은 원하지 않고...등산득명(登山得名)은 능력이 안되어 어림도 없고...입산수도(入山修道)는 도인이나 하는 것이므로 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그저 유산풍류(遊山風流)하면서 꽃이름과 꽃향기 알고, 새이름과 새소리도 듣고, 산과 함께 즐기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1~2시간 안에 어디든지 산에 갈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가진 나라도 흔치 않다고 한다...복으로 알아 감사할 따름이다.
- 2012년 2월10일 수산나 -
북한산 원효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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