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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문인

정채봉 선집 <나 내가 잊고 있던 단 한사람>

정채봉 선집 <나 내가 잊고 있던 단 한사람>

 

**뭐가 좀 있다고 교만하지 마시오

망원경으로 본 당신은 티끌 중의 티끌도 되지 못하오

 

뭐가 좀 없다고 풀죽지 마시오

현미경으로 본 당신은 엄청난 은하의 공동체이오

 

 

**'나뿐' 놈들~ 천국이나 지옥이나 어느 것 하나 다르지 않았다. 천국도 푸른 초원, 지옥도 푸른 초원이었다. 차려놓은 식탁 또한 똑같았다. 오직 사람들만이 달랐다. 천국에는 나누며 사는 사람들이 들어갔고, 지옥에는 나뿐인 사람들이 들어갔다. 사람들은 식사시간이 되어 식당으로 찿아 들었다. 그런데 그곳의 식탁은 저만큼씩 떨어져 팔이 닿지않았다. 그리고 숟가락과 젓가락의 길이가 석자씩이나 되었다. 지옥의 나뿐인 사람들은 음식을 헤치기만 할뿐 아무도 먹지못해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러나 천국의 나누며 사는 사람들은 긴 숟가락과 젓가락으로 음식물을 떠서 상대편을 먹이니 서로가 배부르고 화기애애 하였다. 날로 지옥은 황폐해졌고, 날로 천국은 푸르러 갔다.

조물주가 말하였다. "내가 지옥을 만든게 아니다. 나뿐인 녀석들이 지옥이 되게 하였다. 알겠느냐? 나뿐 놈들!"

 

 

**누에를 보았다. 먹고..먹고..먹고..먹어치우는 한심스러운 벌레

벌을 보았다. 모으고..모으고..모으고..쌓을줄 밖에 모르는 불쌍한 녀석

매미를 보았다. 노래하고..노래하고..노래하고..즐기기만 하는 저주받을 녀석

누에처럼 사는 인간, 벌처럼 사는 인간, 매미처럼 살고 있는 인간을 보면서 하느님께서 안타까워 한숨을 쉬신 것이다

 

 

**아이슈타인의 성공방정식 S= X + Y + Z (S는 성공, X는 말을 적게 하는것, Y는 일을 즐기는것, Z는 고요한 시간을 갖는것 즉 성찰)

 

 

 

**뛰지 마, 그러면 너는 볼 수 있을거야

네 주위의 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꽃속에 사랑이 가득한 세계가 있는걸 모르니?

뛰지 마, 그러면 너는 찿을 수 있어

길가 돌 틈의 너만을 위한 다이아몬드를

멈추어 서면 알 수 있을거야

너는 많이 뛰었지만 항시 그 자린 것을.

 

 

**<엄마> - 정채봉 -

꽃은 피었다

말없이 지는데

솔바람은 불었다가

간간이 끊어지는데

 

 

맨발로 살며시

운주사 산등성이에 누워 계시는

와불님의 팔을 베고

겨드랑이에 누워

푸른 하늘을 바라본다

 

 

엄마.......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 정채봉 -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된다면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 놓은 세상사 중

딱 한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회양목꽃과 꿀벌의 꽃가루 주머니

 

 

갯버들꽃과 꿀벌의 꽃가루 주머니

 

 

갯버들꽃과 꿀벌의 꽃가루 주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