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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문인

김용택 <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

김용택 <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

 

 

나는 내가 책을 읽기 시작한지 꼭 13년만에 시인이 되었다. 내가 조금 힘들더라도 그 힘듦을 견디며, 세상을 보았더니, 세상이 다 보

이고, 그 보이는 세상을 자세히 보았더니,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그것을 썼다.

 

자세히 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신비로운가. 얼마나 많은 것들이 수많은 말들을 하는가. 나는 그들이 말하는 것을 듣고 썼다. 작고 사

소하고 버림받은 것들에게 마음을 주며 사는 삶, 그게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무와 풀과 바람과 비와 햇살들, 늘 나와 같이 있는 이 작은 생명이 세상을 보는 눈을 길러 주었다. '살아있으라' 라고 일러 주었다.

그러한 것 들이 세상을 새로 보는 눈을 갖게 해주었다. 이 세상에 새것은 없다.

다만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새로운 생명의 눈이 있을 뿐이다.

 

 

살다가 보면 마음에 생각이 고입니다. 시인은 그 생각이 말이 되기를 기다립니다.

고인 말들이 익어 흘러 넘칠 때 까지 기다려야지요.

그 말들이 차례와 순서를 지키도록 살짝 손질을 해 주지요.

 

순환과 순리를, 발전과 비약을, 분분한 자유를,

나는 기(氣)가 이(理)를 태워야 한다는 생각 갖고 있습니다.

 

 

강가에 사시는 어머니와 21년전에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 나와 세상을 사는 이름다운 벗들과 나의 연인들, 그리고

나비와 매화가, 그때 불던 봄바람이 이 시집을 같이 지어주었다. 내게 일상은 화려한 꽃이다.

 

시인은 일상속에서 시의 눈을 뜨고 일상의 빛나는 순간들을 빌려온다. 그리고 다시 시를 일상으로 돌려보낸다.

일상을 새로 해석해서 보게 하는일, 저기 나비가 날아간다고 나비를 불러주는일, 그일이 나의 시가 되었다.

 

내게 시가 없으면 내생에 또 무슨 낙이 있을까?

 

 

순간의 빛나는 모습들은 숲속에 떨어진 햇살같고, 아침바다에 솟아오르는 해를 받은 바다같이 반짝인다

 

 

 

산줄각시하늘소 짝짓기

 

 

 

산줄각시하늘소 짝짓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