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5일 사순 제2주간 (월)요일 ~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
제가 사는 곳은 휴전선 접경지역이라서 가까이에 군부대가 많이 있습니다. 주일마다 병사들이 10명가량 미사에 참석하는데 저희 성당 신자 수와 거의 비슷합니다. 미사가 끝나고 병사들이 부대에 복귀하는 시간이 부대에서 점심 먹기가 애매한 시간이라, 저희 신자들은 병사들이 성당에서 점심을 먹고 복귀할 수 있도록 주일마다 점심을 마련해 줍니다. 연세 드신 분들이 손자 같은 병사들을 위해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이런 사정을 아는 병사들은 마음 속 깊이 느끼는 것이 있나 봅니다. 스스로 찾아와서 세례를 받고 싶으니 교리를 가르쳐 달라는 병사들도 있습니다. 성당에 일손이 부족하면 병사들은 자발적으로 손을 걷어붙이고 도와줍니다. 전역자들은 제대하기 전에 주방에 들러 할머니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떠납니다. 할머니들은 그 인사 한마디로 그동안의 수고로움이 싹 가신다고 말씀하십니다.
저희 소식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많은 분이 저희 성당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성금을 보내 주시고, 어떤 분들은 정기적으로 그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식재료를 사 가지고 와서 점심을 해 주시고 있습니다. 군인들 때문에 몰랐던 신앙의 형제들을 많이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저희가 군인들에게 해 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후하게 되어 너희 품에 담아 주실 것이다.” 하신 예수님 말씀은 저희를 두고 하신 것입니다.
╋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후하게 되어 너희 품에 담아 주실 것이다.”하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춘천 죽림동 주교좌성당 내부 창문 유리화(스테인드글라스)
춘천 죽림동 주교좌성당 내부 창문 유리화(스테인드글라스)
놓으면 자유(自由)요 집착함은 노예(奴隸)다
"아무 자취도 남기지 않는 발걸음으로 걸어가라.
닥치는 모든 일에 대해 어느 것 하나라도 마다하지
않고 긍정하는 대장부(大丈夫)가 되어라.
무엇을 구(求)한다,
버린다 하는 마음이 아니라 오는 인연 막지 않고
가는 인연 붙잡지 않는 대수용(大收容)의 대장부가 되어라.
일체(一切)의 경계에 물들거나 집착(執着)하지 않는 대장부가 되어라.
놓아 버린 자는 살고 붙든 자는 죽는다
놓으면 자유(自由)요 집착함은 노예(奴隸)다.
왜 노예로 살려는가?
살아가면서 때로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있고
설상가상(雪上加霜)인 경우도 있다.
그런다고 흔들린다면 끝내는 자유인이 될수 없다.
이 세상에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데 무엇에 집착할 것인가?
짐을 내려놓고 쉬어라 쉼이 곧 수행(修行)이요
대장부 다운 삶이 아니다.
짐을 내려놓지 않고서는 수고로움을 면할 수 없다.
먼 길을 가기도 어렵고 홀가분하게 나아가기도 어렵다.
자유를 맛 볼 수도 없다.
쉼은 곧 삶의 활력소(活力素)이다.
쉼을 통해 우리는 삶의 에너지를 충전(充塡)한다.
쉼이 없는 삶이란 불가능할 뿐더러 비정상적(非正常的)이다.
비정상적인 것은 지속(持續)될 수 없다.
아무리 붙잡고 애를 써도 쉬지 않고서
등짐을 진채로는 살 수 없다.
거문고 줄을 늘 팽팽한 상태로 조여 놓으면
마침내는 늘어져서 제 소리를 잃게 되듯이
쉼을 거부한 삶도 마침내는 실패(失敗)로 끝나게 된다.
쉼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것은 삶의 정지가 아니라 삶의 훌륭한 일부분이다.
쉼이 없는 삶을 가정(假定)해 보라.
그것은 삶이 아니라 고역(苦役)일 뿐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선율(旋律)이라도
거기서 쉼표 를 없애버린다면 그건
소음(騷音)에 불과하게 된다.
따라서 쉼은그 자체가 멜로디의
한 부분이지 별개(別個)의 것이 아니다.
저 그릇을 보라.그릇은 가운데 빈 공간(空間)이 있음으로써
그릇이 되는 것이지 그렇지 않다면 단지 덩어리에 불과하다.
우리가 지친 몸을 쉬는 방(房)도
빈 공간을 이용하는 것이지 벽을 이용하는 게 아니다.
고로 텅 빈 것은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유용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삶의 빈 공간 역시 그러하다.
그래서 쉼은 더욱 소중하다.
붙잡고 있으면 짐 진 자요 내려놓으면 해방된 사람이다.
내려놓기를 거부하는 사람은
자유와 해방을 쫓아내는 사람이요,
스스로 노예(奴隸)이기를 원하는 사람이다.
하필이면 노예로 살 건 뭔가?"
산은 날보고 산 같이 살라하고
물은 날보고 말없이 물처럼 살라하네."하는 말이 있다.
산은 거기 우뚝 서 있으면서도 쉰다.
물은 부지런히 흐르고 있으면서도 쉰다.
뚜벅뚜벅 걸어가면서도 마음으로
놓고 가는 이는 쉬는 사람이다.
그는 쉼을 통해 자신의 삶을 더욱 살찌게 한다.
그는 쉼을 통해 자신의 삶을 더욱 빛나게 한다.
풍요(豊饒)와 자유를 함께 누린다.
쉼이란 놓음이다.
마음이 대상(對象)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마음으로 짓고 마음으로 되받는 관념(觀念)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것이다.
몸이 벗어나는 게 아니고 몸이 쉬는 게 아니다.
마음으로 지어 놓고 그 지어놓은 것에 얽매여 옴치고
뛰지 못하는 마음의 쇠고랑을 끊는 것,
마음으로 벗어나고 마음이 쉬는 것이다.
고로
쉼에는 어떤 대상이 없다.
고정된 생각이 없고 고정된 모양이 없다.
다만 흐름이 있을 뿐이다.대상과 하나 되는 흐름,
저 물 같은 흐름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쉼은 대긍정(大肯定)이다
오는 인연(因緣) 막지 않는 긍정이요
가는 인연 잡지 않는 긍정이다.
산이 구름을 탓하지 않고
물이 굴곡을 탓하지 않는 것과 같은 그것이 곧 긍정이다.
시비(是非)가 끊어진 자리
마음으로 탓할 게 없고 마음으로 낯을 가릴 게 없는
그런 자리의 쉼이다.자유(自由)와 해방(解放)
누구나 내 것이기를 바라고 원하는 것 그 길은 쉼에 있다
물들지 않고 매달리지 않는 쉼에 있다.
-무소유의 삶과 침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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