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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강론

2012-03-04 사순제2주일-목숨을 내어 주신 예수님/ 태초의 고요

 

201234()요일: 사순 제2주일 ~ 목숨을 내어 주신 예수님

 

에수님의 영광스러운 변모 사건 바로 직전에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와 심하게 논쟁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당신의 죽음을 예고하셨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예수님께 기대했던 모든 것이 무너지는 듯했을 것입니다. 논쟁 후 예수님께서는 제자 셋을 따로 데리고 산으로 올라가십니다.

산으로 올라간 세 제자는 엄청난 체험을 하게 됩니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눈이 부시게 변화되신 것을 보고, 모세와 엘리야가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목격합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율법과 예언서에 약속된 바로 그 '메시아' 이시라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 조상들과 맺으신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의심과 불안은 이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제자들에게 더 이상 다른 증거와 표징은 필요 없게 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목숨까지도 하느님 손에 맡기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예수님을 사랑하셨고 영광스럽게 변모시키셨습니다. 이처럼 변화는 하느님의 손에 내어 맡길 때 찿아옵니다. 우리의 내적 모습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인간적인 노력으로 변화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느님께서 변화시켜 주십니다. 하느님께 맡겨 드릴 때 우리의 가치관과 삶이 바뀌게 됩니다하느님 때문에 변화된 삶, 그것이 신앙인이 받게 되는 영광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목숨까지도 하느님 손에 맡기셨습니다. 하느님께 맡겨 드릴 때 우리의 가치관과 삶이 바뀌게 됩니다.

그리스도님 찬미와 영광을 받으소서.

 

 

아산 공세리 성당 십자가의 길 ⅩⅢ

- 제자들이 예수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리심을 묵상합시다 -

 


하느님을 만나게 해준 땅

태초의 고요
스코틀랜드의 한 농촌에서 며칠 보낸 적이 있다. 제주도를 연 상케 하는 나지막한 돌담이 사방을 감싸고 있는 모습은 인상적 이었다. 원형의 벽인 듯 낮은 구릉으로 둘러싸인 사방 위로 하늘 이 천장처럼 펼쳐져 있었다. 동틀 무렵 동녘에서 붉은 기운이 막 솟아오르려 하자 한가하게 풀을 뜯던 소떼가 낮은 목소리로 '음 매' 하며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그 광경은 경이로웠다. 거기 평화 가 있었다. "늑대가 새끼 양과 함께 살고,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지내리라. 송아지가 새끼 사자와 더불어 살쪄 가고, 어린아이가 그들을 몰고 다니리라. 암소와 곰이 나란히 풀을 뜯고, 그 새끼들이 함께 지내리라.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고, 젖먹이가 독사 굴 위에서 장난하며, 젖 떨어진 아이가 살무사 굴에 손을 디밀리라." (이사 11,6-8) 인간이 만든 모든 인위적인 소리가 대자연에 흡수되고 귀가 멍할 정도로 고요만이 흐르던 곳, 그곳에 평화가 있었다. 모든 소 리를 흡수한 적막 속에 태초의 평화가 깃들어 있었다. 평화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집어삼킨 적막 속에 흐른다. 평화 는 세상의 온갖 소리를 흡수하여 적막이 흐르게 한다. 소리가 삼 켜지는 곳, 그곳에 적막의 평화가 흐른다. 평화를 원하는가? 우리의 소리가 세상에 흡수되게 하라. 평화 의 인간이 되기를 원하는가 세상의 소리가 내게 흡수되게 하라. 세상이 평화롭지 못한 것은 저마다 내지르는 소리가 흡수되지 못 하고 시끄런 소음을 내기 때문이다. 평화를 원하는가? 세상의 소 리가 흡수된 적막에 귀를 기울이라. 그를 듣고자 하는 귀에 하느 님의 평온한 음성이 들려올 것이다. "자연은 가슴으로 듣는 이에게만 말한다."(스티브 반 마터) 자연 은 인간처럼 "연인 - 가족 - 친구들에게 그들의 메시지를 굳이 말 로 표현하지 않는다." 인간의 언어를 포기하고 자연을 들을 때 자연이 사랑의 언어로 얘기하는 것을 알아들을 수 있다. 새싹이 돋아나는 모습에서, 물에 깎인 돌의 감촉에서, 저녁 하늘의 석 양과 여름비의 냄새에서, 밤에 부는 바람 소리에서 우리는 자연 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태초의 고요를 들을 수 있다. 평화는 고요를 듣는 귀에 있다.

주님의 평화가 항시 함께 하기를......
서울대공원 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