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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조·성가·기도문

좌복- 이홍섭

 

좌복

 

외진 절에서 기다란 좌복 하나를 얻어왔다

누구에게나

텅 빈 방 안에서

온몸으로 절을 올리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찔레나무 가지 끝에서

막 고개를 쳐드는 자벌레 한 마리

 

가지가 찢어져라 애먼 하늘을 볼 때

 

- 이홍섭(1965~ ) -


 

 

 

 

가슴으로 읽는 시(조선일보 42일 월요일)

우리들 생()의 지도에는 여러 갈래 찔레나무가지들이 굽이쳐 있다. 그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으니 하나만 택할 수밖에. 그러나 그 끝에 이르렀을 때, 그래서 더 이상 가야 할지 아니면 되돌아와 다른 가지로 가야 할지 망설여질 때, 우리는 오래 하늘을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어리석은 자벌레인 우리는.

- 장석남 시평 일부 -

 

 

 

가시 많은 그래서 찔리기 쉬운 찔레나무가지를 자벌레가 기어가고 있다고 상상하니 얼마나 조심스러운 행보이런가. 어느 가지로 갈까 망설이며 가지가 찢어져라 애먼 하늘을 바라 보는 그 심정이야 오죽하랴.



 

가시 많은 찔레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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