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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조·성가·기도문

우화(遇話)- 장수현

 

우화(遇話)

 

점심 때 소머리국밥 먹고

트림하면 소 울음소리 난다

 

샐러리맨은 소의 후손이야

넥타이는 신종 고삐지

 

거울 속

음매음매 울며

나를 쳐다보는 소 한 마리

 

콘크리트로 무장된 도시

더 이상 갈아엎을 수 없다

 

발굽이 다 닳았군

가죽도 헐거워졌어

 

나는 또

도살장에 끌려가듯

엘리베이터에 몸 싣는다

 

                        장수현(1973~ )

 

 

조선일보/가슴으로 읽는 시조 우화(遇話)’(2012.4.3)를 읽었다. 정수자 시조시인 평이 함께 있다. 현대사회를 규정하는 다양한 표현 중 피로사회라는 말이 있는데, 자기 성취 욕구가 피로를 누적하며 자신이 가해자이자 피해자라는 지적이 무엇보다 섬뜩하다. 성과 지상주의 긍정성에 고삐가 꿰어 끌려간다면 그는 분명 성공의 노예일 것이다. 라는 말에 공감한다.

 


 

- 샐러리맨은 소의 후손이야

- 넥타이는 신종 고삐지

 

넥타이는 신종 고삐라는 말이 기발하고 신선하다. 그래서 소의 후손이 되었는데...

콘크리트로 무장된 도시이므로 더 이상 갈아엎을 수는 없고... 그리하여 발굽이 다 닳고, 가죽이 헐거워지도록, 도살장에 끌려가듯 엘리베이터에 몸 싣는 나로 현대인의 팍팍한 삶을 표현했다.

 

 

성공의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성공을 바라는 마음으로 나도 얼마나 작심삼일 결심을 반복하며 어리석게 살아왔는지 새삼 되새김질 하게 된다.

 


장수현(1973~ )

1973년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1997년 제5회 금호시조대상을 수상하고
199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어 등단한 장수현 시인이 첫시집을
2004년 6월 출판사 '고요아침'에서 냈습니다.
 

 

 

 




***"내 시의 첫 독자였던 어머니께 한번도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
마음이 첫 시집을 엮는 힘이 되었다"고
시인은 말문을 열고 있습니다.

***이지엽 시인은 해설에서
"세계와 사물에 대한 따뜻함, 조화와 균형을
조용히 모색하고 있는 모성적 양수의 세계와
현대인의 우울과 불안, 헤매는 거리와
떠오르는 마른 늪의 기억과도 같은 현실의 가열함을
표출하고자 하는 노력의 충돌"이라고
시인의 시각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화택(火宅)
-장수현

퇴근길
주점에 들러
소주를 마신다

연탄불 화덕에서
지글거리며 타들어 가는

살점들
기름진 욕망들
석쇠에 누워 있다

몇 모금의 술에
몸은 달아오르고
내가 앉아 있는 곳은
불길 속만 같은데

불타는
도시 한복판에서 나는
마른 장작처럼 위태롭다

옛 여자
-현저동 日記
-장수현


돌멩이를 던질 때마다 깊이를 알려주던 옛집의 우물
처럼 네 자궁도 깊었구나 깊어서 함부로 던진 돌멩이
너무 많았구나

돌멩이로 쌓아올린 네 자궁 속 돌무덤들 그 속에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의 젖은 눈망울 - 깊어져 멍 자국난
시간들 한 움큼씩 고여 있구나

등 굽은 까마귀같이 골방에 쭈그리고 앉아 밤마다
돌을 쪼듯 몇 구절의 시를 썼지만 내 시가 돌멩이 되어
박히는 줄은 몰랐구나

운보 김기창 화백 운보의 집 정원의 수석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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